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0만원 들여 산 생애 첫 집, 알고 보니 초가집이더군요..

조회수 2022. 7. 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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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집 @오느른onulun 님의 노하우입니다.

✨인테리어 제보는 인스타그램 @todayhouse

| 오늘을 사는 오느른의 시골 폐가 리모델링 🏚️🏡

안녕하세요 :)

지난주에 인사드렸던 오느른입니다.

시골살이를 하다 보니, 자연과 가까워진만큼 자연재해와도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하하) 태풍의 계절이 돌아왔는데, 이렇게 태풍이 오고 갈 때마다 긴장해보긴 난생 처음이네요. 다들 안전한 9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앗 그러고 보니, 일주일 사이 저희 집 페인트 칠했어요! 논 한 가운데에 있는 저희 집 살짝 다시 보여드릴게요.

지난주엔 저희 집을 여러분께 첫인사 시켰으니, 이젠 본격적으로 제가 집을 고치면서 느꼈던 점들을 하나하나 꺼내볼까 하는데요.

오느른(깨알어필) 어쩌면 가장 설레고 행복한 시간이라 할 수 있을 '내 집을 어떻게 고칠까' 고민했던 시간들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 시골집 리모델링, 시공은 현지인력으로!

시골집을 고친다고 하면 다들 가장 궁금하실 게 대체 어떻게 건축가를 섭외하고 시공자를 섭외하느냐일 것 같아요. 서울에서야 디자인을 가미한 건축 설계를 하시는 전문가분들이 많지만, 지역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답답하실텐데요.

그래서 저는 건축가는 제가 알던 서울 분으로, 시공은 현지 인력으로, 그리고 제가 현장 반장처럼 현장을 최대한 지키며 리모델링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도 건축 전문가가 아닌지라 이렇게 현지 인력으로 리모델링을 한다 그러니 주변에서 다들 걱정이 많으셨는데요.

현지인력으로 리모델링할 때 장단점을 정리해보자면,

장점

1. 인건비가 서울보다 싸다 (대략 서울의 70% 정도. 현지 출장비가 안 들어가므로 더 싸지는 느낌적 느낌)

2. 오래된 집, 시골집 수리에 관해서는 서울 시공팀에 비해 경력과 경험이 더 많다

3. 시골집만의 신경써야 할 점, 배수, 생활의 편의를 위해 필요한 시공 등등 경험을 살린 팁들이 많다

단점

1. 자재 수급이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 (서울에서만 구해지는 자재들이 있더라고요. 특히 저는 목공 작업할 때 같은 A급 합판을 주문했는데도 서울과의 품질 차이를 경험...)

2. 사용하는 용어가 다르고 사투리로 인한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이 있다

3. 시공의 기술력의 차이가 약간 있다.(마감의 깔끔함이나, 새로운 시공법을 모르시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하지만, 이런 단점들을 잊게 하는 가장 큰 조건은 역시 '돈'이었습니다. 서울보다 인건비가 싼 건 너무 기쁜 일! :)

저는 '돈'이 없었기에 가장 돈이 덜 드는 방법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고ㅋㅋㅋ 현지 기술자분들과 하루하루 친해져가며 리모델링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정말 집에 엄청난 예술혼을 담을 게 아니라면, 시골집은 경력 있는 현지인력이 더 튼튼하고 사용하기 편하게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시골집 고치기란 고민의 연속 (feat. 초가집)

보통 '어떤 집을 지을까' '어떻게 고칠까'에 대한 고민은 설계 이전에 끝난다고 생각하실 텐데요. 물론 설계 이전에 큰 틀을 잡아놓아야 집을 고치는 과정이 그나마 수월해지긴 합니다. 시공 중에 설계 또는 계획이 달라지는 것만큼 번거로운 일은 없으니까요.

그.러.나.

시골집은 쉽게 말해 '복불복'입니다.

외관이 멀쩡해보여도 집을 사서 겪어봐야 알고, 뜯어봐야 알고, 살아봐야 압니다.

'낡은 집을 고치는 것보다 새 집을 처음부터 새로 짓는 게 훨씬 쉽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닙니다. 실제로 오래된 (특히 저희 집처럼 너무너무 오래된) 집을 고치는 것보다 집을 새로 짓는 게 훨씬 수월합니다.

왜 그러냐고요? 제가 딱 그 '뜯어봐야 아는' 케이스였거든요.

현지 인력을 수급해 저희 집 천정 철거하던 날.

저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야 말았죠...

무려 4500만원 (그중 일부는 은행빚) 들여 산 생애 첫 집은 사실 초가집이었단 사실을요...

저는 제가 2020년에 초가집을 실제로 마주할 줄은 (그것도 내 집) 꿈에도 못꿨습니다.

이런 건 사기 전에 미리 알 수 없냐고요?

