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의 코칭스토리] 화봉중 김현수 코치 “지금이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
‘악기 따위를 다룰 때나 어떤 운동을 할 때 가장 기초가 되는 기술.’
기본기의 사전적 정의다. 나무위키는 ‘말 그대로 어떤 일에 있어서든 가장 먼저 익혀서 다른 기술의 토대가 될 기초’로 설명한다. 같은 의미다. 가장 기초가 되는 기술이고 그것을 익혀야 다른 기술로 나아갈 수 있다.
농구에서 기본기는 무엇일까? 기본기는 언제까지 습득해야 할까?
정답이 없는 질문이다. 다만 경기의 흐름을 보면서 짐작할 수는 있다. 공을 잡기 위한 움직임, 공을 손으로 잡는 캐칭, 이후 이어지는 패스나 드리블, 슛이다. 농구의 공격 전개는 이 과정을 벗어나지 않는다.
▲ 공 없는 움직임, 캐칭
김현수 화봉중 코치는 기본기를 탄탄하게 잡아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코치가 정의하는 기본기도 위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가장 강조한 것은 “발을 어떻게 옮기느냐”다. 공을 잡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것이 먼저다. 그냥 움직이기만 하면 안 된다. 공을 잡으면 무엇을 할 건지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 선택에 맞게 발을 옮겨야 한다. 그것은 드리블일 수도 있고 패스일 수도 있다. 슈팅일 수도 있다. 선택에 따라 발을 옮기는 것이 달라져야 한다. 공을 잡는 위치와 방법이 달라야 한다.
중학교는 기본기 습득의 가장 중요한 시기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중학생 선수를 지도하는 김 코치의 생각은 그렇다. 고등학교는 어느 정도 기본이 갖춰진 상태에서 전술 이해도를 높이는 시기다. 대학교는 더 많은 전술을 소화하며 배운 기술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시기다.
“기초 기술을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실력이 늘기 시작하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가 중학교다. 성장에 탄력을 받으면 속도가 아주 빠르다는 것이다.
김 코치는 중학교 시기를 “골든타임”으로 표현했다. ‘금과 같은 시간’이다. 방송에서 골든타임은 TV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 의학에서는 치료를 받아 죽음에 이르는 것을 방지할 가능성이 가장 큰 시간대를 의미한다. 그만큼 중요한 시기라는 의미다.

“평생 갖고 갈 동작”을 배우는 시기다. 잘못 배운 것이 습관이 되면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고치기 어렵다. 기본이 탄탄하지 않으면 성장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골든타임이다.
“제가 중학교 지도자다 보니까 지금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애들이 평생 갖고 갈 동작인데 지금 내가 안 잡아주면 고치기 힘들죠. 농구 선수에게는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 중학교, 농구 선수의 골든타임
농구는 빠르고 역동적인 스포츠다. 화려한 덩크슛, 칼날 같은 돌파, 그리고 림을 가르는 3점 슛은 팬들을 열광시킨다. 이 모든 화려함의 이면에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가 있다. ‘기본기’다. 농구 코트에서 기본기는 선수의 경기력과 잠재력을 결정짓는, 보이지 않는 심장과도 같다.
전설적인 UCLA 농구 감독 존 우든은 "나는 항상 기본기를 강조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작은 일들을 제대로 하면, 큰일들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는 말도 남겼다. “작은 일들”은 기본기를 의미한다. 기본기가 탄탄하면 화려하고 복잡한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기본기는 부상 방지에도 중요하다. 잘못된 자세와 비효율적인 움직임은 부상의 위험을 높인다. 올바른 드리블 자세는 손목과 어깨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준다. 정확한 착지 자세는 무릎과 발목 부상을 예방한다.
기본기 훈련은 농구에 필요한 신체 밸런스, 순발력, 민첩성 등 전반적인 운동 능력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기본기가 잘 잡혀 있을수록 선수는 부상 걱정 없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으며, 이는 곧 장기적인 선수 생활과 꾸준한 성장의 동력이 된다.

