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헤즈볼라 본부 공습…나스랄라 생사 미확인
네타냐후 “전쟁 계속” 유엔 연설 직후 이뤄져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 있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본부를 향해 대규모 공습을 이어갔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수장을 노렸다는 것이 이스라엘군의 발표이다. 하산 나스랄라의 생사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공격은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을 강행하겠다는 연설 직후 이뤄졌다.
레바논 보건부는 헤즈볼라의 수장을 타겟으로 이스라엘이 이루트에 대규모 공습을 게시해 최소 6명이 사망하고 91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사상자 수는 추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니엘 히가리 이스라엘방위군(IDF) 대변인도 텔레그램으로 공개된 영상을 통해 “헤즈볼라 테러조직의 중앙 본부를 정밀 타격했다”고 밝혔다.
국영통신사 엔엔에이(NNA)는 6개 건물이 완전히 파괴되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수도 베이루트 전역에서 큰 폭발음이 6번 들렸고, 수도로 부터 한 시간 가량 걸리는 도시 바트룬에서도 연기 기둥이 보였다고 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이 이스라엘공군 지하벙커 지휘통제실에서 이번 공습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나스랄라의 생사 여부는 외신마다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공습이 이뤄진지 6시간 뒤에도 뉴욕타임스 등은 미국· 이스라엘 관계자를 인용해 “나스랄라를 목표로 한 공습이었지만, 나스랄라가 공습 당시 건물에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언론인 하레츠는 “약 300명이 사망했고 나스랄라가 공격 당시 건물 안에 있었다”고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했다.
헤즈볼라의 지도자인 나스랄라는 1992년 이후 이란의 지원을 받아 이 단체를 이끌어왔다. 미국 정치 일간 폴리티코는 “나스랄라가 살해된다면 수십년 만에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에 가하는 가장 큰 타격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 공습을 가리켜 “전쟁 범죄”라 규정하고 “이스라엘 정권의 성격을 다시 한 번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국영통신사 프레스 티브이(TV)가 보도했다.
네타냐후 유엔 연설서 “우리는 승리하고 있다”며 전쟁 의지 재강조
이번 공습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 총회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연설 직후 이뤄졌다. 전날 수천명의 시위대가 유엔건물과 맨하튼에서 전쟁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이뤄진 이번 연설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를 공격하면 우리도 공격할 것”이라며 헤즈볼라와 하마스, 이란 등을 향한 전의를 드러냈다. 헤즈볼라, 하마스, 이란 등은 반이스라엘·반미 가치를 내건 이슬람국가들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말하는 ‘저항의 축’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전멸을 원하는 ‘야만적 적들’에 맞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며 “우리의 적들은 우리를 파괴할 뿐 아니라 우리의 공동 문명을 파괴하고 우리 모두를 폭정과 테러의 암흑 시대로 되돌리려 한다. 우리는 이 야만적 살인자들로부터 우리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란을 겨냥해 “이란에는 이스라엘의 긴 팔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며 “중동 전체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 이란 대표를 포함해 일부 국가 대표자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이 총회와 이 홀 밖의 세계를 향해 전할 또다른 메시지가 있다. 우리는 승리하고 있다”며 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오는 10월7일로 만 1년이 되는 가자전쟁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마스가 권력을 유지하면 재편성하고 이스라엘을 몇 번이고 다시 공격할 것”이라며 “하마스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프랑스 등이 제안한 헤즈볼라와의 3주간의 일시적 휴전 제안을 무시하듯, 헤즈볼라에 대한 공습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헤즈볼라가 전쟁의 길을 선택하는 이상 이스라엘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스라엘은 위협을 제거하고 국민을 안전한 집으로 돌려보낼 권리가 있다”며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헤즈볼라 공습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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