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이 '실손 청구 간소화'의 차질 없는 추진을 취임 일성으로 꺼내 들었다. 실손보험 비급여 누수 등 보험 사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의료계와의 갈등을 봉합해 업계의 숙원을 풀어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신사업 확대와 취약계층 상생금융 지원 방안도 언급하면서 해묵은 과제들을 해결할지 주목된다.
26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이병래 신임 손보협회장은 이날 제55대 협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지난 22일 정지원 전 협회장의 임기가 만료된 후 신임 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실손 청구 간소화 법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신임 협회장은 "소비자 신뢰도를 제고하고 보험시장의 확대와 건전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며 "내년도 시행을 앞둔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국민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안정적으로 도입·정착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실손청구 간소화 법안 후속 논의는 현재 진행되질 못하고 있다. 의료계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서다. 보험업계와 의료계는 보험금 청구 정보 전송을 대행할 '중계기관'을 선정해야 하지만, 의료계는 TF 회의 무기한 불참을 금융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0월 실손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후속 논의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실손 청구 간소화의 골자는 소비자가 보험사에 직접 의료비 등 청구서를 직접 촬영하지 않고 병원이 중계기관으로 정보를 전송한다는 점에서 편의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왔다.
의료계는 그간 실손청구 간소화가 본격 시행될 시 축적된 의료정보를 바탕으로 보험사가 이를 지급거절을 위한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반면 보험업계는 비급여 정보를 제3의 기관에 전송하게 되면 그간의 과잉진료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의료계가 실손 청구 간소화를 반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신임 협회장은 이 외에도 실손 비급여 누수, 보험 사기, 신사업 분야 개척, 취약 계층 상생금융 등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협회장은 취임사에서 "실손의료보험 비급여 관리 강화, 자동차보험 과잉진료 제어, 보험사기 행위 근절 등을 통해 기존 사업 영역의 내실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신사업 확대도 언급했다. 최근 손·생보업계가 보장성보험 경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므로, 수익성 확대를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협회장은 "새로운 바다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해안에서 멀어지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우리 앞에 놓인 변화의 파도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성장과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바다'를 찾아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내년 1월 본격 시행을 앞둔 핀테크 업계와의 '보험 비교 플랫폼' 논의도 막판 논의 중이나, 상생금융 기조가 변수로 꼽힌다. 금융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플랫폼 서비스여서 공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으나 업권별로 주장하는 플랫폼 중개 수수료 규모가 상이한 상황이다.
3~4%대에서 중개수수료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나, 보험비교 플랫폼 출범이 내달 19일로 예정된 상황에서 막판 조율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이 협회장이 취임사에서 상생금융을 언급한 만큼 보험 비교 플랫폼도 상생금융 취지에 부합하는 중개수수료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비교 플랫폼과 실손 청구 간소화 등 여러 이슈가 있는 만큼 협회 차원에서도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간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던 사안들이 속도를 낼지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