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억 원 상품권 현금화한 마늘가게의 비밀, 어떻게 가능했나?

온누리상품권의 부정 유통 사례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온누리상품권 부정 유통 사건은 235건에 달하며, 부정 유통 금액은 53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온누리상품권의 취지를 훼손하고 국가 예산을 낭비하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부정 유통의 주요 형태와 실태

온누리상품권 부정 유통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첫째, 상품권을 할인된 가격에 대량 구매한 후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행위, 둘째, 실제 상품 거래 없이 상품권을 현금으로 환전하는 이른바 '상품권 깡', 셋째, 상품권 사용이 제한된 업종이 다른 업종으로 위장 등록하여 상품권을 거래하는 행위 등이다.

특히 충격적인 사례로, 지난해 대구 팔달신시장의 한 마늘가게가 5개월 만에 900억 원 상당의 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한 사건이 적발됐다. 이 가게는 브로커와 결탁하여 월평균 192억 원의 허위 매출을 신고하고, 환전 과정에서 수수료 명목으로 10억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 명의 악용 등 교묘한 수법 등장

더욱 우려되는 점은 부정 유통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만 5세 이하 아동의 명의로 상품권을 구매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0~5세 아동 명의의 온누리상품권 구매자는 1,286명에 달했으며, 총 구매액은 76억 4,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인당 평균 60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갓난아이의 이름을 이용한 부정 행위가 만연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의 대응 방안

이에 정부는 온누리상품권 부정 유통 방지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0월 의심 가맹점 15곳을 조사한 결과, 13곳에서 위반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후 고액 매출 가맹점 449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약 30%인 134곳에서 부정 유통이 적발됐다.

정부의 주요 대책은 다음과 같다:

지류 상품권 사용 축소 및 디지털 상품권 확대: 지류 상품권 발행 비중을 현재 60%에서 내년 30%로 줄이고, 디지털 상품권 발행을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환전 한도 축소: 가맹점의 지류 상품권 월 최대 환전 한도를 기존 99억 9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개인 구매 한도 축소: 개인별 지류 상품권 구매 한도를 월 15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축소한다.

부당이익 환수 조치: 부정 유통이 적발된 가맹점에 대해 과태료 부과와 가맹점 취소 외에도 부당이익 환수 조치를 적용할 예정이다.

감시 체계 강화: 의심 가맹점에 대한 현장 조사 주기를 기존 연 1회에서 월 단위로 확대한다.

상인들의 자정 노력

정부의 대책과 더불어 상인들 스스로도 부정 유통 근절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전국상인연합회는 지난해 11월 자정 선언문을 발표하고, 17개 지회에 부정 유통 감시단을 설치하여 확인 단속을 실시하기로 했다. 위반 사항이 적발될 경우 고발 조치와 함께 회원 제명 등의 강력한 자정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향후 과제와 전망

온누리상품권 부정 유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 개선과 상인들의 자정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지털 상품권 확대와 같은 기술적 대책과 함께,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 처벌 강화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온누리상품권 운영 전반에 대한 관리 체계 확립, 제도 개선, 활성화 방안 등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들이 실효를 거둔다면, 온누리상품권이 본래의 취지대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에 기여하는 건전한 유통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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