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러시아 ‘北 포로’ 송환 요구, 위기로 인식해야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측에 북한군 포로를 돌려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밝힌 내용이다. 우크라이나 수용소에는 전쟁 중 붙잡힌 20대 북한군 포로 2명이 있는데, 모두 한국 귀순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런 사실을 러시아가 모를 리 없다.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북한군 포로 송환을 요구했을 것이다.
이들 포로가 북한에 송환되면 어떤 운명을 맞을지는 모두가 안다. 잠시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다 사라질 것이다. 그 포로들 말대로 ‘3대가 멸족’될 것이다. 북한은 군인들에게 “포로가 되지 말라”고 지시했고 많은 북한 군인이 전장에서 자폭했다. 북한 포로들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 안 데려가면 나는 죽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단순한 호소가 아니라 살려달라는 절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한국과의 관계뿐 아니라 인도주의적 측면도 감안해 북한군 포로를 러시아에 송환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호의가 계속되리라 장담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도 러시아에 붙잡힌 우크라이나군 포로를 데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전 정부 때는 북한군 포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현 정부 들어 이런 움직임은 사라졌다. “북한군 포로 문제를 우크라이나와 협의하고 있다”는 상투적 입장만 반복할 뿐이다. 협의 내용이 무엇이고 그 결과가 무엇인지는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사실상 북한 포로들을 방치하는 듯하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계산 때문에 북한군 포로 문제를 외면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복의 위험이 있는 곳으로 강제로 사람을 넘겨주지 않는 건 국제법의 기본 원칙 중 하나다. 남북 관계를 핑계로 북한 포로 북송을 방치하는 건 이 국제 규범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다. 국제법을 떠나 인간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 문제를 결정 내리지 않은 채 시간을 끌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망동을 볼 때 어떤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북한 포로들을 넘겨받으려 할지 모른다. 그렇게 해도 한국 정부가 크게 항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하고 있을 것이다. 정부가 남북 관계에 집착하더라도 이 두 생명만큼은 구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넘을 수 없는 선이 있고, 그것이 인도주의라는 사실을 김정은이 알게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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