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설마"…트럼프가 본인 말 기억 못하는(?) 이유 [트럼프의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말을 바꿨다. 그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움직이는 과정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으며 조만간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쟁 기간 국제사회에서 '왕따'를 자처하던 러시아가 단숨에 세계무대의 중앙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쾰른=AP/뉴시스] 25일(현지 시간)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로즈 먼데이 퍼레이드를 앞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사랑의 망치로 내려치는 모습의 퍼레이드 조형물이 공개되고 있다. 2025.02.26](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2/28/moneytoday/20250228172537094lutd.jpg)
직전까지만 해도 서방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 입지는 급속히 줄었다. 이어진 트럼프 주도 정전 협상은 러시아만 포함시키고 우크라이나는 배제하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는 자신의 SNS에서 젤렌스키의 자질과 정당성에 흠집을 내며 그를 정치적으로 고립시키고자 했다. 취임 직후 관세, 안보, 국방 등 다양한 방식으로 힘을 과시해 온 트럼프로부터 지목당한 젤렌스키가 푸틴 대신 새로운 국제사회 '왕따'로 전락할 수도 있는 상황까지 만들어진 셈이다.
▶A Dictator without Elections. Zelensky better move fast or he is not going to have a Country left. (선거 없는 독재자. 젤렌스키가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나라가 남아나지 않을 것)
-2월19일 트럼프의 트루스소셜 글
트럼프의 '독재자' 발언 논란은 젤렌스키에 대한 조롱이자 압박으로 시작했다. 미국이 지난 3년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사·경제 지원의 대가로 광물 5000억달러(약 720조원)치 소유권을 요구했는데, 젤렌스키가 거부했다. 그러자 SNS에 "지지율이 아주 낮고 선거도 거부하고 있는 독재자이면서 그저 그런 성공을 거둔 코미디언"이라고 인신공격을 했다.

▶I don't use those words lightly. (나는그 단어(독재자)를 가볍게 쓰지 않는다)
-트럼프, 2월25일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기자로부터 "푸틴도 '독재자'라고 부르겠냐"는 질문을 받고 대답.
이로써 트럼프는 푸틴을 '독재자'라 부르지 않겠다고 사실상 거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로 나선 트럼프의 무게추가 푸틴으로 기울어 보인다는 외신의 지적이 많았다. 이날 트럼프는 백악관을 찾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집무실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었다. 바로 옆에 앉은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장면을 지켜보기만 했다. 이후 기자회견 자리에서 마크롱은 트럼프와 나란히 서서 "푸틴 대통령이 평화를 위반했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의 '침략자'(aggressor)"라고 말했다.
▶Did I say that? I can't believe I said that.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믿을 수가 없네)
-트럼프, 2월27일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기자로부터 "내일 만날 젤렌스키에 대해 독재자라 표현한 것 사과할 거냐"는 질문을 받고 대답.
이날은 백악관을 찾은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이었다. 트럼프는 기자로부터 "내일(28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광물 협정을 체결할 예정인데, 과거 젤렌스키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른 것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내가 (젤렌스키가 독재자라고) 그렇게 말했었나. 내가 그렇게 말했다는 것을 못 믿겠다"고 말했다. 더 이상의 부연 설명 없이 "다음 질문"이라며 회피했다.

▶I have a very good relationship with President Putin. I think I have a very good relationship with President Zelenskiy. And now we're you know, we're doing the deal and we're going to be in there. (나는 푸틴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젤렌스키와도 매우 좋은 관계라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거래를 하는 중이다)
-2월27일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정전 협상 질문을 받은 트럼프의 대답.
이어진 대답으로 결국 트럼프는 젤렌스키로부터 받아낼 돈을 정한 뒤 받아내기 위해 압박하는 과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정전 협상 언급 초기부터 "젤렌스키는 시작했어도 안 되고, 이길 수도 없는 전쟁에 미국이 3500억달러(약 503조 2650억원)를 쓰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마치 미국이 큰 손해를 본 것처럼 말했다. CNN에 따르면 이 숫자는 미 의회가 승인한 우크라이나 지원 금액인 1750억 달러(252조원)와는 차이가 크다.
저 돈을 '회수'해야 겠다는 계산이 섰다. 트럼프는 젤렌스키로 하여금 기금을 만들고, 우크라이나 내 광물과 희토류 등 자원 수익을 넣어 미국에 돌려주라고 요구했다. EU(유럽연합)는 이런 트럼프를 두고 '경제적 약탈'이라고까지 비난했다. 궁지에 몰린 젤렌스키는 안보를 보장받는 선에서 수용키로 했다. 그리고 28일 그는 백악관으로 날아와 트럼프를 만난 자리에서 이 협정서에 사인할 예정이다. 원하는 바를 얻게 된 트럼프가 협정 체결식을 하루 앞두고 독재자 발언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물러났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냉정한 정산'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다. 젤렌스키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에 대통령직까지 내걸었지만 미국은 여전히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또한 젤렌스키를 정치적으로 몰아세우고 모욕을 주는 과정에서 확인하게 된 '우월적 지위'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팀은 젤렌스키가 사라지기를 원할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우크라이나에 최악의 시나리오로 흘러가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은 트럼프의 행보에 대해 "외교적 표현 대신 직설적으로 말한다. (트럼프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기본적으로 최후통첩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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