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2025 디 올뉴 그랜저 LPG '흙 속에 진주를 찾았다'

"이거 배기음이 왜 이래" 적잖이 놀랐다. 2025년형 '디 올 뉴 그랜저' LPG 3.5가 이런 소리가 날 리 없었다. 다시 악셀 페달을 깊게 밟아봤다. "부아앙~" 원래 LPG 모델이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런 배기음이 아니었다. 가속력이 부족해 급가속이라도 할라치면 "슉" 소리를 내며 힘들어 했던 기억의 편견을 완전히 깨졌다.

지난 7월 출시된 2025 디 올 뉴 그랜저 LPI는 마치 인위적 스포츠카 사운드를 입힌 것처럼 포효하는 사운드가 매력적이었다. 우리가 2.5 가솔린과 3.5 가솔린 모델만 봐왔다면 이제 LPG 3.5 모델로도 눈을 돌려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가격도 2.5 가솔린 모델 보다 100만원 남짓 비싸고 3.5 가솔린 보다 저렴하다.

시승한 모델은 LGP 중에 기본 트림인 프리미엄이었는데 다양한 옵션에 만족감이 대단했다. 기존과 달라진 것 중 대표적인 기능이 차선 중앙을 잘 잡아주는 LFA 2 기본화였다. 상당히 굽은 커브에서도 끝까지 차선 중앙을 스스로 잡아주는 게 상당히 대견했다. 닷새 간 시승을 하면서 헤드업디스플레이가 빠졌다는 것 말고는 아쉬운 옵션도 없었다. 썬루프나 빌트인캠 같은 것은 원래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아 부재에도 아쉬움이 없었다. 차 가격은 불과 3916만원이다.

묵직한 그랜저의 고급스런 주행 감성은 가솔린 못지 않았다. 바깥 기온이 섭씨 33도를 웃도는 악조건에서도 빵빵한 통풍시트와 에어컨으로 차량 내부에선 즐거운 웃음꽃이 연일 피어났다. 시원한 호텔방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넉넉한 방음방진 처리에다 1~2열 옆 창 모두 이중접합 유리로 외부와 철저히 단절시킨 덕분이다. 

특히 6기통 3.5리터 LGP 엔진이 주는 만족감은 대단했다. 사실 그동안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엔진 보다 더 진화가 제대로 이뤄진 건 LPG 엔진이 아닐까 싶다. 과거 LPG는 2.5나 3.0리터 파워트레인이 주류를 이뤄 고급 세단에서는 큰 사랑을 받진 못 했다. 소형 차급이나 배달용 트럭에서 많이 이용돼 왔기에 저평가를 받아온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파워나 엔진 사운드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스포츠카의 그것과 상당히 닮아있다. 넉넉한 3.5리터 LPG 파워트레인은 제대로 된 주행 감성까지 선사했다. 이 파워트레인은 V6 3.5L LPG 액상 분사 방식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2kg.m를 낸다. 복합연비 7.8km/L(18inch 기준)는 얼핏 낮아 보이지만 시내 주행과 고속도로 장거리 운전은 또 천지차이다.

과거 독일산 디젤 승용차가 높은 연비로 장거리 주행에서 사랑을 받았다면 지금은 바로 이 LPG 엔진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도심에선 낮은 연비가 약점이지만 30분 가량 고속도로를 정속 주행을 하면 실연비 12km/l는 우습게 찍었다. 

20일 현재 LPG는 리터당 1010~1050원이기에 사실상 가솔린이나 디젤으로 따지면 연비 15km/l 이상은 내고 있는 셈이다. 연간 1만5,000km 운행 기준으로 동급 가솔린 모델보다 약 44만원 저렴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가솔린 가격이 불안정한 상태라 조금이라도 오를 경우 그 차이는 더 나게 된다.

게다가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교해도 경제성에서 뒤지지 않는다. 5년간 차량 유지비를 비교해보면 5년간 약 88만원 절약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차 값에서 상당한 세이브를 얻고 시작하고 연료 효율성에서도 앞서는 데다 LPG차는 미세먼지 배출량과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현저하게 적은 친환경 자동차다.

주행 성능은 사실 2.5 가솔린과 3.5 가솔린 그 사이에 있다고 보면 된다. 출력에서나 토크면에서 힘이 모자라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특히 출발 초반에 튀어나가는 힘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자동 8단 기어의 세팅을 제대로 했다고 보여진다. 이는 주행모드 에코나 컴포트 때도 쾌적한 가속력을 보이고 물론 스포츠로 바꿨을 땐 호쾌한 배기음과 파워를 즐기도록 했다.

반자율주행에서는 커브 구간이 꽤 긴 도로에서도 끝까지 차로 중앙유지 보조 기능을 발휘해 안전과 피로도에서 크게 진화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LFA2 기능은 이번 2025 그랜저부터 기본으로 적용됐다.

물론 LPG 파워트레인의 유일한 단점인 1회 충전 후 주행거리다. 풀충전시 50리터 가량을 충전해 5만원 어치를 넣었을때 주행 가능거리는 475km 가량이 찍혔다. 서울~부산을 한번에 달릴 수 있는 거리이기에 별 문제는 없지만 왠지 요즘 가솔린, 하이브리드에 주유를 가득했을때 700~800km가 찍히는 걸 많이 봐와서 도넛형 연료탱크의 용량이 살짝 아쉽다는 생각은 들었다. LPG 충전소를 찾아 이용하는 데는 별 불편함이 없었다.

게다가 디 올 뉴 그랜저는 연료별 차이를 외관상 구분할 수 없으며 최근 출시되는 LPG차는 도넛 모양의 신형 LPG 탱크를 트렁크 하단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탑재해 더욱 차별점을 찾긴 어렵다.

살짝 트렁크 바닥이 올라와 있을 뿐 휠체어나 유모차, 골프백, 대형 캠핑용품 등을 무리 없이 실을 수 있다. 이번 2025 디 올 뉴 그랜저는 지능형 안전사양인 ▲'차로 유지 보조(LFA) 2'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 시스템 ▲트렁크 리드 조명 ▲후석 시트 벨트 조명 ▲실내 소화기 ▲전자식 변속칼럼 진동 경고 기능 등 고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사양까지 전 트림에 기본 적용해 기다린 자들을 위한 혜택을 제대로 선사하고 있다. 

이처럼 2025 디 올 뉴 그랜저야말로 LPG 차량에 대한 편견을 제대로 깬 대표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흙 속에 진주를 찾아낸 기분이랄까.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지피코리아, 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