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느리를 맞으면 시어머니는 어떻게든 새 식구의 마음을 얻고 싶어 합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선물을 고르느라 몇 날 며칠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 정성이 며느리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입니다.올해 예순여섯 살인 최순희 씨는 6개월 전 며느리 생일에 300만 원짜리 명품 가방을 선물했습니다. 평생 처음 들어가 본 백화점 명품관에서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우연히 본 중고 거래 앱의 사진 한 장에 순희 씨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시어머니의 첫 명품관
순희 씨는 평생 시장 옷가게에서 옷을 사 입은 사람이었습니다. 명품이라는 말은 텔레비전에서나 듣던 이야기였습니다. 남편과 함께 작은 분식집을 30년 동안 운영하며 외아들을 키웠습니다.아들 성민이가 3년 전 결혼하며 데려온 며느리 지혜는 세련되고 똑똑한 아가씨였습니다. 순희 씨는 그런 며느리가 시골스러운 시어머니를 어려워할까 봐 늘 조심스러웠습니다. 며느리에게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무엇을 해 줘야 할지 몰랐습니다.그러다 며느리 생일을 앞두고 친구 딸에게 요즘 젊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물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친구 딸은 명품 가방이라고 했습니다. 순희 씨는 그날 밤 분식집 금고를 열어 1년 동안 모은 돈을 세어 보았습니다.며느리가 처음 인사를 오던 날, 순희 씨는 분식집 문을 닫고 집에서 갈비찜을 만들었습니다. 며느리는 맛있다며 두 그릇을 비웠지만, 대화는 어색하게 끊기곤 했습니다. 순희 씨는 그날 밤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배운 게 없어서 지혜랑 할 얘기가 없네." 그 뒤로 순희 씨는 며느리에게 잘해 줄 방법을 늘 고민했습니다.

300만 원의 선물
며느리 생일 일주일 전, 순희 씨는 처음으로 백화점 명품관에 들어갔습니다. 반짝이는 조명과 정장 차림의 직원들 앞에서 순희 씨는 주눅이 들었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 가장 무난해 보이는 검은 가방 하나를 골랐습니다. 가격표를 확인하고 숨이 막혔지만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내밀었습니다.생일날 순희 씨는 가방 상자를 며느리에게 건넸습니다. 며느리는 상자를 열어 보고 환하게 웃었습니다. "어머님, 이걸 어떻게... 정말 감사해요. 소중하게 들고 다닐게요." 아들도 엄마에게 고맙다며 어깨를 감쌌습니다.순희 씨는 그날 밤 남편에게 자랑했습니다. "여보, 지혜가 그렇게 좋아하더라. 돈 아깝지 않았어." 분식집에서 1년 동안 떡볶이를 저어 번 돈이었지만, 며느리의 웃는 얼굴 하나로 충분했습니다.백화점을 나서며 순희 씨는 쇼핑백을 품에 꼭 안았습니다. 혹시 누가 가져갈까 봐 지하철에서도 무릎 위에서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가방을 꺼내 몇 번이고 쓰다듬어 보았습니다. 평생 이런 물건을 손에 쥐어 본 적이 없던 순희 씨에게 그 가방은 며느리를 향한 마음 그 자체였습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가방
그 뒤로 순희 씨는 며느리를 만날 때마다 은근히 가방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며느리는 한 번도 그 가방을 들고 오지 않았습니다. 명절에도, 손녀 돌잔치에도 며느리는 다른 가방을 메고 있었습니다.순희 씨가 조심스럽게 묻자 며느리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어머님, 그 가방은 너무 아까워서 특별한 날에만 들려고 아껴 두고 있어요." 순희 씨는 그 말에 오히려 흐뭇해졌습니다. 자기 선물을 그렇게 소중히 여긴다니 고마웠습니다.하지만 남편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요즘 애들이 그렇게 아끼는 게 어디 있어. 한 번쯤은 들고 올 법도 한데." 순희 씨는 남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손녀 돌잔치 날, 며느리 친정어머니가 들고 온 가방이 순희 씨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같은 브랜드의 새 가방이었습니다. 순희 씨는 혹시 며느리가 엄마에게 선물한 건가 싶어 잠시 마음이 이상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못난 시어머니 같았기 때문입니다.

