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국 대사 "北의 유엔 무시 개탄"…안보리 '빈손 종료'(종합)
"北, 안보리 분열 이용해 핵 개발…개탄스러워"
북 관련 안보리, 중·러 반발 속 성과 없이 종료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유엔 회원국인 북한이 어떻게 유엔 헌장과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지 정말 끔찍하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관련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 정권이 어떻게 해서든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우선하는 것은 개탄스러운 현실”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안보리가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회의를 소집한 것은 지난 4일 이후 17일 만이다. 북한은 한국시간 18일 오전 10시 15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1발을 발사했고, 국제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황 대사는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北, 안보리 분열 이용해 핵 개발”
황 대사는 북한이 핵 실험 혹은 ICBM 발사를 했을 때 대북 유류 공급 제재를 자동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논의하도록 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거론하면서 “올해 8차례 북한의 ICBM 시험 발사를 목격하면서 안보리가 독자적인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것은 가장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안보리는 북한의 무모한 핵 야망에 맞서 강하고 단합된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보리는 올해 들어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북한에 이렇다 할 제재를 하지 못했다. 지난 5월 ICBM 발사 때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이 표결에서 무산된 게 대표적이다. 황 대사는 이를 겨냥해 “북한은 안보리의 무대응과 분열을 이용해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지적했다.
황 대사는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안보리 결의에 따른 의무를 고의적으로 무시하는 회원국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에 모든 안보리 멤버들이 미국이 제안한 의장성명의 조속한 채택을 지지할 것을 요청한다”며 “그것은 세계를 위협하는 북한의 무수한 도발를 두고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기존 안보리 제재는 모든 회원국이 완전하고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며 “그것이 북한이 잘못된 행동을 재고하고 외교(diplomacy)로 돌아가도록 압박하는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 대사는 또 북한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맹비난한 것을 두고 “북한은 사무총장을 ‘미국의 허수아비’라고 공개적으로 조롱했다”며 “유엔 권위에 대한 존중을 단호하게 거부했다”고 말했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최근 ICBM 시험 발사를 규탄한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향해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 백악관이나 국무성의 일원이 아닌가 착각할 때가 많다”고 비꼬았다.
황 대사는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초래했다는 중국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한미 연합훈련은 본질적으로 방어적인 성격”이라며 “불법적인 도발의 변명이 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을 대변하는 것은 건설적이지도 않고 책임감도 없는 것”이라며 “북한이 잘못된 길로 가도록 대담하게 만들 뿐”이라고 했다.
중·러 반발 속 안보리 ‘빈손 종료’
한편 안보리는 이날 회의에서도 예상대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논의를 마쳤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과 한국, 일본 등은 북한의 잇단 도발을 강하게 규탄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평행선만 달렸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대사는 의장성명 제안 소식을 알리면서 “북한의 불법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에 동참해 달라”고 촉구했다. 의장성명은 중국과 러시아를 의식해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보다 대응 수위를 낮춘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의 노골적인 방해(거부권 행사)가 동북아와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장쥔 중국대사는 “북한을 규탄하고 압박하기만 하면 안 된다”면서 “대화로 복귀하기 위해 미국은 신의를 보여야 한다”며 미국 책임론을 거론했다. 미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조치를 우선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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