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서울시 지하도상가 입찰제도…알짜배기 고터 지하상가 입찰 앞두고 서울시의회 조례 논란도

안병준 기자(anbuju@mk.co.kr) 2023. 8. 3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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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자 서울시의원의 지하상가조례 개정안
기존 5년에서 횟수제한없이 5년 단위 갱신 추진
“상인 임대료 부담 경감 vs 법률 위임범위 일탈”
서울시내 지하도상가 모습
서울시의 공유재산인 지하도상가내 점포 계약기간을 기존 5년 이내에서 횟수 제한 없이 5년 단위로 갱신할 수 있게 하는 조례 개정안이 서울시 의회에 발의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상인들의 임대료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로 조례가 발의됐으나, 시의 공유재산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기존 상인들의 영업권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이숙자 서울특별시의회 기획경제위원장은 최근 ‘서울특별시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5년 이내로 제한한 계약기간을 계약 종료시 5년 단위로 갱신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계약 갱신권을 갖는 주체를 ‘해당 상가에서 영업 중인 상인의 3분의 2 이상이 조합원 또는 구성원으로 참여해 설립한 법인’으로 제한했다는 점이다.

조례를 대표 발의한 이 의원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전통시장법)’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전통시장법 제17조의2는 영세 소상공인의 안정적인 영업환경을 보장하고자 공유재산의 사용ㆍ수익허가와 대부 기간을 10년으로 하고, 5년 단위로 갱신할 수 있도록 하며, 갱신 횟수 및 조건 등에 관한 사항을 조례에 위임하고 있다.

이 의원은 “서울시는 상점가별 특성과 상황에 대한 고려없이 모든 지하도상가를 일반입찰에 따라 5년마다 대부계약을 신규 체결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상권 쇠퇴에도 불구하고 임대료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며,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의 고투몰 등 상인이 주체인 법인에서 추진한 상권 활성화를 위한 노력들이 모두 사장될 위기에 놓여있다”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반면 해당 조례가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통시장법이 지자체 사정에 맞는 갱신 횟수와 요건을 정할 수 있게 조례에 위임했는데 갱신 횟수의 제한이 없는 조례를 제정한다면 법률의 취지와 부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주열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통시장특별법의 위임 취지는 공법상 계약 법리의 공익적 목적과 특정 상업, 산업적 영역의 정책적 목적 간 조화를 예정한 것으로 해석되며, 이를 위해서 수임 조례는 위임의 범위 내에서 지자체 사정에 맞는 갱신 횟수와 요건을 정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법률에서 갱신 횟수를 조례에 위임하였는데, 갱신 횟수의 제한이 없는 것으로 조례를 제정한다면 법률의 취지와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해당 상가 영업 중 상인의 3분의 2 이상이 조합원이나 구성원으로 참여해 설립한 법인’이 기존 계약 상대방이어야 하는 요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전 연구위원은 “해당 상가에서 영업 중인 상인이 법인을 구성하는 경우는 갱신 요건에 해당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의 관심은 해당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해 지하도상가 중 가장 알짜배기로 평가받는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상가에 적용될지 쏠리고 있다. 현재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도상가를 관리하고 있는 (주)고투몰은 오는 11월 중순에 계약이 만료되며 새 관리자를 선정하기 위한 서울시설관리공단의 입찰이 다음달 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는 면적 3만1566㎡에 약 620여개 점포가 영업중이다. 관리자가 점포로부터 받는 대부료만 연간 수백억원에 이르며 이번 입찰에 2~3개 업체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조례가 시 의회를 통과할 경우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도상가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이 규합해 만든 고투몰이 시설공단의 입찰과 상관없이 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상한가격 못박고 추첨으로 관리자 선정
상가관리 경험없는 19세 이상 개인 또는 법인이면 입찰 가능
한편, 대형쇼핑몰 등장과 비대면 문화 확산 등으로 지하도상가의 상권이 쇠퇴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설관리공단의 이해할 수 없는 지하도상가 입찰제도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서울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지하상가는 방공대피시설과 시민들의 통행을 위한 보도 개념으로 개발된 지하도상가와 지하철 개통과 연계하여 역 구내에 조성된 지하철상가로 나누어진다. 이 가운데 서울시설공단은 현재 강남역, 영등포역, 명동역 등 총 25개 지하도상가를 운영 중이며 약 2700여개의 점포가 영업 중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상가를 관리한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그동안 지하도상가 관리주체를 최고가입찰로 선정해오다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인 2018년부터 공단이 정한 예정가격 대비 120%를 투찰상한가격으로 못 박고 그 이상의 가격으로는 입찰가를 적어내지 못하게 했다. 또한 투찰상한가격 이하 동일한 최고가격으로 입찰한 자가 2인 이상일 경우에는 무작위 추첨을 통해 낙찰자를 선정한다.

서울교통공사외에 부산, 대전, 대구 등 다른 지역 지하상가 입찰에서는 최고가를 써낸 사람이 선정된다.

심지어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입찰참가 자격 기준도 만 20세 이상 개인 또는 법인으로 문턱을 사실상 없애 매장 운영 경험이나 관리능력, 상권에 대한 이해도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입찰참가자격을 일정면적 이상 상업시설을 1개소 이상 운영 중인 법인 등으로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또한 낙찰자가 기존 임차인과 의무적으로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18년 공모지침서 변경 전에는 ‘계약대상 점포의 기존 임차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거부할 시, 낙찰자의 책임으로 협의, 조정 또는 명도소송을 진행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2018년 개정하면서 낙찰자는 현재 운영하는 임차인이 낙찰자와의 계약을 거부하는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차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임차인이 사망하더라도 영업권 상속이 가능해 사실상 낙찰자가 계약자유의 원칙에 입각해 계약을 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모지침서상 수탁자는 상가 활성화의 의무도 부담하고 있는데 별도의 자격 제한이 없다는 것은 내부모순”이라면서 “동대문, 종로5가 지하도상가를 가보면 쇠락한 모습이 역력한데 지금과 같은 입찰 구조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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