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악 드라이브 코스가 이렇게 짜릿할 줄은 몰랐어요.” 직장인 오씨는 해발 700m를 훌쩍 넘는 강원 정선 문치재 고갯길을 달리던 여름 휴가를 떠올리며 말했다.
처음엔 단순한 드라이브 코스라 여겼지만, 핸들을 돌릴 때마다 달라지는 고도감과 커브의 리듬이 온몸을 깨우는 듯했다고 한다. 영화 속 장면처럼 다가오는 전경에 '운전이 곧 여행'이란 말이 실감났다고 덧붙였다.
“그냥 차를 타고 달렸을 뿐인데 머릿속이 맑아졌어요. 말 그대로 ‘길 위의 리셋’이랄까요.” 그는 낮엔 속도감, 밤엔 별빛이 있는 드라이브 명소들이 ‘하루 안에 전혀 다른 감정을 줄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했다.
여행지를 고를 때마다 번잡한 관광지보다 길 자체의 매력을 우선순위에 둔다던 오씨는, 그간 다녀본 고갯길 중 문치재, 지안재, 구룡령·운두령은 각각의 방식으로 기억에 남는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최근엔 ‘목적지보다 과정이 중요한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도로 자체가 명소가 되는 드라이브 코스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문치재의 두 얼굴: 낮엔 짜릿한 질주, 밤엔 별빛 축제

강원 정선의 문치재는 해발 732m 고갯마루에서 펼쳐지는 12굽이 S자 도로로, 고개를 내려다보는 전망대에 서는 순간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다. 이곳은 단순한 경치 감상이 아닌, ‘직접 달려야 진가를 아는 길’로 알려져 있다.
특히 롱보드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성지’로 통한다. 국제다운힐연맹(IDF) 주관 대회가 두 차례 열릴 정도로 명성이 높은데, 일반 운전자들도 이 코스를 지나며 마치 고개 하나하나를 정복해 나가는 듯한 희열을 느끼게 된다.
해가 지면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오지 중의 오지라 불리던 이곳은 인공조명이 거의 없어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로 유명하다.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은하수, 별똥별, 별무리들이 그대로 펼쳐지는 광경은 전국 사진작가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드라이브만으로 힐링되는 지안재의 S자 곡선

경남 함양 지안재는 국토부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한 약 770m 길이의 고갯길이다. 이곳의 진가는 지리산의 품으로 향하는 도입부에 있다는 점이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이 도로는 거대한 뱀이 산을 오르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며, 운전 중에도 계속해서 풍경에 넋을 잃게 만든다.
중간중간 마련된 전망대에서는 방금 지나온 곡선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며, 특히 노을 질 무렵 황금빛으로 물드는 길은 감탄을 자아낸다.
드라이브의 하이라이트는 이 길 끝자락에 나타나는 ‘지리산제일문’이다. 오도재를 넘어 도착하는 이 지점에서는 끝없이 펼쳐진 지리산 능선을 내려다볼 수 있다.
한 전문가는 “단순한 길이 아니라 감정의 전환점을 만들어주는 코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고개를 넘어 운무를 가른다, 강원도 높은 고개 드라이브길

‘강원 네이처로드’ 프로젝트의 세 번째 여정인 ‘높은 고개 드라이브길’은 양양에서 홍천까지 이어지는 110km 코스로, 그 중심에는 구룡령(1,013m)과 운두령(1,089m)이라는 두 개의 산악 고개가 자리잡고 있다.
출발지는 잔잔한 바다를 품은 정암해변. 그러나 도로는 곧 가팔라지고, 운전자는 수차례 급커브와 오르막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된다. 특히 구룡령 정상에 오르면 발아래 펼쳐진 운해에 숨이 막힐 정도의 감동을 느끼게 된다.
운두령에 이르면 풍경은 비현실로 바뀐다. 안개 낀 숲, 운무 속을 달리는 도로는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운전을 마친 후에는 방태산 자락의 자연휴양림에서 삼림욕을 즐기며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이 코스는 단순한 드라이브가 아니라, 차창 너머로 인생의 온도차를 경험하게 해주는 여정”이라는 평가처럼, 운전자가 아니라 여행자의 감각으로 길을 읽을 줄 아는 사람에게 이 코스들은 특별한 보상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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