요양예산 '한국 11조 vs 일본 110조'…일본이 실버타운 천국인 까닭

[땅집고]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노블카운티 전경. /노블카운티

[땅집고] 나이가 들수록 자연히 아픈 곳이 많아진다. 근력과 기억력을 비롯해 신체 모든 능력히 하나 둘 감퇴하는 것이다. 노화가 제법 진행되면 타인이나 기구의 도움을 받아 일상 생활을 해야 한다. 이런 서비스를 통틀어 ‘요양서비스’라고 칭한다.

한국은 고령인구가 늘면서 2008년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했다. ‘노인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개호보험’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1인당 최대 85%까지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다만, 보험 지원 대상에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 유·무료양로시설)은 포함되지 않는다. 일본에선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어르신도 지원 대상이 되지만, 한국에선 예외다.

업계에선 앞으로 실버타운 같은 주택도 요양의 범위에 포함시키자는 의견이 많이 나온다.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요양 관련 시설 수요가 늘어나지만, 실버타운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권 밖에 있어 사실상 돈 있는 어른들의 리그가 됐기 때문이다.

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는 “일본에선 몸이 아프기 전부터 아주 아플 때 까지 갈 수 있는 시설이 다양하게 있다”며 “한국의 요양 시장도 장기적으로는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상 시설과 대상자가 늘어날수록 재원이 늘어나지만 이는 추후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이끄는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요양서비스계의 ‘사람인’으로 불리는 ‘요보사랑’을 비롯해 ‘하이케어’ ‘스마일시니어’ 등 요양산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땅집고] 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 /김혜주 기자

- 한국 고령화 사회 발전속도가 일본보다 2배 정도 빠르다고 했다. 어느 정도인가?

그런데 한국은 일본보다 초고령 속도가 1.5배 정도 빠르다. 일본이 20년간 겪은 것을 우리는 불과 10년만에 겪는다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이 ‘고령화 속도 1위’ 오르기 전까지 사실상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였던 만큼, 관련 제도가 탄탄하게 만들어져 있ㄷ. 일본은 고령화사회(총 인구 중 65세 인구 비율 7%)에서 초고령화사회(총 인구 중 65세 인구 비율 20%)로 진입하기까지 총 10년이 걸렸다. 한국은 단 7년만에 이를 따라 잡았다.”

[땅집고] 한국과 일본의 고령화 추이.

-일본이 먼저 간 길을 그대로 가면 시행착오 없이 빠르게 발전하겠다. 우리는 일본의 어떤 것을 베끼고 있는지.

“많은 부분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을 ‘선진국’(先進國)이 아닌 ‘선험국’(先驗國)이라고 부른다. 일본은 고령화 패러다임(인식 체계)을 빠르게 경험한 나라다.우리나라 요양 서비스를 지지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개호보험과 매우 유사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국가가 따라한 것이다. 민간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나.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 시장도 일본과 비슷한 모습이다. 요양서비스는 노화가 진행될수록 저하하는 신체·인지 기능을 보조하는 것을 일컫는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라는 국가의 법령을 기반으로 형성되어 있다. 특히 이 제도를 재원으로 해서 인당 85%이상을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이 서비스는 대부분 민간에서 이뤄진다. 사실상 민간에 위탁한 것이다. 지원율이 높고, 대상자가 워낙 많은 만큼, 시장 규모가 11조원 정도로 성장했다.

업계 밖에서는 이 시장을 두고 ‘실버시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사실 어디까지를 실버시장이라고 봐야 할 지 정립된 적이 없다. 통상 65세 인구를 ‘노인’이라고 보는 것을 감안하면 65세부터 83세까지 무려 18년 정도의 시대를 한 계층으로 보는 것이다.

이를 ‘MZ시장’에 빗대서 보자. 22세부터 40세까지를 한 계층으로 묶기엔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개인적으로 실버산업 발전을 위해선 대상을 세분화해야한다고 본다.”

[땅집고] 이진열 대표(왼쪽)가 한국 요양시장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유튜브 채널 '땅집고tv'

-현재 한국의 요양시장은 어떻게 나눠지나.

“노인장기요양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요양과 재가서비스다. 요양서비스는 서비스 대상자가 요양원이라는 시설에서 거주하는 것, 재가서비스는 시설이 아닌 집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재가서비스는 다시 3가지로 나뉜다. 요양보호사가 집에 와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와 서비스대상자가 주간보호센터(데이케어센터)에 방문하는 형태, 안전바나 전동침대처럼 움직임을 보조해주는 가구나 설비를 지원받는 경우다. 이런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이 약 11조원 규모에 달한다. 일본은 이미 100조원 수준이다.”

-11조원이면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겠다. 앞으로는 더욱 비용이 많이 들겠다.

“그렇다. 현재도 앞으로도 이건 세금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직장인이 납부하는 건강보험료에 포함된 장기요양보험료가 바로 이 재원이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의 약간 형제자매 같은 제도다.

앞으로도 이 비용을 절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 효율화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 일본은 이 작업을 약 20년간 진행했다.”

- 지원이 85%까지 나오고 시장 규모가 11조원이나 되지만, 정작 여기에 실버타운은 지원금이 없다고 들었다. 최근 한국에선 실버타운이 화제다.

“그렇다. 한국에선 국가가 법으로 정한 요양 범주에는 들지 않는다. 실버타운으로 불리는 노인복지주택은 주거 기능을 담당한다. 젊은 사람들이 셰어하우스나 원룸에 거주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본은 이런 주거형태도 개호보험 대상이다. 소득이나 돌봄이 필요한 정도에 따라 시설이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어서 적정 연령이 지나면 모두 보험 대상자가 된다.”

- 일본 개호보험 안에서는 실버 타운이 몇 종류로 나눠져 있나.

“아프기 전부터 도움이 필요할 때 까지 갈 수 있는 시설이 다 있지만, 구체적으로 몇 개로 나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와 달리 요양원,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 이렇게 나눠지지 않는다.

일본은 개호 보험 지원이 되는 주택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요양원에 좀 더 가까운 것도 있고 노인복지주택 같은 곳도 있다.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한국도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가야 한다.”

글=김서경 땅집고 기자

“한국은 2025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일본이 20년 전 겪었던 일이다. 우리는 딱 20년 차이로 일본을 따라간다. 현재 일본 모습이 앞으로 한국의 고령 사회가 갈 방향이다보니, 일본 이야기를 계속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