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튀는 한미약품그룹 분쟁…전문경영인 체제 '동상이몽'
3자 연합이 내세운 전문경영인에 대해
형제측 "자질 논란, 친정체제 구축 의도"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3자 연합이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장악을 추진하자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한미약품의 모녀 측 이사 해임 요구로 맞서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전문경영인을 두고 극렬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3자 연합은 한미약품그룹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형제 측은 진정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가능할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한미약품 이사진에 경영진 신규 선임을 제안해 맞불을 놨다. 결국은 전문성을 갖춘 인사보다는 대주주 측 인사를 영입해 친정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3자 연합 vc 형제, 이사회 장악 싸움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에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사내이사 해임안과 신동국 기타비상무이사의 이사 해임을 주총 안건으로 제안했다. 앞서 3자 연합이 한미사이언스에 2명의 신규 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때만 해도 형제 편을 들었던 신 회장은 돌연 모녀와 손잡으면서 대주주 3자 연합을 구성해 지분 48.13%를 확보한 후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한미사이언스 대표자리를 차남이 쥐고 있는 만큼 임시 주총을 통해 이사회를 장악하고 전문경영인을 내세우겠다는 복안이다.
3자 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인원을 10명으로 제한하는 정관을 변경한 후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 형제 측 이사 5명, 모녀 측 이사 4명이었던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은 5대 6으로 모녀 측이 우위를 가져가게 된다. 한미사이언스는 다음 달 28일 임시 주총을 열어 이같은 안건을 논의한다.
전문경영인이냐 대주주 친정체제냐
형제 측은 3자 연합이 제시한 전문경영인 체제에 의문을 표하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3자 연합이 한미약품을 이끌 전문경영인으로 꼽는 박재현 현 대표에 대해 자질을 문제 삼고 있다.
우선 박 대표가 한미사이언스와 갈등을 유발한 만큼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지난 8월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에 위탁해온 인사·법무 조직을 한미약품 내에 신설해 독자경영하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박 대표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시키면서 양측간 불꽃 튀는 대립이 시작됐다.
형제 측은 박 대표가 북경한미 동사장으로 본인을 임명하면서 이사회 결의나 보고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북경한미가 한미약품의 매출과 수익을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주요 자회사인데 동사장 임명권 행사를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전문경영인으로서 기본적인 자질을 갖추지 못한 행위라고 규정했다. 임종윤 한미약품 이사는 이를 문제 삼아 감사위원회 소집을 검토하기도 했다.
과거 모녀 측에 서서 OCI홀딩스와의 통합안을 주도한 사모펀드 라데팡스 측 인사를 다시 불러들였다는 점에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형제 측 관계자는 “라데팡스 개입으로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키고 그 정점에 있던 경영전략실 모 상무를 전무로 재등용했고 OCI 통합 시절부터 모녀 편에서 일했던 모 인사도 한미사이언스에서 한미약품으로 자리를 옮긴 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해 인사팀을 담당하게 됐다”며 “대주주 간 분쟁에서 전문경영인이면 중립을 지키고 기업가치 제고에만 열중해야 하는데 무리한 인사로 임직원 불만과 지주사와의 갈등만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형제 측은 박재현 대표와 신동국 회장의 한미약품 이사 해임안과 동시에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의 이사 선임안을 제안했다. 이들에 대해 각 부문에 대해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온 명망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한미약품 측은 한미사이언스가 이사 선임 및 해임을 위해 임시 주총을 요청하고 법원에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즉각 반박에 나섰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임시 주총 허가를 신청한 것이라면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한미사이언스의 요구에 대해 ‘독재경영’이라고 표현하면서 반발하고 있는 만큼 ‘전문경영인 체제’를 둘러싼 3자 연합과 형제 측 갈등은 갈수록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소현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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