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인선]② 안정·쇄신 기로 신한금융…진옥동號 3기 관전포인트는
9월부터 돌입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조망해 봅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연말 인사를 앞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지난해 초 취임한 진 회장은 내정자 시절이었던 2022년 말 전임 조용병 현 은행연합회장과 함께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에 의견을 피력해 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관여했다. 당시 임기 만료 예정이었던 10명 중 4명을 신규 선임했고, 이들 CEO는 안정 속 쇄신을 이끌어낸 뒤 진 회장 공식 취임과 함께 손발을 맞춰왔다.
이듬해였던 지난해 말에는 처음으로 진 회장만의 색깔을 낼 수 있었던 기회였지만 '전원 유임'을 택하면서 안정을 꾀했다. 다만, 조 전 회장 재임 때 선임됐던 CEO들이 포함돼 있어 진 회장만의 색깔이 담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경위원장인 진 회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나, 조 전 회장의 색깔을 완전히 지우지 못했다는 일각의 평가가 상존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올해 말 진 회장 3기 체제에 접어들 인선 작업에 관심이 쏠린다. 진 회장의 임기가 2026년 정기 주주총회까지여서다. 사실상 내년 경영성적표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해여서 손발이 가장 맞는 CEO들로 채워져야 진 회장의 연임까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자경위 위원들과의 인선 작업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자경위에서는 계열사 대표 12명에 대한 승계절차가 본격화된 가운데 지난해와는 달리 연임보다 교체 카드가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인사 대상은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대표, 이승수 신한자산신탁 대표, 조경선 신한DS 대표, 정지호 신한펀드파트너스 대표,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대표,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대표,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가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박우혁 제주은행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진 회장 최측근' 정상혁 신한은행장, 연임 가닥 배경은
건강상의 이유로 취임 직후 2개월여 만에 사임한 한용구 전 신한은행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2월 취임했던 정 행장은 연임에 무게가 쏠리는 분위기다. 1964년생으로 덕원고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정 행장은 진 회장이 은행장을 지냈던 시절부터 최측근에서 손발을 맞춰온 인물이다.
그는 고객만족센터장과 소비자보호센터장, 삼성동지점장, 역삼역금융센터장 등을 지냈고, 진 회장이 은행장을 지냈을 당시 비서실장도 역임했다. 진 회장은 당시 은행장으로 취임한 직후 가장 먼저 비서실장과 인사부장을 선임했었는데 정 행장이 그 중 한 명이다. 그만큼 진 회장의 신뢰가 두터웠다는 의미다. 한 전 행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자마자 수일 만에 정 행장이 발탁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 행장은 갑작스레 수장을 맡게 됐음에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경영 실적을 보면 지난해 신한은행의 당기순익을 0.7% 늘린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5.6% 증가한 2조538억원을 기록하며 리딩뱅크 탈환에 성공했다.
임기 동안 실적 개선은 물론 금융사고 이슈에서도 벗어나 있어 내부통제 측면에서도 호평이다. 지난해 말부터 은행권 주요 이슈였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와 각종 금융사고 이슈가 신한은행에서는 없었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지난달 23일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감독당국에 제출하고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참여를 시작했다.
관례상 '2+1년'의 임기가 보장되는 만큼 올 연말 정 행장도 연임에 무게가 기우는 모습인데 추가로 부여받을 임기가 1년인지 2년인지도 관전포인트다. 신한은행장에 '2+2년'의 임기를 부여했던 사례는 진 회장이 은행장으로 재임했을 때다. 이밖에 신한금융 계열사 중에서는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와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가 지난해 말 연임에 성공하면서 추가로 2년의 임기를 부여받은 바 있다. 당시 중장기적 관점에서 그룹의 자본시장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였다.
비은행실적 이끈 여신업…문동권 '유임', 정운진 '교체' 무게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은 옛 ING생명(현 신한라이프)을 인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신한카드와 신한캐피탈 등 여신업을 주축으로 성장해왔다. 카드 업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한카드는 지난해 6219억원의 순익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도 3808억원의 순익을 달성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9.7% 성장했다.
