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은 퍼주면서" 생명 지키는 급발진·페달 오조작 방지는 왜 뒷전인가?

‘급발진’ 막을 방법, 아직도 실험 중?…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 의무화 시급하다

최근 국내 도로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운전자 실수에 대응할 수 있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의 의무화 필요성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고령 운전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고 발생하는 오조작 사고에 대한 제도적 대응의 부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인도 돌진 사고 이후 1년… 달라진 건 없었다

2024년 8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인도 돌진 사고는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당시 6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즉사한 피해자만 6명에 달했으며, 해당 사고의 원인으로는 급발진이 의심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사건 발생 후 1년이 지난 2025년 현재까지 유사한 사고는 계속되고 있으며, 제도적 변화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일부 차량에만 해당 기능이 탑재되었을 뿐, 정부 차원의 의무화 조치나 규제 강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출처 : 마슈마론 ev라이프

연령 문제 아닌, 시스템 부재의 문제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고의 원인을 고령 운전자에게 돌리기도 하지만, 통계는 보다 복합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최근 커뮤니티에서 공유된 데이터를 보면, 급발진 의심 사례 중 60대가 41.7%, 70대가 26.4%, 50대가 20.9%를 차지했다. 고령층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운전면허 소지자의 연령 분포를 감안하면 40~50대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이는 결국 특정 연령층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운전자 실수를 보완할 수 있는 안전 장치의 필요성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출처 : 마슈마론 ev라이프

기술은 발전했지만… 제도는 제자리

급발진 혹은 오조작 의심 사고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에는 45건, 2021년 51건이었던 신고 건수는 2023년에 들어 105건으로 급증했다. 자동차 기술이 날로 진보하고 있음에도 사고 발생 건수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은, 기술 발전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제도적 대응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일부 자동차 제조사는 자율주행 기술이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탑재해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지 시 혹은 저속 주행 중 운전자가 실수로 가속 페달을 밟는 상황에 대한 대응 시스템은 대부분 선택 사양이거나 고급 트림에 한정되어 있다.

오조작 방지 장치, 어떻게 작동하나

이른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는 정차 또는 저속 상황에서 차량 전방에 사람이나 물체가 있을 때, 운전자가 급가속을 시도할 경우 이를 감지해 가속을 차단하는 장치다.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장애물을 인식하고, 이상 조작이 감지되면 엔진 출력을 제한하거나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기본적으로 이 시스템은 운전자의 실수를 감지해 사고를 방지하는 보조적 장치로, 차량의 자율 제어 능력과도 연결된다. 현재 일부 수입차와 고급 국산차 모델에는 해당 기능이 탑재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산 경형 전기 SUV인 캐스퍼 일렉트릭이 이 기능을 기본 사양으로 적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본은 이미 10년 전부터 의무화… 사고율 절반 줄어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일본은 2012년부터 페달 오조작 방지 기술을 본격적으로 신차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10년간의 통계를 보면, 해당 장치의 적용률이 높아질수록 관련 사고 건수와 사상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10년 사이 페달 오조작 사고 건수가 51%, 관련 사상자 수가 52% 감소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결과는 기술 자체의 우수성보다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시범 적용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부 제조사에서는 보조 옵션으로 판매하고 있으나, 의무 적용 규정이 없고 보험제도나 구매 인센티브도 부재한 상황이다.

설치 의무화와 함께 정책 유인책도 필요

전문가들은 단순히 장치를 보급하는 것을 넘어서,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설치 유인을 제공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차량에 설치할 경우 자동차 보험료 할인, 정부 보조금 지급, 혹은 세액 공제 등의 혜택이 주어질 수 있다면 장착률은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제조사에 일방적인 비용 부담을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소비자와 보험사, 정부가 함께 비용을 분담하는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도 고령 운전자의 차량 안전장치 설치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제도 정착에 성공했다.

반복되는 참사… 더 이상 늦춰선 안 돼

2024년 서울 시청역 사고 이후, 수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했지만, 2025년 현재까지 실질적인 변화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일부 사고는 운전자의 실수일 수 있지만, 기술로 방지할 수 있는 사고였다면 그 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날 자동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고도의 전자 제어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 운전자의 실수나 착각조차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능함에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결국 정부의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다.

한 해 수십 건의 페달 오조작 사고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선택적 탑재’라는 이름 아래 방치되고 있는 현실. 정부가 이제는 기술을 제도와 연결할 때다. 더 많은 생명을 잃기 전에, '의무화'라는 강제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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