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위' 밀워키 브루어스의 놀라운 저력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잘 나가는 팀은 밀워키다. 파죽지세로 메이저리그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피츠버그 3연전을 싹쓸이하면서 12연승에 성공했다.

최근 31경기 성적은 무려 27승4패다.

메이저리그 승률 순위

0.633 - 밀워키 (76승44패)
0.582 - 토론토 (71승51패)
0.577 - 디트로이트 (71승52패)
0.570 - 샌디에이고 (69승52패)
0.570 - 필라델피아 (69승52패)


밀워키는 5월말까지 5할 승률도 되지 않았다. 5월25일자로 25승28패였다. 지구 순위는 1위 시카고 컵스와 6경기 반 차이가 나는 4위였다.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도 10.1%에 불과했다. 시즌 초반이지만 우승 경쟁과 거리가 멀었다.

사실 밀워키는 올해 성적이 아쉬워도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몇 년간 전력 누수가 너무 컸다. 이미 크렉 카운셀 감독과 코빈 번스가 떠난 상황에서, 지난 겨울 윌리 아다메스와 데빈 윌리엄스가 이적했다. 이 정도면 어느 팀이라도 성적이 떨어지는 게 당연했다.

밀워키 브루어스 (밀워키 SNS)

하지만 밀워키는 보란듯이 반등했다. 5월27일부터 8연승을 달리면서 5할 승률을 회복했다. 6월 16승9패 이후, 7월 11연승 포함 17승7패, 8월에는 12경기에서 무패행진이다. 현대 야구 역사상 단일 시즌 최소 11연승에 두 차례 이상 성공한 팀은 밀워키가 14번째다. 21세기 들어서는 2015년 토론토와 올해 밀워키가 전부다.

단일 시즌 두 차례 11연승 이상 팀

1903 - 피츠버그
1904 - 뉴욕 자이언츠
1906 - 양키스 & 컵스
1909 - 피츠버그
1916 - 자이언츠
1926 - 양키스
1927 - 피츠버그
1931 -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
1935 - 컵스
1946 - 보스턴
1954 - 클리블랜드
2015 - 토론토
2025 - 밀워키


공동체
올해 밀워키는 타선의 파워 감소가 우려됐다. 지난 3년간 팀 내 가장 많은 홈런을 친 아다메스가 빠졌다. 아다메스는 2022-24년 도합 87홈런으로, 같은 기간 밀워키 홈런의 약 16%를 책임졌다. 2위 로디 텔레스(48홈런)와 3위 크리스찬 옐리치(44홈런)의 홈런을 합친 것과 비슷했다. 부족한 타선의 파워를 그나마 지탱해준 선수였다.

밀워키는 전형적인 스몰마켓이다. 대대적인 투자로 체급을 키우거나 유지하는 운영이 어렵다. 많은 돈을 요구하는 홈런 타자를 보강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러면 기존 색깔이 더 뚜렷해져야 한다. 콘택트 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타격, 루상에서 한 베이스를 더 훔치는 스피드가 한층 중요해졌다. 다양한 작전으로 필요한 점수를 짜내는 '득점 제조력(manufacturing runs)'이 올해 밀워키 타선의 열쇠였다.

밀워키 타자들은 공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다. 타격은 쳐야될 공만 맞혀야 원하는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올해 밀워키는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아웃존 공에 방망이를 내는 비중(chase%)이 두 번째로 낮다. 덕분에 밀워키는 팀 타율 .259로 리그 1위, 전체 2위에 올라있다.

아웃존 스윙률 최저 팀 (%)

26.2 - 다저스
26.1 - 신시내티
26.0 - 밀워키
25.8 - 양키스

브라이스 투랑 (밀워키 SNS)

밀워키는 공을 맞혀 인플레이 타구를 최대한 많이 만들었다. 팀 도루 전체 2위인 밀워키는, 기동력을 앞세워 이 인플레이 타구들을 안타로 연결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내야 안타(125개)와 번트 안타(20개) 모두 최다 1위였다. 상대 수비에게 부담감을 높이는 타자들이 즐비했다.

팀 최다 도루 순위

155 - 탬파베이
133 - 밀워키
129 - 컵스
128 - 시애틀


아웃카운트를 쉽게 낭비하지도 않았다. 밀워키는 그라운드 병살타가 전체 두 번째로 적다(컵스 49회, 밀워키 62회). 그리고 주자 진루 여부로 아웃카운트를 매기는 '생산적인 아웃들(Productive Outs)'은 네 번째로 많았다. 주자가 있으면 팀 배팅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득점에 기여하려고 노력했다.

생산적인 아웃카운트 최다 팀

160 - 샌디에이고
152 - 애리조나
138 - 토론토
137 - 밀워키


밀워키는 희생번트 최다 5위(22개) 희생플라이도 최다 4위(39개)다. 개인 기록과 상관없이 팀 득점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밀워키 리더' 옐리치는 이러한 접근법에 관해 설명한 바 있다.

"우리는 그저 경기에서 승리하는 방식을 찾는다.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되는지의 공감대, 기준이 있다. 이 팀에 온 모두가 그것을 따른다(We just find ways to win games. We have a standard, like, an identity of how we play. And everyone who comes in here slots into that)"

크리스찬 옐리치 (밀워키 SNS)

'토털 베이스볼'을 추구하는 밀워키는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그래서 팀의 핵심 잭슨 츄리오와 리스 호스킨스가 부상으로 빠져 있어도 공백이 덜하다(츄리오 햄스트링 & 호스킨스 엄지손가락).

