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만난 이웃 형 때문에 인생 바뀐 남자

▲ 영화 <안녕, 내일 또 만나> ⓒ (주)안다미로

[영화 알려줌] <안녕, 내일 또 만나> (So Long, See You Tomorrow, 2021)

글 : 양미르 에디터

고등학교 시절의 '동준'(홍사빈)은 소심하고 친구도 별로 없었다.

유일한 친구라곤 윗집에 사는 이웃 형 '강현'(신주협) 뿐이었다.

'강현'은 '동준'을 친동생처럼 아꼈고,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와 지식에 대해 '동준'에게 아낌없이 알려주었다.

그런 '강현'을 보며 '동준'은 자신만의 우주를 꿈꿨다.

현재의 우주에 살고 있는 자신이 지긋지긋했고, 다른 우주에 사는 자신은 지금의 자신과 분명 다를 거로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강현'의 부재는 상상 이상의 허무함과 황량함으로 다가오고 만다.

40을 훌쩍 넘긴 나이의 '동준'(홍사빈)은 하루하루가 힘겹다.

대구에서의 '동준'은 정체성을 찾아 저쪽 세계의 사람들을 찾아보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서울에서의 '동준'은 은근히 자신을 압박하는 가족들의 모습에 지쳐가고 있었으며, 부산에서의 '동준'은 하나뿐인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런 그가 생각해 왔던 삶의 끝에는 항상 그리워하던 '강현'이 있었고, 이제 곧 그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2021년 11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였던 <안녕, 내일 또 만나>는 단짝 '강현'이 떠나버린 후, '강현'을 동경했던 주인공 '동준'이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 하는 세 번의 선택을 그린 시공간 드라마를 담았다.

이 영화 안에는 가족이 있고, 우정이 있으며, 사랑이 있다.

보편적인 사람 사는 이야기가 그려지지만, 한편으로는 삶에 대한 바로미터가 무엇인지 친절히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때 그 선택을 했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에 대한 물음의 해답 대신 주인공 '동준'은 그저 선택된 세 가지 삶을 따라갈 뿐이다.

'동준'은 평범하지만, 남들과는 조금 다른 학창 시절을 보내고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며 성장한다.

'왜'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정도로 세 가지 선택을 통해 살게 된 그의 세 가지 인생은 여느 평범한 사람의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그의 세 가지 다른 세상에서의 삶 중 어느 하나에만 치우치지 않고, 모든 삶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향해 가는 결말을 응원한다.

<안녕, 내일 또 만나>를 기획한 계기에 대해 백승빈 감독은 작가 윌리엄 맥스웰의 '영어 원제' 소설인 <So Long, See You Tomorrow>라고 이야기했다.

이 소설을 바탕으로 자신의 어릴 적 기억을 엮어 생각한 아이디어가 바로 이 영화의 첫 시작이었던 것.

백승빈 감독은 처음엔 영화로까지 만들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이 소설을 테마로 'KMDB 웹진'에 칼럼을 발표한 후, 한 지인이 평소 눈물이 없었는데 이 칼럼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고.

또한, 영화 <안녕, 내일 또 만나>는 백승빈 감독의 어린 시절 경험이 녹아있다.

백 감독은 '그는 당시 내가 평소에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우러러볼 만한 아이였고, 나는 어떻게든 노력해 그를 닮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윌리엄 맥스웰의 동명 소설의 한 구절을 깊이 아로새기며 시나리오를 구성해 나갔다.

어린 시절 백승빈 감독이 동경했던 인물이 현재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글을 쓰면서 잘 풀리지 않을 땐, 언제든 내 이야기를 꺼내어 써도 좋다'면서 자신의 어깨를 두드려 줄 사람이라 확신이 있었던 백 감독은 그 확신을 토대로 작품 속 '강현'을 만들어 갔고, 영화 속 '강현'은 '동준'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영화의 무게감을 한층 더해준다.

어린 시절 자신의 경험을 작품 속에 녹여 낸 백승빈 감독은 시나리오 집필 당시부터 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하든 만나야 할 사람은 꼭 만나게 된다고 생각했고, 다른 평행 우주 속의 자신일지라도 상대방은 어떤 존재로든 자신 앞에 꼭 나타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자신의 삶이 무료하고 지긋지긋함을 일찌감치 느껴버린 주인공 '동준'이 선택한 세 가지 삶의 과정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가 됐다.

세 가지 선택을 한 후, '동준'은 서울, 부산, 대구에 존재하며 자신이 선택한 삶을 이어가게 된다.

한편, <안녕, 내일 또 만나>의 촬영은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정점이었던 시기에 이뤄졌다.

스토리 특성상 로케이션이 많았고, 적은 예산에 효율적인 회차 운용이 절실했었기에 한 명의 확진자가 큰 피해를 야기하는 상황.

그럼에도 촬영이 다 마무리될 때까지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고 그로 인해 촬영이 중단된 적 역시 없었다.

힘들고 고된 제작 현장이었지만, 철저한 사전 준비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던 배우와 스탭들의 값진 결과였다고.

안녕, 내일 또 만나
감독
백승빈
출연
심희섭, 홍사빈, 신주협, 김주령, 권동호
평점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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