중고 거래 앱의 사진
지난주 분식집에서 일을 돕던 조카딸이 휴대전화를 보다가 순희 씨를 불렀습니다. "이모, 이거 이모가 지혜 언니한테 사 준 가방이랑 똑같지 않아요?" 조카딸은 중고 거래 앱에 올라온 판매 글 하나를 보여 주었습니다.사진 속 가방은 분명 순희 씨가 고른 그 검은 가방이었습니다. 함께 찍힌 쇼핑백과 영수증 봉투까지 그대로였습니다. 판매 글에는 "시어머니 선물 받았는데 제 스타일이 아니라 팝니다. 새 상품, 한 번도 안 맸어요"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판매 날짜는 며느리 생일 바로 다음 날이었습니다.판매자의 프로필 사진에는 며느리의 얼굴이 선명하게 나와 있었습니다. 순희 씨는 휴대전화를 든 채 분식집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떡볶이 냄비가 끓어 넘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조카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습니다. "이모, 괜찮아요? 제가 괜히 보여 드렸나 봐요." 순희 씨는 애써 웃으며 괜찮다고 했지만 손이 떨려 국자를 제대로 쥘 수 없었습니다. 그날 순희 씨는 처음으로 분식집 문을 일찍 닫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 가방을 고르던 날의 설렘이 떠올라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며느리가 한 말
순희 씨는 며칠을 고민한 끝에 아들에게만 조용히 그 사진을 보여 주었습니다. 아들은 사진을 보고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그날 저녁 아들은 아내에게 사실을 물었고, 며느리는 결국 시인했습니다.아들이 전해 준 며느리의 말은 순희 씨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습니다. "어머님 취향이 너무 올드해서 들고 다닐 수가 없었어. 어차피 받은 거 현금으로 바꿔서 내가 원하는 거 사는 게 낫잖아. 어머님은 모르실 줄 알았지."순희 씨는 그 말을 전해 듣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가방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는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받은 다음 날 팔아 버리고, 반년 동안 아껴 두고 있다며 웃던 며느리의 얼굴이 떠오르자 배신감이 밀려왔습니다.아들은 아내의 말을 전하며 어머니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엄마, 미안해요. 지혜가 그 돈으로 자기 엄마 생일 선물을 샀대요. 같은 브랜드로..." 순희 씨는 그제야 돌잔치에서 본 사돈의 새 가방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이 가방을 판 것보다 더 아프게 가슴을 찔렀습니다.

시어머니의 결심
며칠 뒤 며느리가 아들과 함께 순희 씨의 집을 찾아왔습니다. 며느리는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순희 씨는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지혜야, 가방이 마음에 안 들었으면 솔직하게 말해 주지 그랬니. 나는 네가 좋아하는 걸 사 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거짓말은 마음이 아프구나."며느리는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순희 씨는 며느리의 사과를 받아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순희 씨는 더는 며느리에게 비싼 선물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대신 그 돈으로 남편과 함께 처음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여행지 숙소에서 남편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당신, 이제야 자기 자신한테 선물하네." 순희 씨는 바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30년 동안 남을 위해서만 쓰던 돈을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쓴 날이었습니다.여행에서 돌아온 뒤, 며느리는 한 달에 한 번씩 분식집에 와서 일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떡볶이를 함께 저으며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며느리가 말했습니다. "어머님, 다음 생신에는 제가 어머님 가방 골라 드릴게요. 어머님 스타일로요." 순희 씨는 대답 대신 며느리 손에 묻은 떡볶이 국물을 닦아 주었습니다.

선물에 담긴 마음은 금액보다 정성에 있습니다. 순희 씨가 1년 동안 모은 돈으로 산 가방은 며느리에게는 하루 만에 팔아 버린 물건이었고, 그 거짓말이 시어머니의 마음에 더 큰 상처로 남았습니다.자식이나 며느리에게 큰 선물을 할 때는 미리 원하는 것을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리고 남을 위한 선물만큼 나 자신을 위한 선물도 아끼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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