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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반대쪽 목을 수술했어요..." 황당한 의사의 사연

조회수 2023. 9. 19. 08: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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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남성 환자의 신경 수술을 도와주고 있었다.

수술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수술이 끝나고 복도를 걸어가는데 무언가가 나를 괴롭혔다. 순간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과 함께 불현듯 나와 실습생이 반대쪽 목을 수술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술은 중간선 절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수술 후 초음파 검사로는 목의 어느 쪽을 수술했는지 알 수 없다. 그리고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반드시 증상이 호전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환자에게 거짓말을 하고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이후에 추가 수술을 권할 수도 있었다.

다음 날 두려운 마음으로 환자가 누워 있는 병실로 들어갔다.

“유감스럽지만 환자분께 좋지 않은 소식이 있습니다.”
“무슨 일인가요, 선생님?”
“제가 수술해야 할 쪽이 아닌 다른 쪽을 수술했습니다.”

병실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잘 알아들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저는 부엌에 붙박이 가구를 설치하는 일을 합니다. 한 번은 거꾸로 설치한 적이 있어요. 실수하기 쉬운 부분이죠.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수술해주신다고 약속해주세요.”

이 일은 아주 오래전에 일어난 일이다. 만약 요즘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나는 아마도 해고당했을 것이고 그 때문에 거짓말을 해야겠다는 압박감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외과 의사들은 그들이 이룬 성공이 아니라 합병증과 실패 확률로 판단된다. 물론 이런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특히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의사일수록 까다로운 수술을 맡게 되기 때문에 합병증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동료 의사들에게, 자기 자신에게 실수와 합병증을 부정하고 숨기기 쉽다. 나 역시 숨기고 부정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모든 외과 의사들은 환자에게 경험 많고 유능한 척해야 하는 힘겨운 시기를 거친다. 본인 힘으로는 어쩔 수 없어서 자신보다 뛰어난 동료에게 환자를 보내야 할 때도 있다.

은퇴를 앞둔 어느 날 젊은 의사인 올레나가 나를 찾아왔다. 자신의 뇌스캔에서 종양을 발견하곤 내게 수술을 부탁하는 것이었다.

“저는 선생님이 수술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보다 실력이 뛰어난 의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선생님을 믿어요.”
“한 번 고민해 볼게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종양의 크기가 너무 크고 수술 후유증으로 안면 마비가 올 가능성이 매우 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크게 고민할 필요 없는 문제였다. 한창 병원에서 일했을 땐 누구라도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거의 항상 나에게 수술이 맡겨졌다.

하지만 결국 나는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젊은 동료 의사에게 이 수술을 넘겼다.

동료 의사에게 이 수술을 맡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겁쟁이 같은 행동일까? 반대로 직접 수술하기로 했다면 그건 외과 의사로서 내 경력이 끝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허영심 때문일까?

올레나의 수술은 안면 마비 후유증 없이 잘 마쳤다. 정말로 놀라운 결과였다. 동료들이 매우 자랑스러웠지만 한편으로 조금 슬프기도 했다.

올레나의 수술(정확히 말하면 내가 맡지 않기로 결정한 수술)은 외과 의사로서 내 경력이 끝났음을 의미했다. 외과 의사들은 이를 은퇴했다고 표현한다.


"진정으로 살 가치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_《파이낸셜 타임스》

영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신경외과 의사 '헨리 마시'가
전립선암 판정을 받고 존엄한 마지막을 준비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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