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장을 뒤흔든 ‘초저가 드론’ 혁명
러‧우크라 전쟁, 이란-이스라엘 충돌이 증명했듯 드론은 값비싼 미사일 대신 ‘가성비 최강’ 타격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우크라이나가 대당 200만 원 안팎 상용 기체에 폭탄을 달아 러시아 폭격기 기지를 초토화한 ‘거미집 작전’은 한 발에 수천억 원짜리 미사일 개념을 무너뜨렸다.
드론 체계 확산의 숨은 동력은 바로 소량 생산에 최적화된 3D프린팅 기술이다. 글로벌인포메이션은 방위용 3D프린팅 시장이 10년 새 두 배 이상 늘어 2034년 82억 달러(약 11조 원)가 될 것으로 본다.

국방부 장관상이 주목한 ‘육군 3인방’
우리 군도 2022년부터 ‘국방 3D프린팅 경진대회’를 열며 변화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 장관상을 거머쥔 주인공은 육군 군수사령부 김진원 소령, 장진수 사무관, 김두영 주무관.
이들은 3D프린터로 폭탄 투하 드론을 직접 설계·제작해 “즉시 실전 투입 가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참고 모델은 러시아 전장을 누볐던 소형 드론. 군 내부 3D프린터 28대로 동일 규격을 찍어내도록 설계 데이터를 표준화해 ‘야전 생산→즉시 배치’ 체계를 구축했다.

‘메이드 인 사천’ 드론, 가격은 절반
기존 중국산 드론은 대당 300만 원 선. 이번 국산 기체는 3D프린터로 프레임·부품을 찍어 150만 원에 뚝 떨어뜨렸다. 비접착 조립 구조라 기초 교육만 받으면 초심자도 야전에서 1대 1시간 만에 완성할 수 있다.
2~3개월 시제품 기간에 7개 버전을 돌려 본 것도 3D프린팅 덕분이다. 금형을 팠다면 수천만 원씩 들었겠지만 프린터는 ‘찍고 수정’ 무한 반복이 가능했다.

기술 자립으로 ‘중국 의존’ 고리 끊는다
그간 우리 군 드론 운영 체계는 중국산 플랫폼과 부품에 크게 의존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프레임, 모터 마운트, 폭탄 투하용 릴리즈 키트 등 중요 부품을 국산화해 ‘공급망 리스크’를 줄였다. 전시나 국제 정세 악화로 특정 국가 부품 수입이 막혀도 자체 생산으로 즉각 대체가 가능하다.

3D프린팅, 부품 재고의 개념을 바꾸다
국방부는 지난해 단종 부품 5만6000여 점을 프린터로 찍어 45억 원 예산을 절감했다. 그러나 ‘대체 제작품’이 정식 장비로 인정받기까지 행정 절차가 길어 제때 쓰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야전 정비관들은 “품질 인증 절차를 유연화해야 3D프린팅이 진짜 전투력을 올린다”고 강조한다.

美는 전투식량·인공장기까지 인쇄
미군은 이미 2020년부터 막사·전투식량·의료용 인공 장기까지 3D프린팅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지에서 곧바로 식량을 ‘인쇄’해 보급 시간을 단축하고, 생체 조직을 출력해 전장의 의료 공백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한국군 역시 무기 부품을 넘어 식·의·주 전 분야로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K-드론’ 성공 열쇠, 제도 혁신과 인력 양성
기술은 갖췄지만 활용을 가로막는 규정과 인증 체계는 여전히 미비하다. 전문가들은 “현 규정으론 3D프린터로 찍은 핵심 부품을 쓰려면 시제품 단계부터 방산물자·민군기술 각각 따로 인증 받아야 해 시간만 수개월”이라고 지적한다.
국방부는 3D프린팅 품질 표준화·모범사례 확산·부처 간 공동 인증 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김진원 소령은 “AI·드론·적층가공 융합이 한국군 전투력의 새 축”이라며 “제도 개선과 전문 인력 양성을 병행해 ‘현장에서 바로 찍어 쓰는’ 실전형 3D프린팅 생태계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