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장기로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구하는 이야기는 공상과학영화의 단골 소재다
그런데 과학기술 발전으로 이런 상상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 중심에 ‘미니 장기’라고 부르는 ‘오가노이드’ 기술이 있다.
낯설지만 신기하게 느껴지는 그 세계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아젠다연구부장 손미영 박사와 탐구했다.

오가노이드, 아직 생소하다
오가노이드는 ‘장기(臟器)’를 뜻하는 ‘Organ’과 ‘유사하다’라는 의미의 접미사 ‘-oid’의 합성어다. 한국어로는 ‘장기 유사체’, ‘유사 장기’, ‘미니 장기’로 번역할 수 있다. 2009년 네덜란드의 한스 클레베르스 교수팀이 생쥐의 직장에서 얻은 줄기세포로 장 오가노이드를 만든 것이 시초다. 장기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2~3mm로 작은 장기 유사체라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 이론상 위, 장, 뇌는 물론 망막, 태반, 침샘까지 거의 모든 장기를 모방할 수 있다.
오가노이드를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신약 개발 시 유효성과 독성을 실험하는 아바타 모델로 활용할 수 있다. 실험 동물과 인간은 종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동물실험 결과가 인체 연구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인체 대상 연구는 임상 단계에 한해 가능하지만,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면 임상 전 인간의 장기 모델로 실험 및 연구가 가능해 더욱 정확한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또 오가노이드는 재생 치료제로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크론병이나 염증성 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중 기존 약물로는 치료가 잘 되지 않는 이가 있다고 해보자. 이 경우 장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병변 부위에 직접 이식하면 회복과 재생을 도울 수 있다. 기존 줄기세포는 생착과 분화가 잘 되지 않기도 하는데,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가지고 있으면서 해당 장기와 유사한 3차원 구조를 띠기 때문에 병변 부위에 잘 생착되고 손상된 조직도 재생이 잘 된다. 재생 치료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면 미래에는 인공장기 분야까지 기술이 확대될 수 있다.

오가노이드는 어떻게 만드나?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에서 만드는데, 두 가지 제작 방식이 있다. 첫 번째는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하는 것이다. 환자의 장기에서 정상 조직을 떼어낸 뒤, 그 안에 있는 성체 줄기세포를 세포외기질 성분의 복합체인 ‘매트리겔’에 넣어 3차원으로 배양해 오가노이드를 만든다. 이 방식은 환자의 조직과 유사한 오가노이드 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뇌와 같이 조직 확보가 어려운 장기는 제작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는 우리 몸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실험실에서 인간의 장기 발달 과정을 그대로 모사해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다. 분화 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리지만 조직 확보가 어려운 장기도 구현이 가능하다. 유도만능줄기세포 개발로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윤리적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유도만능줄기세포란 이미 분화를 마친 세포를 실험실에서 줄기세포처럼 분화 능력을 가진 세포로 거꾸로 재분화시킨 것이다. 배아줄기세포 사용이 야기할 윤리적 문제와 암 발생 가능성 등의 의학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됐다. 체세포 조직에서 유래해 수정란이나 난자 대신, 말초 혈액이나 소변에서 채취한 세포를 이용해 만들 수 있어 침습적 샘플 채취가 필요하지 않다. 보다 윤리적인 방법으로 맞춤형 환자 세포 치료가 가능하다.
오가노이드 배양과 성숙에는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나?
성체줄기세포 유래 오가노이드는 2~3주 만에 만들 수 있지만, 유도만능줄기세포 유래 오가노이드는 6~7주가 걸린다. 인간의 장기 발달 과정을 그대로 모사하기 때문이다. 장기마다 제작 기간이 조금씩 다른데, 장은 6~8주 안에 만들 수 있는 반면 뇌처럼 복잡한 장기는 몇 달이 소요된다. 그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지만, 여러 장기가 연결된 어셈블로이드 오가노이드도 제작이 가능하다.
오가노이드에도 수명이 있나?
오가노이드가 실제 장기와 유사한 이유는 줄기세포 때문이다.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는 세포가 일정한 주기로 분열하고 성장하듯 오가노이드 내 줄기세포가 계속해서 생장해야 장기로서 기능할 수 있다. 실험실 내에서 만든 오가노이드의 줄기세포는 체내보다는 세포 분열 능력이 비교적 빠르게 소진되는 것 같다. 장 오가노이드의 경우 1년이 지나면 성장 속도가 급속하게 느려진다.
