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썸) 킴은 스트레스 때문에 담배를 뿌셔버려…” 짓궂은 절친들의 수다

조회수 2024. 4. 26. 07:32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호스머의 난데없는 ‘진행 본능’

“Kim 그 친구는 스트레스 때문에 담배를 엄청 피우지.” 누군가 이 말을 꺼내자, 좌중이 빵 터진다. 한동안 낄낄거리는 소리가 가득하다.

난데없는 김하성(29)의 흡연 얘기가 화제다. 입방아에 올린 것은 예전 팀 동료다. 파드리스의 1루수였던 에릭 호스머(35)가 문제의 인물이다. 골드글러브를 4번이나 수상한 스타 플레이어다.

지난해를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그리고 2월부터 온라인 방송을 런칭했다. 자신이 진행자로 출연한다. ‘디깅 딥 팟캐스트(Diggin' Deep Podcast)’라는 프로그램이다. 애스트로스 출신 (불펜 투수) 피터 모일런, 멘탈 코치 저스틴 수아가 고정 패널이다. 클럽하우스 안팎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주된 메뉴다.

방송된 내용은 유튜브로도 업로드된다. 최근 편(Ep 10) 게스트는 2명의 파드리스 외야수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주릭슨 프로파다. 모두 김하성과 친하다고 알려진 선수들이다. 이들이 외국인 선수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이다. 페타주가 도미니카, 프로파는 퀴라소(네덜란드령) 출신이기에 공감되는 이슈다.

호스머가 괜한 진행 본능을 드러낸다. 뜬금없는 인물을 소환한 것이다. “Kim 얘기를 하나 할게. 가장 친한 친구니까”라고 말문을 열더니 “한국과 일본 선수들이 담배를 많이 핀다. 화를 참고, 긴장을 풀기 위해서인 것 같다”고 자락을 깐다.

그리고 본격적인 썰이 등장한다. “Kim의 첫해였다. 클럽하우스 뒤에 있는 화장실에서 담배를 뿌셔버리더라(crushingㆍ엄청 피운다는 뜻인 듯). 이듬 해 캠프 때 봤는데 ‘이제는 안 피워’라고 하더라. 그래서 ‘잘했다’고 칭찬해 줬다.”

김하성의 담배 에피소드를 전하는 에릭 호스머 유튜브 채널 Diggin' Deep Podcast

류현진도 겪은 비슷한 에피소드

여기까지면 해피엔딩이다. 그런데 다음 얘기가 있다. 다시 호스머의 말이다.

“(2022시즌) 개막하고 이튿날 보니까 또 피우고 있더라. ‘끊었다며, 왜 그래?” 하고 물으니까 Kim이 ‘무초 스트레스’라고 하더라.” ‘무초(mucho)’는 ‘많다(much)’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그러니까 스트레스 때문에 담배를 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얘기를 듣던 페타주와 프로파가 배를 잡고 넘어간다.

류현진도 비슷한 일화가 있다.

역시 미국 진출 초기다. 다저스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투수조의 러닝 첫날이다. 감히 루키 주제에 당당히 최하위권으로 골인했다. 마침 며칠 전에도 SNS를 한껏 달궜다. 햄버거 세트 4인분을 앞에 놓고 찍힌 사진 탓이다. (물론 오해다. 일행 4명이 함께 주문한 것이었다.)

그냥 넘길 사람들이 아니다. 베테랑 기자가 매운 맛을 선사한다. 다저스만 40년 가까이 담당한 MLB.com의 켄 거닉(2020년 은퇴)이다. “Ryu는 스프링캠프에 들어오면서 인앤아웃(햄버거)을 끊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담배를 끊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그 정도로 기죽을 멘탈이 아니다. 당사자는 다음날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다. “기사 보고 (안)승민이에게 카톡이 왔더라. ‘형, 담배 좀 끊어요’라고. 평소 부모님께도 잔소리 많이 듣는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나? 한화 때도 달리기는 거의 꼴찌였다.”