좋은 선수일수록 코트를 넓게 본다. 팀 동료의 움직임과 상대 수비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농구 경기는 짧은 순간에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능력은 단순히 많은 경기를 뛰는 경험만으로 온전히 향상되기 어렵다.
기본기가 몸에 완벽히 익어 공을 의식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플레이할 수 있을 때, 시야가 넓어지고 코트 전체를 읽는 여유가 생긴다. 드리블을 할 때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필 수 있다면, 열린 공간으로 쇄도하는 동료를 발견하고 정확한 패스를 건넬 수 있는 것이다.
기본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 코치는 중학교 때가 기본기를 몸에 익히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기본기에는 공을 잡기 전 움직임과 판단이 필수라고 설명한다.
농구 경기는 40분이다. 10명의 선수가 코트에서 뛴다. 단순하게 계산했을 때 한 선수가 공을 갖고 있는 시간은 4분이다. 교대로 인해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더 짧다.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시간이 훨씬 많다. 그러니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움직임이 중요하다. 공이 없는 선수도 목적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
▲ 공이 없을 때도 목적을 갖고
같은 사람이 같은 방법으로 가르쳐도 선수에 따라 이해하는 정도가 다르다. 받아들이는 속도가 같지 않다. 그 이유를 김 코치는 “꾸준히 참고 반복하는 게 더 힘들지만, 그것을 오래 할 수 있느냐 없느냐 그 차이”로 설명한다.
“선수들이나 지도자나 반복 훈련은 지루해요. 그것을 견딜 수 있어야 프로까지 오래 농구를 할 수 있습니다. 안 따라오거나 못 따라오는 친구들은 혼을 내서라도 합니다. 지금 단계를 끝내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으려고 해요.”
김 코치는 본인이 농구를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다고 얘기한다. 대학교 2학년 때 무릎에 심한 통증도 왔다. 그 시기에 지도자의 꿈을 갖게 됐다. 대학 졸업 후 창원 LG 창단 멤버로 2년을 뛰었다. 그러나 지도자의 꿈은 줄어들지 않았다.
군대를 다녀온 후 모교에서 코치 제안이 왔다. LG와 계약 기간이 남았지만, 양해를 구하고 모교가 있는 상주로 향했다. 지도자로서의 첫걸음이다. 이후 안양고, 명지대를 거쳐 2012년 화봉중에 왔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지도자 경험은 중학교 선수들 지도에 큰 도움이 됐다. 중학교 시기에 무엇을 준비해야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혼을 내서라도” 그것을 알려주려고 한다.

화봉중의 훈련은 오전 7시 15분에 시작한다. “45분간 기본기만 딱 시키고 샤워하고 (수업에) 올려보낸다.” 오후 훈련은 4시 반에 시작한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9시까지 슈팅 연습을 한다.
화봉중은 훈련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코칭의 효과는 대체로 훈련 시간에 비례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좋은 습관을 몸이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중학생을 지도하는 “지금이 제일 재미있다”라고 했다. “열심히 하는 만큼 실력이 올라가는 게 보이”기 때문이다.
▲ 지금이 제일 재미있다
김 코치는 모교인 상산고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상산고에는 오기석(전 인천 전자랜드), 오정현(청주 KB국민은행) 등이 있었다. 우승은 못 했지만, 준우승 포함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사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도망을 많이 갔어요. 예전에는 체벌이 심했거든요. 맞는 게 싫어서 도망을 갔는데 코치님께 붙잡혀서 돌아오고, 부모님 손에 이끌려왔었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도망친 적이 없어요. 지금 화봉중에 있는 김현수 코치님이 오시면서 농구에 재미를 붙였거든요. 덕분에 대학까지 진학할 수 있었어요.”
오정현 코치의 2023년 본지와 인터뷰 내용이다. 김 코치로 인해 체벌의 공포에서 벗어나 농구에 재미를 붙였다고 했다.
체벌은 김 코치도 참 많이 당했다. 특히 대학에서 선수 시절은 힘들고 무서웠던 기억이 제일 크다고 했다. “농구는 일단 정신력이나 그런 게 있어야 한다는 건 확실히 배웠죠”라며 웃었지만, 정작 코칭에 필요한 내용은 기억에 없었다. 훈련할 때 뭘 했는지 생각이 잘 안 난다고 했다.
“저는 그렇게 안 하고 싶었거든요. 애들과 같이 하고 싶었고, 좀 못하고 아프고 그런 애들도 하든 안 하든 되든 안 되든 일단 관심 가져주고 같이 할 수 있게 하는 그런 지도자가 되고 싶었어요.”

2025년 협회장기 우승. 2024년 왕중왕전 우승. 2023년 연맹회장기 우승, 2022년 협회장기, 연맹회장기, 소년체전 우승 등 화봉중의 성적은 꾸준하다. 문정현, 양준석 등 KBL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도 배출했다.
바탕은 기본기다. 기본기는 공을 만지기 전에 시작된다. 다음 플레이를 생각하면서 공을 잡을 위치로 이동해야 한다. 공을 잡을 때는 다음 플레이로 이어가기 위해 발을 옮겨야 한다. 그것을 몸이 기억해야 한다.
방법은 반복 훈련이다. 이 단순한 결론에 도달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무섭게 시키기도 했다. 선수들과 같이 땀을 흘리기도 했다. 선배들과 전술을 연구하고 코칭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코치 김현수의 하루는 아침 7시 15분에 시작해서 저녁 9시에 끝난다. 반복 훈련이 지루한 것은 코치도 같다. 그러나 시작의 마음, 처음의 열정을 유지하고 있다. 화봉중에서 미래의 KBL 1순위, 미래의 국가대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_김현수 코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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