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소시지가 ‘백화점 고급햄’보다 가격 3배 이상 오른 현실 이유

출처 : 뉴스 1

한국은행 칩플레이션 발생 발표
공급망 불안. 수입 원자재 급등
저가 상품 가격 압박 증가

한국은행은 2024년 12월 18일 ‘팬데믹 이후 칩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저렴한 상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오르는 가격이 낮다는 의미의 ‘칩'(cheap)과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인 ‘칩플레이션’(cheapflation)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

한국은행은 대한상공회의소가 3천여 개 조사 대상 판매점의 판매 기록을 저장한 ‘스캐너 데이터’를 이용해 가공식품 상품의 가격 분위별 물가지수를 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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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20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가공식품 81개의 가격 수준별 상승률을 분석했다. 2019년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동일 품목 상품을 1 분위(저가)부터 4 분위(고가)까지 나눈 결과, 저가 상품의 가격 상승률은 16.4%로 고가 상품의 5.6%를 크게 웃돌았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소시지 가격이 백화점의 고급 햄 가격보다 3배 더 많이 오른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저가와 고가 상품 간 가격 상승률 격차가 크지 않았지만, 팬데믹 이후 물가 급등기에 저가 상품의 가격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되었다. 보고서는 이를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큰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증거로 제시했다. 한편, 2023년 이후 물가 하락기에는 저가 상품의 가격 상승률이 빠르게 둔화하였고 격차 또한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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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격차가 줄어든 현상은 팬데믹 이후 공급망 불안과 수입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외부 요인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했다. 저가 상품은 저렴한 수입 원자재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 해외 공급 충격에 취약하다. 또한 판매 마진이 적어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

더 저렴한 상품으로 소비가 몰리는 현상도 가격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었다. 팬데믹 이후 저가 상품의 매출 비중은 증가했고 고가 상품의 매출 비중은 줄었다. 보고서는 소비자들이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더 저렴한 판매점과 상품을 선택함에 따라 저가 상품의 가격 상승 압박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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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플레이션은 소득에 따라 ‘실효 물가’ 격차를 더욱 확대했다. 소득 1 분위(하위 20%) 계층의 실효 물가 누적 상승률은 13.0%로 소득 5 분위(상위 20%) 계층의 11.7%보다 1.3% 포인트 높았다. 특히 저소득층이 주로 소비하는 음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실효 물가 격차는 2.4% 포인트까지 커졌다.

이 같은 분석은 정부의 물가 정책 필요성을 더욱 부각했다. 조강철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 팀 차장은 “물가 상승기에 해외 공급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할당관세를 적용하거나 중·저가 상품 중심으로 할인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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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연구팀은 “저소득층이 더 고통받는 칩플레이션은 물가 급등기에 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라며 “통화정책을 통해 전체적으로 물가안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결국 저소득층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 정책 측면에서는 저가 상품의 가격 안정에 집중함으로써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라며 “할당 관세나 가격 급등 품목에 대한 할인 지원 때 저가 상품에 선별 지원을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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