테임즈 “한국 라커룸에는 카지노 냄새”

미국의 공공장소는 대부분 금연 구역이다. 야구장, 특히 메이저리그가 열리는 곳도 마찬가지다. 전국 30개 중 27개가 ‘스모킹 프리(smoking free)’로 지정됐다. 연초는 물론이고, 전자담배, 씹는 담배가 모두 금지된다.

허용되는 곳은 세 군데 정도다. 세인트루이스(부시 스타디움), 캔자스시티 (코프먼 스타디움), 애리조나 (체이스 필드) 등이다. 여기도 흡연은 주로 게이트 밖에 지정된 곳에서만 가능하다.

다만 선수단에는 예외적인 관례가 있다. 특정한 구역을 묵인해 주는 방식이다. 주로 덕아웃이나 클럽하우스 근처에 있는 화장실이 이용된다. 그나마 환기가 가능한 시설이기 때문인 것 같다.

다이노스에서 활약했던 에릭 테임즈가 돌아가 미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있다. “한국 라커룸에서는 카지노 냄새가 난다.” 경기 중간 중간에도 감독, 코치, 선수 할 것 없이 담배를 피운다는 말이다. 물론 지금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MLB는 강력한 금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014년 토니 그윈이 구강암으로 타계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애용하던 씹는 담배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2016년 사무국과 선수노조가 단체협약을 통해 무연 담배를 금지시켰다.

그러나 오랜 습관을 한 번에 끊기는 쉽지 않다. 요즘도 니코틴이 없는 딥(dip, 씹는 담배)을 찾는 선수들이 꽤 있다.

호스머의 말처럼 아시아권 선수들은 연초 담배를 즐긴다. 비교적 흡연에 관대한 문화를 가진 일본 출신들도 많다. 비단 선수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다저스의 스프링캠프를 취재하던 일본 보도진이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돼 공개 사과한 일도 있다.

낄낄거림 속에 숨겨진 ‘경의’

물론 흡연은 엄격하게 다룰 이슈다. 결코 권장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꾸짖고, 욕할 것도 없다. 성인이라면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류현진의 말처럼 ‘죄지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경우는 공감이 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여북할까. 그런 안쓰러움 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렇다고 흡연이라는 행위 자체를 변호하거나, 편들어줄 마음은 없다.)

어썸 킴이 지난겨울 귀국했을 때다. tvN의 인기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했다. 그러면서 미국 초창기에 겪은 어려움을 이렇게 회상했다.

“첫해에 경기도 못 나가고, 문화도 다르고, 언어적인 것도…. 한국에서 (상대했던) 공이 평균 속도가 142km 정도였어요. 그런데 미국에 딱 갔는데, 스프링캠프 때 말도 안 되는 공들이 오는 거예요.”

옆에서 듣던 국민 MC가 묻는다. “그때 심정이 좀 어떠셨어요?”

“첫 경기에 (선발도 아닌) 불펜 투수가 나왔는데, 등번호가 막 세 자릿수예요. 그때 처음 160km가 넘는 공을 봤거든요. 그것도 똑바로 오는 공이 아니고, 휘어져요. ‘이건 뭐가 잘못됐다’ 싶었죠. ‘아유, 이거 어떡하지?’ 그런 생각만 드는 거예요.”

그야말로 ‘무초(mucho) 스트레스’다. 원형 탈모까지 겪던 시기다. 호스머는 이런 과정을 모두 곁에서 지켜봤다. 당시 팀의 리더 격인 위치였다. 훈련이 끝나면 프로파를 김하성의 숙소로 보내기도 했다. 이런저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호스머는 그 시즌을 끝으로 레드삭스로 트레이드 됐다.)

호스머는 잠시 진지한 말투를 되찾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그 뒤로는 Kim이 1년, 1년 지날수록 좋아지는 게 보이더라. 이제는 대단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 말에 페타주와 프로파가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짓궂은 에피소드와 낄낄거림. 그 속에는 분명 남다른 감정도 담겨 있을 것이다. 막막한 좌절과 끝없는 절망을 극복한 동료를 향한 깊은 존중과 경의 말이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