‘스페로이드’ 역시 오가노이드처럼 3차원으로 배양된다. 두 사례의 차이점이 궁금하다.
인간의 장기와 조직은 모두 3차원이기 때문에 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야 약물 효능 평가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스페로이드는 단일세포들이 뭉친 구 형태의 집합체다. 오가노이드와 달리 인간 장기 구조가 없는 데다 줄기세포를 가지고 있지 않아 계대배양이 어렵다. 대량 신약 스크리닝 시스템에서 오가노이드를 제작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때 중간 역할로 사용하는 3차원 배양 형태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가노이드를 이식이 가능한 인공장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실제 장기와 동일한 크기로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오가노이드는 육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대형화가 이루어진 상태지만, 아직 크기와 길이 면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닌 것이 사실이다. 오가노이드 대형화를 위해 3D프린팅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현재 우리 실험실에서 연구 중인 건 스스로 구조를 형성하는 줄기세포의 자기조직화 특성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연구를 통해 오가노이드 크기를 수 센티미터까지는 키운 상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인간 장기와 유사한 크기의 인공장기가 나올 것으로 본다.
오가노이드로 만든 인공장기를 이식할 경우 면역거부반응은 없을까?
있을 수 있다. 면역거부반응을 해결하기 위해선 두 가지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자신의 성체줄기세포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활용해 인공장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개인 맞춤형 인공장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나하나 장기를 제작하는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비용도 높아진다. 연구자들은 이 방식보다는 기성품 형태의 인공장기를 만드는 데 주목하고 있다. 면역 적합성에 문제가 되는 항원을 잘라낸 줄기세포로 장기를 만들면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킬 소지가 없다. 어떤 항원을 잘라내야 하는가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생체 내 미세 환경을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오가노이드는 면역계와 혈관, 마이크로바이옴 같은 미생물이 구현되어 있지 않다. 오가노이드를 통해 인체 내 현상을 모두 관찰하려면 이런 미세 환경이 완벽하게 도입돼야 한다. 그러나 실험실상 이를 완벽하게 모방하는 것에는 기술상 한계가 있다. 아직 미세 환경을 완벽하게 도입한 오가노이드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 현재는 혈관 세포를 공배양하거나 일부 면역 세포와 미생물을 개별 사례로 반영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혈관과 미생물, 특히 인체에 있는 가장 복잡한 구조인 면역계를 실험실에서 모방하고 도입하는 것이 오가노이드 연구와 관련한 마지막 숙제가 아닐까 싶다.
실제 장기와의 유사도는 어떻게 판별하나?
2021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와 디지털바이오혁신센터가 함께 오가노이드 유사도 평가 시스템을 만들었다. 오가노이드와 실제 장기에서 각각의 유전체 정보를 추출한 뒤 유사도를 퍼센트로 산출해 비교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에 우리가 만든 장 오가노이드를 넣어보면 유사도가 75% 정도 나온다.

오가노이드 실험 결과에 대한 신뢰성 검증 기준이 있나?
현재 학계, 식약처 같은 규제 기관을 중심으로 오가노이드와 관련한 여러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데이터를 참고하고 있고, 식약처에서도 동물실험 외에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데이터 제출을 허가하고 있다. 하지만 오가노이드와 관련한 많은 검증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검증 가능한 데이터가 쌓이면 기준을 마련하는 데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
오가노이드가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굉장히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100%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직까지는 오가노이드가 실제 장기를 완벽하게 모사하지 못하는 데다 데이터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약물에 독성이 있는지 여부를 실험하는 안정성 평가는 가장 보수적인 데이터를 봐야 하므로 레퍼런스 데이터가 지금보다 더 많이 쌓여야 한다. 동물실험은 약물에 대한 전신반응을 관찰할 수 있는 반면, 오가노이드는 개별 장기에 대한 효과만 관찰이 가능하다는 점도 한계다. 어셈블로이드 기술을 통해 오가노이드를 연결할 수는 있지만 아직은 특정 장기에만 구현이 가능한 상태다. 대·중·소뇌의 연결은 가능하지만 뇌와 장의 연결은 어려운 문제다. 이를 위해 오가노이드 연구자들은 미세생체모사 배양 시스템(Microphysiological System, MPS) 및 오건 칩(Organ-chip) 연구자들과 함께 다양한 장기 특이적 오가노이드 연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아직까지는 동물실험과 상호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최근에는 오가노이드의 안전성 평가 모델 기능 고도화를 위해 생체 조직 칩과 오가노이드를 접목하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생체 조직 칩은 인체 유래 세포를 배양한 뒤 유체 흐름을 미세하게 조정한 마이크로 칩이다. 여러 종류의 오가노이드를 칩 위에 얹어 연결하면 이들의 유기적 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 체내 미세 환경, 조직과 장기의 세포 간 상호작용을 보다 정확히 구현할 수 있어 약물에 대한 전신반응 관찰이 가능하다.
