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친구들 사이, 한 마리의 패럿은 바닥에 누워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욕조 안, 패럿 몇 마리가 안절부절 못하며 미끄러운 벽을 오르려 발버둥칩니다. 위쪽에서 샤워기 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고, 그 물줄기에 당황한 듯 이리저리 움직이며 벽을 타려는 모습이 분주하게 이어졌죠.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물에 놀란 패럿들은 온몸을 써서 욕조를 빠져나가려 했지만, 미끄러운 표면은 쉽게 허락해주지 않았고, 네 발은 자꾸 헛돌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딱 한 마리의 패럿은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물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그저 욕조 바닥에 등을 댄 채 축 늘어져 누워 있었죠. 앞발은 가지런히 모여 있었고, 몸 전체는 마치 무게를 잃은 듯 흐느적이며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습니다. 고개도 들지 않았고, 움직일 기색조차 없이 물을 조용히 맞고 있는 모습은 어떤 면에서는 너무도 평온해 보였습니다. 다른 패럿들이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 아등바등하는 반면, 이 한 마리는 그저 모든 걸 내려놓은 듯했습니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폭소와 공감으로 가득했습니다. “쟤는 지금 삶을 잠시 내려놨어”, “물 맞고 인생 정지 버튼 누른 듯”, “패럿 한 마리만 지금 현실 도피 중”이라는 반응들이 이어졌고, 그 모습은 단순한 장면을 넘어서 이상하게 우리 일상과 겹쳐졌죠. 고요히 물을 맞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모습, 왠지 모르게 오늘 하루를 대변하는 듯했습니다.
살다 보면 우리도 그런 순간을 겪습니다. 주변은 시끌벅적하고, 모두가 무언가를 하고 있지만, 나는 그냥 물 한 줄기에 맞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있고 싶을 때. 그건 무기력이 아니라, 멈춤이 필요하다는 몸의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욕조 속 그 한 마리 패럿이 보여준 건 ‘도망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였습니다. 가끔은 움직이지 않아도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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