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위 기록에 높은 평점까지 자랑하며 글로벌 대흥행한 韓 액션물

디즈니+ '조각도시' 리뷰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각도시'(Contorted)는 2017년 개봉했던 영화 '조작된 도시'를 원안으로 하는 리메이크 확장판이다. 이미 한 차례 대중에게 선보여진 바 있는 이 기획이, 12부작 드라마 시리즈로 부활한다는 소식에 필자는 기대보다 우려가 앞섰다. 원작 영화의 역동적인 액션과 참신한 소재는 높이 평가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개연성이 무너지고 지나친 코미디 요소로 인해 장르적 몰입도가 희석되었던 실망감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각도시'는 공개 직후 이러한 우려를 단숨에 걷어냈다. 원작의 핵심 골격인 '인생 조작'이라는 충격적인 테마는 유지하되, 12부작이라는 확장된 러닝타임 위에서 인물들의 심리적 깊이와 서사의 치밀함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단순한 오락 영화의 차원을 넘어, '누명 스릴러'와 '리벤지 스릴러'의 교차점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수작이 탄생했다.

평범하고 성실한 청년 박태중(지창욱 분)은 어느 날 갑자기 흉악한 성폭행 및 살인범으로 내몰린다. 모든 증거는 완벽하게 조작되었고, 그의 삶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교도소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던 태중은 자신의 누명 뒤에 타인의 인생을 제멋대로 '조각'하며 쾌락을 느끼는 냉혹한 빌런 안요한(도경수 분)이 있음을 알게 된다. 드라마는 태중이 지옥 같은 감옥에서 탈출을 감행하고, 자신을 지옥으로 밀어 넣은 설계자 요한을 향한 처절한 복수를 실행하는 과정을 밀도 높게 따라간다. 이 과정에서 태중은 단순한 힘이 아닌, 지략과 심리를 이용해 난관을 헤쳐나가며 새로운 조력자들과 관계를 맺는다.

'조각도시'는 원작에서 아쉬웠던 가벼운 코미디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고, 시종일관 어둡고 진지한 하드보일드 스릴러의 톤을 유지한다. 이는 주인공의 절망과 복수라는 주제를 더욱 깊이 있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소다. 지창욱은 원작에 이어 다시 한번 주인공을 맡아, 단순히 게임에 빠진 백수가 아닌 근면성실한 청년이 파멸하는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그의 액션은 빠르면서도 처절하고, 무엇보다 누명으로 인해 무너지고 분노하는 복잡다단한 내면 연기는 시청자를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도경수가 맡은 악역 '안요한'은 그동안 쌓아온 모범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부수고 소름 끼치는 사이코패스 빌런으로 등장한다. 겉모습과 달리 냉혹하고 표독스러운 눈빛 연기는 극에 압도적인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연기 호평의 중심에 서있다.

하지만 억울한 옥살이와 복수를 위해 감옥에서 기술을 연마하는 설정, 그리고 거액이 걸린 생존 게임(카레이싱 등) 시퀀스는 각각 '올드보이'나 '오징어 게임'을 연상시키는 장르적 기시감을 피할 수 없다. 확장된 서사를 채우기 위한 부가적인 요소들이 독창성 면에서는 다소 아쉽다. '조각도시'는 전체적인 만듦새로 볼때 훌륭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인물 간 개연성이나 극 전개에서 '뻔한 스토리'로 보여질수 있는 요소가 많다. 극단적인 설정이 전제된 장르인 만큼, 정교한 서사 연결에 대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조각도시'는 원작이 담지 못한 장점을 채웠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평가를 받을만 했다. 영화가 짧은 러닝타임 안에 액션과 오락성에 치중하느라 '조작된 세상'이 가져오는 근원적인 공포와 절망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면, 드라마는 그 지점을 파고든 대목이 인상적이다.

주인공 태중의 삶이 송두리째 파괴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이 고통은 곧 복수라는 뜨거운 집착으로 변모하며 시청자의 몰입도를 끌어당긴다. 특히 태중이 탈출과 추적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압박과 감정의 동요를 길게 호흡하며 다루는 방식은, 이 드라마가 단순한 '액션 오락물'을 넘어선 '인간 심리 드라마'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조각도시'는 원작의 아쉬움을 해소하고, 복수극이라는 장르의 정석적인 문법을 밟으면서도 배우들의 호연과 치밀하게 확장된 서사로 그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린 디즈니+의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조각도시' 전체 12화는 디즈니+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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