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능숙한 10대가 마약하기 쉬운 환경… 치킨처럼 마약 주문” [일문일답①]

김수미 2024. 2. 24.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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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이 치킨 값이 되고, SNS를 통해 주문하면 치킨처럼 30분만에 배달받을 정도로 청소년들이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미국 마약수사국 관계자가 10년 후면 한국도 미국 켄싱턴 좀비 거리 같은(마약에 취해 좀비처럼 걸어다니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더군요.”

김희준 대표변호사(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는 지난 18일 세계일보와 만나 “우리나라 마약범죄가 질적, 구조적으로 바뀌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검사 시절 한국을 떠들썩하게 한 대형 마약사건들을 담당했던 김희준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18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마약중독은 엄벌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혼자 힘으로 절대 극복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치료재활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정탁 기자
김 변호사는 검사 시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수리남’의 실제 모델인 ‘한국 출신 국제마약왕’ 조봉행 뿐 아니라 국내 폭력조직과 연계해 필로폰을 전국적으로 유통시킨 중국 폭력조직 ‘흑사회’의 두목, 멕시코 감옥 벽을 뚫고 탈옥해 ‘한국판 석호필’로 불린 LA갱단 출신 국제 마약밀수범 등을 검거한 바 있다. 프로포폴과 ‘버닝썬’ 사건에 이용된 신종 마약 ‘GHB’를 최초로 적발해 ‘물뽕’이라고 명명하고 마약류로 처음 등재시켜 처벌 근거를 마련한 장본인이자, 영화 ‘공공의 적2’에서 설경구가 연기한 검사역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그는 주요 마약사범 연령층이 급속도로 어려지는 상황에서 예방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최근 ‘청소년 마약에 관한 모든 질문’(공주영 공저·주니어태학)을 출간했다. 가수 지드래곤(권지용)이 나서서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김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2회에 걸쳐 일문일답으로 소개한다.

—청소년을 위한 마약 관련 책을 낸 이유는.

“버닝썬 사건과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을 계기로 마약이 이슈화가 돼서 대검찰청의 연령층 분포를 보니 마약사범 연령대가 급속도로 낮아졌다. 마약사범 주 연령층이 2012년 40대와 50대였는데 2021년 20대로 바뀌었다. 10대 마약 사범은 2011년 41명에서 2021년 역대 최대치인 450명으로 11배 증가했는데, 마약은 대표적인 암수범죄(수사기관이 적발하지 못한 범죄)라서 실제로는 훨씬 많다. 암수범죄의 실제 발생률은 28.5배, 많게는 100배에 달한다는 연구논문도 있다.”

—10대 마약사범이 늘어난 이유는.

“직접 만나서 거래하던 방식에서 온라인 익명 거래로 마약 유통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 마약사범들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끼리 직접 만나서 거래했는데, 지금은 텔레그램 마약방에서 상대가 누군지 알 필요도 없이 거래가 가능해졌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마약방에 초대돼 ‘절대 걸리지 않는다’는 말에 속아 호기심에 시도하는 경우도 많다.” 

—청소년들이 용돈으로 마약을 사긴 힘들것 같은데.

“아니다. 필로폰 1회 투약분이 과거 15만원 정도였는데 최근 3만∼4만원대로 떨어졌다. 더구나 요즘엔 현금이 아닌 코인 같은 가상화폐로 거래한다. SNS에서 주문하면 ’배달의 민족’답게 30분만에 배달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3월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텔레그램에서 필로폰을 주문한 뒤 손에 넣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30분이었다. 치킨 주문하듯 마약 주문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디지털 사용에 능숙한 10대가 마약하기 너무 쉬운 환경이 됐다.”
김희준 변호사가 최근 출간한 ‘청소년 마약에 관한 모든 질문’(공주영 공저·주니어태학)
—청소년 마약 실태 어느 정도인가.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들이 단순한 마약 투약자가 아닌 공급책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2년 고3 수험생들이 부모에게 공부하겠다고 오피스텔을 구해달라고 한 뒤 성인들을 운반책으로 고용해 텔레그램 마약방을 운영하다가 적발됐다. 해당 학생들은 소위 문제아가 아닌 4년제 대학에 진학한, 겉으로 보기엔 모범생들이었다. 

마약을 사려면 돈이 필요니 드로퍼(마약을 약속 장소에 숨겨놓는 사람) 아르바이트도 한다. 심각한 마약범죄라는 인식 없이 운반책을 단순한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는데 드로퍼도 공급책으로 보고 똑같이 처벌한다. 초범이어도 구속될 수 있다.”

—청소년들이 마약을 하게 되는 계기는.

“대부분 호기심과 주변 친구의 권유다. ‘마약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극도의 쾌감을 느낀다’고 하니 한 번 해보고 안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필로폰은 한두 번만 해도 바로 중독된다. 마약을 투약하면 도파민 폭발적으로 분비돼 뇌 속 보상회로가 고장난다. 그 이상의 자극이 주어지지 않으면 (뇌가) 작동을 하지 않고, 급격한 우울감에 빠져 일상의 즐거움이 없어진다.”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복용하는 마약 종류는.

“가격이 저렴해진 필로폰이 가장 많고, 미국 켄싱턴을 좀비거리로 만든 펜타닐도 늘고 있다. 펜타닐은 원래 말기암 환자 등 극심한 통증이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처방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병원들이 많다. 심지어 동물병원에서도 펜타닐을 처방받아 투약하기도 한다. 미국 마약수사기관 관계자가 한국도 10년 후면 미국의 좀비거리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정부에서 투약 이력 조회 의무화하겠다고 했는데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 펜타닐은 2㎜가 치사량인데, 연필 심지 위에 올라갈 수 있는 양이다. 미국에서 길가에 떨어진 지폐를 줍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지폐에 묻은 펜타닐이 호흡기에 들어가기만 해도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수 지드래곤(권지용)은 김희준 변호사의 신간 ‘청소년 마약에 관한 모든 질문’의 추천사에서  “편견은 치유와 변화의 길을 막아선다”면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마약의 위험성에 깊이 공감하며 치유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성인과 비교해 청소년에게 마약이 더 치명적인 이유는.

“청소년기 뇌가 완전히 발달 안된 상태에 마약을 하면 치명적이다. 성인보다 쉽게, 단 한번으로 바로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마약에 중독됐거나, 호기심을 갖고 있는 청소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약은 호기심에 단 한번만 투약해도 중독될 수 있고, 질병이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재활을 받아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마약에 손을 대지 말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마약이 어떻게 자신과 가족, 사회를 파멸시키는지 알아야 한다. 일찍부터 마약 예방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다. 또 미성년자나 초범은 처벌이 미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오산이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처벌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초범도 구속한다. 공급책은 무조건 구속되고, 아르바이트 운반책도 공급책에 속해서 구속될 수 있다.”

—부모입장에서 자녀가 마약을 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대마 같은 다운 계열의 마약을 하면 축 처져 있고 계속 잠을 잔다. 필로폰 등 업(각성제) 계열은 부산하게 움직이고, 잠도 안자고, 밥도 안먹는데 기분은 들 떠 있다.” 

*이어지는 김희준 변호사 인터뷰 일문일답(②)은 연예인 마약 수사와 우리나라 마약과의 전쟁 한계와 개선점에 대한 내용입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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