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발진 ERA 리그 1위 팀이 왜 꼴찌냐고 묻는다면, 26일 광주 KIA전 한 경기가 그 답이다. 나균안이 6이닝을 막아주며 5-2로 앞서 7회를 맞이했고, 전준우의 적시타로 5-2까지 벌렸다. 이겼어야 하는 경기였다.

그런데 불펜이 두 점을 내줬고, 9회 한태양의 포구 실책 하나에 동점을 허용하며 연장 끝에 무승부로 마감했다. 롯데 불펜 ERA는 6.44로 리그 9위인데, 이 수치는 연일 화제가 되는 한화 불펜 ERA 6.57과 별 차이가 없다.
7회까지 리드 잡으면 6승, 못 잡으면 2승

롯데 선발진의 올 시즌 팀 ERA는 3.45로 리그 1위다. 나균안, 비슬리, 로드리게스, 박세웅, 김진욱으로 이어지는 로테이션은 어느 팀과 맞대결해도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실제로 숫자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문제는 그 뒤다.
선발이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하고 일찍 내려간 경기에서 롯데 성적은 2승 13패다. 반면 7회까지 리드를 잡은 경기에서는 6승 1패 1무로 나름 선전하고 있다. 결국 선발이 버텨줄수록 이기고, 불펜이 일찍 가동될수록 지는 단순한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길 수 있었는데, 또 실책이 발목

26일 경기에서도 패턴은 똑같았다. 박정민이 7회 오선우에게 2점 홈런을 맞으며 5-4로 좁혀졌지만, 8회 최준용이 삼자범퇴로 막아내며 리드를 유지했다. 롯데 벤치는 9회에도 최준용에게 멀티이닝 세이브를 맡겼다.

선두타자 김도영을 삼진으로 잡은 뒤 나성범 안타, 데일과 오선우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를 자초했지만, 고종욱의 땅볼 타구가 2루 정면으로 향했다. 병살이 나왔어야 하는 타구였다.

그런데 2루수 한태양이 포구를 실패했고,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5-5 동점이 됐다. 연장까지 가서 무승부로 끝냈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불펜 난조와 수비 실책이 함께 날렸다.
불펜 수혈도 어렵고, 기다릴 수밖에

롯데 불펜에서 지금 당장 믿을 수 있는 자원이 최준용 하나라는 게 팬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김원중은 교통사고 여파로 구속이 올라오지 않으며 ERA 8점대에서 허덕이고 있고, 정철원도 가정사 문제로 스프링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탓에 5점대 ERA를 기록 중이다.

아시아쿼터 쿄야마 마사야도 ERA 7점대로 기대 이하다. 그나마 긍정적인 요소는 도박 징계로 빠져 있던 나승엽과 고승민이 5월 5일부터 복귀한다는 점인데, 타선 보강은 될 수 있어도 불펜 문제를 직접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결국 현재 자원들의 분발을 기다리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게 롯데의 현실이다. 선발 ERA 1위 팀이 꼴찌를 하는 이유가, 이 숫자 하나로 설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