오가노이드 국제표준화에 앞장서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제작과 성능 평가 과정에 대해 표준화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나와 성균관대학교 안선주 교수님이 오가노이드 표준화 작업을 시작해 올해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오가노이드 표준을 제안했다. 아직 이와 관련해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진 적이 없는 만큼 표준화 기준을 정립하는 국가가 오가노이드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본다.
최근 오가노이드사이언스에 기술이전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평가 모델 및 범용 재생 치료제 개발 기술의 성공적인 상용화 사례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는 장 오가노이드와 장 상피 모델 제조 방법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 연구팀의 인체 장 모델을 이용한 다양한 평가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인체 장 모델을 활용해 장내미생물 부착 능력 평가가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실제 장내 환경과 비슷한 장 모델이 아닌 대장암 세포질을 활용해 2차원으로 키운 모델을 활용했기 때문에 암 환자가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는 부착 능력을 평가할 수 없었다. 또 우리 연구팀의 기술을 활용한 장 오가노이드 재생 치료제 개발 연구도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다양한 신약 및 건강기능식품 관련 기업과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오가노이드 기술을 두고 윤리적 측면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장기 모사 수준 제한 등 기술 자체에 관한 윤리적 논의는 과학뿐 아니라 사회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다만 배아줄기세포를 둘러싼 윤리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유도만능줄기세포라는 대체제가 있을 뿐 아니라 원시선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14일 이상 배아를 키울 수 없다는 ‘14일 규정’이 있고, 한국은 그 규정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는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2019년 8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교 알리송 무오트리 교수팀이 실험실에서 만든 뇌 오가노이드에서 뇌파 신호가 측정됐다. 처음에는 미숙아의 뇌파와 비슷했지만, 오가노이드가 성장하면서 주파수가 규칙적으로 나타난 것. 이에 대해 연구팀은 뇌 오가노이드가 아직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거나 정신적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오가노이드의 도덕적 지위와 모사 수준, 연구 시점에 관한 윤리적 과제를 남겼다.
오가노이드 시장에 대한 전망은?
기술적으로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전도유망한 분야다. 오가노이드를 처음 개발한 네덜란드와 미국이 앞서 있지만, 특허 동향을 보면 한국이 다른 나라에 뒤처져 있지 않아 초격차 기술로 개발이 가능하다. 어셈블로이드도 한국이 처음 개발했고, 오가노이드 재생 치료제 역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오가노이드라는 말이 앞으로 더 많이 들릴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의 연구 목표가 있다면?
요즘 주목하고 있는 것은 오가노이드의 대형화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인공장기 제작의 발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가노이드 연구를 위해서는 다양한 인프라가 필요한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는 국가영장류센터와 생물자원센터 등 연구를 위한 시설이 잘 마련돼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이용한 학제 간 연구를 통해 기술을 고도화하고 싶다. 이와 더불어 국제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에도 힘쓸 예정이다. 관련 레퍼런스를 쌓고, 정확도를 높여 오가노이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손미영 박사는…
KAIST에서 생명과학 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5년부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근무하며 현재 국가아젠다연구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손미영 박사 연구팀은 인간 장 오가노이드 관련 원천기술 개발을 통해 오가노이드 기반 재생 치료제 및 신약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ㅣ 덴 매거진 2024년 12월호
에디터 김보미 (jany6993@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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