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국 ‘서해 구조물 이동’, 한중관계 도움되는 변화”

중국이 서해 구조물 가운데 관리시설을 한중 잠정조치수역 밖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27일 오후 8시부터 시작한다. 지난 5일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내용을 중국이 실제로 이행한 것이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기업이 현재 관리 플랫폼 이동과 관련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궈 대변인은 다만 구조물 이동이 외교적 이유나 한국 요구에 따른 조치가 아닌 “기업이 자체적 경영·발전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라고 선을 긋고 “남중국해·황해(서해) 어업 및 양식 시설 문제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궈 대변인은 “중국과 한국은 해상 이웃 국가로서 양국은 해양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긴밀한 소통을 유지했고 이견을 적절히 관리·통제하며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을 촉진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 이동조치가 남중국해 문제 등에 미칠 여파 등을 고려하면서도, 한중이 서해 구조물 등을 둘러싼 갈등 관리 필요성에 공감대가 있음을 밝힌 것이다.
강영신 외교부 동북아 국장은 “이번 조치는 한중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는 변화”라며 “우리 정부는 잠정조치 수역 내 일방적인 구조물 설치 반대 입장 하에 그동안 대중국 협의를 이어온 만큼 이번 조치를 의미있는 진전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 “그간 우리 정부는 중국 측과 건설적 협의를 이어왔고 일관되게 견지해 온 우리 입장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계속 진전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중국 해사국이 26일 저녁 발표한 통지를 보면 서해 구조물 가운데 관리시설인 ‘아틀랜틱 암스테르담 플랫폼’을 이동시키는 작업을 27일 19시(한국시각 20시)부터 31일 24시까지 진행한다. 관리시설이 위치해 있던 북위 35.11.26, 동경 122.14.51 지점에서 북위 37.27.69, 동경 122.14.38로 이동할 예정이다. 우리 당국자는 “관리시설이 잠정조치 수역 밖으로 나가는 것은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중국이 한중 잠정조치 수역에 무단으로 설치한 구조물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 정부는 중국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실무 협의를 계속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정상회담 뒤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이 설치한 구조물이) 주로 양식장 시설이라고 하고, 이것을 관리하는 시설이 있다고 한다”며 “중국 측에서 논란이 되니 이 관리 시설을 옮기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은 서해 잠정조치수역 내에 양식시설이라고 주장하는 철제 구조물 형태의 선란 1·2호와 관리시설이라고 주장하는 해저 고정식 구조물을 두고 있다. 구조물 3기 모두 한국과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잠정조치수역에 위치하고 있고, 한국과 협의 없이 중국이 세운 인공 해상 시설이다. 특히 고정식 관리시설은 군사적 전용이 높다는 지적이 있어 한국이 더 민감하게 여긴 시설인데 우선 이것을 이동시키는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 논의에서 진전이 만들어진 뒤 양국 외교부는 실무협상을 계속해 왔다.
지난해 4월 서해구조물이 한중간 이슈가 된 뒤 세 가지 시설물들 가운데 관리 플랫폼에 대해 여러 시설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의혹이 많이 제기됐다. 이후 한중 협의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관리 플랫폼을 먼저 이동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한중 관계의 민감한 현안인 서해 구조물 문제에 대해 외교 협상을 통해 해결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중국이 연어 양식시설이라고 주장하는 나머지 두 개 시설인 선란 1호와 2호의 문제는 남아 있다. 중국이 이 두 시설도 잠정수역 밖으로 이동시킬지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견지해온 입장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진전을 이뤄나가겠다”고만 답했다.
중국 외교부가 ‘기업의 자율적 조치’라고 강조한 데 대해 이 당국자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발표했다는 것은 명확한 팩트”라며 “ 관리 플랫폼 이동은 한중관계가 복원되고 있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이 흐름 하에서 정부는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나가기 위해 중국과 건설적 협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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