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SK 다 제쳤다”… 정의선이 고른 ‘그 배터리’의 정체

글로벌 배터리 산업을 뒤흔들 ‘빅딜’의 기운이 경주에서 포착됐다. 2025 APEC CEO 서밋에서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의 쩡위췬 회장과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회동이 예고되며, 전기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CATL은 이미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1위를 달리는 압도적 존재다. 최근 SNE리서치가 발표한 2024년 실적에 따르면, CATL의 연 매출은 약 69조 원에 달하며, 이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평균 매출(약 16조 원)의 4배 이상이다.

영업이익도 무려 10조 원을 기록하며, 국내 3사가 평균 1,8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 차이의 핵심은 R&D 인력이다. CATL은 2만 명이 넘는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 중이며, 이는 K-배터리 3사의 7배가 넘는 수치다. 전체 인력의 15%를 연구 인력으로 배치하고 있으며, 매출의 5~7%를 지속적으로 기술 개발에 재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CATL의 성장세 속에서 현대차그룹과의 협력 확대는 국내 배터리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현대·기아 전기차 5종(코나 일렉트릭, 니로 EV, 레이 EV, EV5, PV5)에 이미 CATL 배터리가 탑재돼 있으며, 과거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를 사용하던 일부 모델도 2세대부터 CATL로 전환되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이 과정에서 CATL과 같은 대형 제조사의 공급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실제로 기아의 전략 EV인 PV5에도 CATL 배터리가 들어간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방에서 중국 배터리를 채택하는 것은 국내 산업을 외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CATL은 최근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해 서울 강남에 ‘CATL코리아’를 설립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까지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가격경쟁이 아니다. CATL의 성장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 지원이 있었고, 이와 비교해 한국은 민간 주도 성장 구조라는 점에서 정책적 불균형도 지적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산업이 기술력과 소재 내재화로 버텨내는 동안, CATL은 대규모 설비와 인력으로 시장을 선점해왔다.

이번 정의선-쩡위췬 회동이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향후 현대차그룹이 CATL과 협력을 확대할 경우, 국내 배터리 산업에 미치는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 경쟁력을 좇는 현실적 선택과, 자국 산업 보호라는 가치 사이에서 현대차그룹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 시장의 핵심은 이제 배터리”라며 “K-배터리 산업도 단순 원가 경쟁을 넘는 기술 혁신과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경주 APEC CEO 서밋은 단순한 글로벌 비즈니스 미팅이 아닌, 한국 자동차 산업과 배터리 생태계의 방향을 가를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의 다음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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