안정적인 실적을 기반으로 '2+1년' 임기 부여 관례상 2023년 1월 공식 취임한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의 연임도 점쳐지고 있다. 1968년생인 문 대표는 신한카드 전신인 LG할부금융으로 입사해 신한카드 경영관리팀 부장과 전략기획팀 부장, 기획본부 본부장 등을 역임한 여신금융 전문가다. 신한카드는 지속적으로 은행 출신이 CEO를 맡아왔지만 문 대표가 사령탑에 오르면서 첫 내부출신이라는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진 회장이 지주 회장 내정자 신분으로 자경위에 의견을 냈을 당시에 선임된 문 대표는 안정적인 경영관리를 바탕으로 신한카드의 탄탄한 성과를 뒷받침한 점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특히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했던 전략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2009년 통합 신한카드 출범 후 첫 카드사 내부 출신 CEO로서도 내부 평판도 나쁘지 않은 상태다.
반면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의 연임에 대한 분위기는 엇갈린다. 1964년생인 정 대표는 1990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30년 넘게 신한금융에서 근무한 투자금융 전문가다. 조 전 회장 재임 시절이었던 2021년 1월 취임한 정 대표는 이미 2년의 임기를 끝낸 뒤 두 차례 더 연임에 성공한 상태다.
신한캐피탈은 올해 상반기 43% 급감한 108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소매금융업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심 투자금융으로 체질개선해오던 게 독이 됐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신한캐피탈의 부동산 PF 자산 규모는 올해 6월 말 기준 2조5000억원 정도로 자기자본의 100%를 넘는다. 진 회장이 지난해 말 자경위에서 '전쟁 중 수장을 바꾸지 않는다'는 인사 철학을 밝혔던 만큼 연임 가능성과 함께 교체 가능성도 동시에 나오는 배경이다.
보험 비중 확대 과제…이영종·강병관 교체 가능성은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는 신한카드의 문 대표와 함께 진 회장 취임과 동시에 세대교체 차원에서 발탁됐던 인물이다. 이 대표는 그룹 전략기획팀 본부장으로 옛 ING생명인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 인수작업을 지원했다. 이후 오렌지라이프 뉴라이프 추진실장을 거쳐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 부사장을 역임한 뒤 신한생명과 통합된 신한라이프 대표로 선발된 것이다.
이후 비은행 부문 중에서도 보험업 비중 확대를 이끌며 KB금융과의 리딩금융그룹 쟁탈전에서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그동안 리딩금융 쟁탈전이 보험업에서 판가름됐기 때문이다. KB금융은 2016년부터 차례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생명)을 인수해 비은행 부문 시너지 토대를 만들었다. 신한금융도 2018년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현 신한EZ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들어 경쟁에 가세하며 왕좌 쟁탈전에 나섰다.
보험업 확대로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 과제는 현재진행형이다. KB금융과의 격차가 수년째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되면서다. 상반기 누적 기준 신한라이프 순이익은 3129억원, 신한EZ손보는 6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경쟁사인 KB라이프생명 2023억원, KB손보 5720억원과 비교했을 때 신한금융의 생보 계열사가 1106억원 앞섰지만 손보 계열사는 5780억원이나 뒤처져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반면 강병관 신한EZ손보 대표의 교체 카드도 함께 거론된다. 신한EZ손보의 순손실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13억원 순손실보다 확대된 수준이다. 강 대표는 삼성화재 투자관리파트 부장 출신으로 조 전 회장 시절인 2022년 5월 카디프손보 인수추진단장 겸 대표이사 사장 후보로서 신한금융에 영입됐다. 카디프손보가 신한금융에 인수된 이후 같은 해 7월 신한EZ손보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강 대표도 정해진 수순대로 대표에 오른 것이다.
자경위 관계자는 "신한지주 이사회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경영승계절차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며 "과거 대비 자회사 경영승계절차를 일찍 개시한 만큼 위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후보군을 면밀하게 심의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신한금융그룹의 미래를 이끌어 갈 최적의 대표이사 후보를 최종 추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