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불행 이용해 돈 벌이”…전세사기 주택 헐값에 낙찰 받은 법인들
17일 HUG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수도권에서 9000가구 이상의 전세사기 피해 빌라가 경매로 나왔다. HUG와 같은 주택보증기관들은 집주인이 돌려주지 못한 전세보증금을 전세반환보증에 가입한 임차인에게 대신 돌려준 뒤 피해 주택을 경매에 넘겨 회수한다.
해당 주택을 낙찰받으면 낙찰대금과 별도로 HUG가 피해자에게 지원한 보증금(대위변제금)을 HUG에 되돌려줘야한다.
그러나 특정 법인들은 전세사기 피해 빌라 대다수가 경매에서 여러 번 유찰돼 낙찰가격이 감정가의 10% 이내로 내려가는 등 헐값이 되자 전세사기 피해주택 수십가구를 헐값에 낙찰받고 대위변제금을 갚지 않은 채 다시 임대했다.
L법인은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 소재 감정가 1억5000만원짜리 빌라를 226만원에,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동 소재 감정가 3억원짜리 빌라를 905만원에 사들여 보증금을 300만~500만원, 월세 30만~50만원을 받았다. S법인은 부천시 원미구 삼곡동에 있는 감정가 2억7200만원 빌라를 1124 만원에 매수해 보증금 1000만원, 월세 70만원을 받았다.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에 있는 감정가 2억3300 만원짜리 신축 빌라는 483만원에 매입한 뒤, 보증금 1500만원, 월세 60만원에 내놨다.
피해 주택 경매를 이용해 법인만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경매 물건 낙찰자에 대한 HUG 의 보증금 회수 매뉴얼’을 보면 HUG는 경매 물건 낙찰자에게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거나 그 밖의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해 HUG에 채무(보증금)를 자발적 상환(임의상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낙찰자가 경매 물건을 재임대하도록 사실상 권장하고 있는 내용으로 HUG가 제2의 전세사기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HUG가 보증금 회수를 위해 재경매 절차에 들어간다면 새로운 세입자들은 오도 가도 못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는 앞선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임차권 등기를 설정해둔다. 이는 피해 주택 낙찰자가 HUG에 보증금을 전액 상환해야 소멸되며 낙찰자가 제대로 상환하지 않을 경우 해당 주택은 다시 경매로 넘어갈 수 있다.
새로운 낙찰자가 생기면 현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주인이 바뀌게 되며, 집주인 요구 시 집을 비워줘야 하고, HUG에게도 돈을 갚지 않은 법인으로부터 보증금을 상환받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HUG의 보증금 전액 회수 비율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2022년 15%(1525가구 중 233가구)이던 이 비율은 지난해 약 9%(3258가구 중 303가구)로 감소했다. 올해는 6월까지 4146가구 중 단 11가구에 대해서만 보증금을 전액 회수했다.
이와 함께 낙찰자에게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해 피해 빌라를 다시 경매에 넘긴 건수는 지난 2년 6개월여간 11건에 그쳤다. 2022년 3건, 지난해 4건, 올해 4건이다. HUG 는 낙찰자가 보증금을 자발적으로 상환하도록 한 후 6개월이 지나도 갚지 않는 경우 재경매에 나선다.
HUG가 경매로 전세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해 셀프 낙찰을 받은 건수는 2022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총 1244건이었다. 서울에서 659건이 나왔고 인천과 경기(부천, 김포, 고양, 파주, 안양, 수원)에서 각각 361건, 223 건이 나왔다. 이외에 부산에서 1건이 있었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과 업계에서는 HUG의 보증제도가 제2의 빌라왕·전세사기범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신속하고 과감한 형사 조치·행정적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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