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덕수 2심 재판부 “국무위원 전부 반대했어도 尹 계엄 못 막았을 것”

서울고법 형사12-1부(재판장 이승철)가 7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총리 항소심 판결문에 “한 전 총리가 12·3 비상계엄에 반대했더라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1심이 한 전 총리에게 비상계엄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며 적용한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 혐의 등을 무죄로 뒤집으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심은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7일 본지가 확보한 158쪽 분량의 한 전 총리 항소심 판결문에는 재판부가 부작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담겼다.
앞서 1심은 한 전 총리에게 국무회의 운영 및 소집과 관련해 부작위가 있었다며 내란죄를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들에게 소집 사유를 미리 알려주는 등 마땅히 해야 할 의무를 다했다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항소심은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걸 별도 범죄로 보지 않았다. 1심과 달리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을 전부 모아 말렸더라도 이미 비상계엄 선포를 결심한 대통령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은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 행위이기 때문에 꼭 국무회의를 거칠 필요는 없다’ ‘내가 한 결정이다. 이미 언론에 다 이야기했고, 문의도 빗발치는 상황이어서 돌이킬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국무회의 심의 유무와 관계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려고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만약 국무위원 전원을 소집하고 실질적인 심의를 통해 윤석열에게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하며 국무회의록을 작성했더라도 비상계엄 선포를 막을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외에도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내용에 구속받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할 권한을 갖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이유로 “부작위범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당사자가 나섰다면 범죄 결과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가만히 있었을 때만 부작위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
다만 이와 별개로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 소집을 건의하고 재촉 전화를 하는 등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혐의는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대통령의 제1보좌기관이자 행정부 2인자로서 대통령의 권한이 합법적으로 행사되도록 보좌하고, 잘못된 권한 행사는 통제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이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에서 오는 막중한 책무를 저버리고 오히려 (비상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는 방법으로 내란에 가담하는 편에 섰다”고 지적했다.
◇韓 “트럼프 면담 때문인 줄”...재판부 “그랬다면 공식 연락했을 것”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호출한 이유를 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 문제 때문인 줄 알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부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윤석열이 자신을 갑자기 대통령실로 오라고 연락한 이유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 문제 때문인 것으로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나, 윤석열이 피고인을 그와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로 오라고 했다면 소집 이유를 미리 알려주면서 국가안보실장이나 비서실장을 통해 공식적으로 연락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한 전 총리는 지난달 7일 결심 공판에서 변호인으로부터 “(2024년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이 왜 부른다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모른다”며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한민국 대통령 간 면담이 추진되고 있었는데, 그것이 확정됐거나 논의를 하기 위해 소집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어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전부터 윤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계엄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 이전부터 정치권에서는 ‘윤석열이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저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며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경우 군 병력을 동원해 국회의 기능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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