모두가 팀의 주역이 될 수 있는 팀이 바로 밀워키다.

외인구단
밀워키는 이례적인 팀이다. 보통 스몰마켓 팀은 자체 생산 선수들이 대다수다. 외부에서 좋은 선수들을 데려올 여력이 없기 때문에 팜을 가꿔 메이저리그 전력을 꾸린다.

밀워키는 이 상식에서 벗어난다. 26인 로스터에서 밀워키가 직접 선발하고 키운 선수는 5명밖에 없다. 샌디에이고(3명)와 보스턴(4명) 다음으로 적은 숫자다.

대신, 다른 팀들이 놓친 원석을 발굴해서 잘 키워냈다.

선발 퀸 프리스터(24)는 2019년 드래프트 전체 18순위 출신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밀워키로 오기 전 통산 21경기(15선발) 6승9패 평균자책점 6.23이었다. 메이저리그에 남아있을 수준이 아니었다.

밀워키는 프리스터를 데려와서 쏠쏠하게 활용하고 있다. 22경기(17선발) 11승2패 평균자책점 3.49를 기록 중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마운드에 프리스터가 있다면, 타선에는 앤드류 본(27)이 있다.

본은 2019년 드래프트 전체 3순위에 빛나는 특급 유망주였다. 본을 지명한 시카고 화이트삭스도 기대가 남달랐다. 하지만 2023년 21홈런을 때려낸 이후 더 발전하지 못했다.

화이트삭스는 2023년이 본의 최고점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이 밀워키는 선발 애런 서발리가 고민거리였다. 불펜행에 반발하면서 트레이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침 본을 넘기고 싶어한 화이트삭스와 이해관계가 맞았다. 밀워키는 즉시 본을 영입했고, 일단 트리플A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그리고 호스킨스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본을 승격시켰다.

앤드류 본 (밀워키 SNS)

본은 밀워키에서 화이트삭스가 기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8경기 타율 .340, 8홈런 32타점을 올렸다. 본이 밀워키에 데뷔한 7월8일 이후, 내셔널리그에서 본보다 더 높은 조정득점생산력(wRC+)을 기록한 타자는 한 명뿐이다.

7/8일 이후 NL wRC+ 순위

196 - 오타니 쇼헤이
185 - 앤드류 본
180 - 마이클 해리스 2세
172 - 카일 슈와버
169 - 카일 스타워스


'마이너리그 룰5 드래프트'로 보강한 아이작 콜린스(28)도 반전을 일으키고 있다. 콜로라도에서 메이저리그 데뷔도 실패했지만, 올해 밀워키에선 신인왕 후보로 거듭났다(99경기 타율 .288 8홈런). <팬그래프> 승리기여도 3.0은 내셔널리그 신인 야수 중 1위다.

한편, 2위는 애틀랜타 드레이크 볼드윈(2.3) 3위는 밀워키 케일럽 더빈(1.6)이다. 더빈은 데빈 윌리엄스를 내주고 양키스에서 받아왔다.

이처럼 밀워키는 다른 팀에서 포기한 선수들이 제2의 기회를 얻고 있다. 한 번의 좌절이 영원한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 경험들이 자양분이 돼서 지금의 밀워키를 만들었다.

지주
야구에서 감독의 역량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정규시즌에선 더 한계가 명확하다. 아무리 뛰어난 감독이어도 최하위 전력을 최고의 팀으로 이끌 순 없다.

밀워키도 선수들의 활약이 절대적이다. 다만,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는 건 팻 머피 감독이 주도하고 있다. 밀워키가 내세운 '팀 퍼스트'는 머피 감독의 오랜 야구관이다.

팻 머피 감독 (밀워키 SNS)

대학 야구계에서 잔뼈가 굵었던 머피 감독은, 지난해 카운셀 감독이 떠나면서 밀워키의 지휘봉을 잡았다. 메이저리그 감독은 처음이지만, 수년간 밀워키 벤치코치를 맡아 팀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이에 밀워키는 카운셀 감독의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았다. 젊은 선수단을 잘 통솔한 머피 감독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감독상을 수상했다.

올해도 머피 감독의 지도력은 돋보인다.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또한 안일한 모습을 보이면 곧바로 제재를 가해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실제로 시즌 중반 불성실한 경기력을 보인 조이 오티스가 선발에서 빠지기도 했다.

밀워키는 정신적인 지주가 한 명 더 있다. 지난 1월 90세 일기로 세상을 떠난 밥 유커(Bob Uecker)다. 50년 넘게 밀워키 경기를 중계한 유커는 밀워키 야구 역사의 산증인이었다.

당시 밀워키 선수단은 깊은 슬픔에 빠졌었다. 옐리치는 눈물을 보이면서 '반드시 유커의 영전에 우승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옐리치의 각오는 구단 전체에 퍼져 있다. 설령 유커와 인연이 없어도 이번 시즌이 가지는 의미를 모를 수가 없었다. 현지에선 밀워키의 상승세를 두고 '유커 매직(Uecker Magic)'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밀워키의 약점은 포스트시즌이다. 지난 7년간 6번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지만, 2018년을 제외하면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이로 인해 밀워키는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팀으로 남아있다.

올해는 이 숙원을 해결할 수 있는 적기처럼 보인다. 여전히 '언더독의 반란'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프로에서 가장 강한 팀은 가장 많이 이기는 팀이다.

'메이저리그 최강팀'이 된 밀워키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창섭
현 <SPOTV> MLB 해설위원
전 <네이버> MLB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