네, 알 수 없습니다.ㅋㅋㅋ

시골집은 외관이 멀쩡해보여도 집을 사서, 하나하나 뜯어보아야 그 집의 상태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옥이나 민가 리모델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목구조, 서까래의 상태는 천정마감이 안 되어 있는 곳(노출형 천정)이 아닌 이상에야 집을 사고 난 후에 철거를 하면서 그 집의 민낯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시골집은 예상조차 못 한 변수가 툭툭 튀어나오기 때문에 '어떻게 고칠까' 고민하는 기간은 설계 이전 뿐만 아니라 공사 기간 내내, 또는 이 집에 사는 시간 내내일 거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최소 초가집은 사고 싶지 않다! 싶으시다면... 동네 분이 지나가면서 말씀하시길 지붕이 높으면 기와집이었을 확률이 높다고 하시더군요...ㅋㅋㅋ)

| 집, 그리고 나 자신과 친해지는 시간

갑자기 튀어나온 초가집에 심란했지만, 사실 철거 현장에서 기술이 없는 저 같은 일반인이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없었습니다.

제가 할 일은 그저 이 집과 동네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이곳과 친해지는 것이었죠.

마당에 가득한 배추꽃을 활용하여 감자전을 부친다던가, 배추꽃 피클을 담는다던가,

또는 그마저도 지겨우면 청개구리랑 대화를 시도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 그리고 이 집에서 주운(수집한) '리얼 빈티지' 옛날 그릇들을 잔뜩 설거지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네요.

답답할 땐 옆집 어머님 자전거를 빌려서 외출도 하고요!

이렇게 집이 고쳐지기 전, 대략 한 달 동안 저는 청소한다는 명분으로 매주 김제에 내려가 이 집에서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집과 친해지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부지런히 집과 놀다보니 이 집에서 나는 뭘 하고 싶은지, 나는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무얼 할 수 있을 것 같은지가 명확해지더라고요.

처음엔 그저 집을 세련되고 예쁘고 편하게 고쳐야겠다 생각했었지만 이 집과 놀면서 알게 된 제 취향은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 돌아보면 내 취향이 오롯이 담겼던 서울집

곰곰히 생각해보니 자취생활 12년, 스무 번도 넘는 이사를 겪으면서 저는 항상 새집보다는 약간 오래된 집을, 정형화된 구조보다는 약간 특이한 구조를 좋아했습니다.

핸드폰 사진첩을 뒤져 이전에 살던 상암동 전세집 사진을 찾아 봤는데요.

항상 기성 가구보다는 직접 제작한 합판 가구를 좋아했고, 심지어 기성 싱크대의 차가운 느낌이 싫어서 싱크대마저 목수 아저씨를 불러 직접 짰었습니다 :)

또한 빨간 벽돌, 스테인글라스 조명, 전구, 푹신한 쿠션 등 전반적으로 약간 낡았어도 코지하고 아늑한 느낌을 선호했고요.

집을 사고 나서 이 집을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는 시간은 이렇게 내가 누구인지 아는 시간이 되기도 하는가 봅니다.

Tip. 내 취향을 나도 모르겠다면

만약 곧 죽어도 내 취향 따윈 모르겠다 하시는 분들은 저처럼 핸드폰 사진첩을 열어보시는 걸 추천할게요. 무의식적으로 스스로가 행복하다 좋다 느껴 저장한 순간들이 각자의 취향을 알려줄 겁니다.

(참고로 저는 집에서 무언가를 해먹는 사진이 가장 많더라고요...ㅋㅋㅋ 별거 아니지만 그런 게 곧 취향 아닐까요?)

|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그대로 담은 집을 만들자!

이렇게 저도 잘 몰랐던 제 취향을 새삼 깨닫고 나니 비로소 이 집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소소한 버킷리스트랄까요. (참 별게 없어서 민망하지만...ㅋㅋㅋ)

1. 창문 있는 욕조에서 목욕하면서 와인 마시기

2. 친구들 초대하기

3. 음악 들으면서 책 보기

4. 적당한 텃밭 가꾸기 (심심풀이로)

5. 마당 한 켠엔 넓은 꽃 군락 (처음 이 집을 살 때 그랬듯)

6. 즐겁게 요리하기 (손이 큰 편이라 넓은 주방 필요. 혹은 마당에서도?!)

7. 햇살에 널어놓은 빨래 곱게 개어 다림질 하기 (이상하게 이게 너무 하고 싶더라고요)

8. 글쓰기, 그림 그리기 (이걸 잘 해서라기보다는 그냥 혼자 나에게 집중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이런 생활을 하기 위한 공간을 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Before : 본채 리모델링 전

(도면 - studio S.A.M 윤민환 소장)

원래는 방 4개, 주방 하나, 다이닝 룸(?) 하나, 조그만 거실이 하나 있었던 공간을 아래처럼 재구성 했습니다.

After : 본채 리모델링 계획

본채에 방이라고 부를 만한 곳은 욕조방(1.창문 있는 욕조에서 와인마시기)과 화장실을 전용으로 쓸 수 있는 침실 한 곳 뿐!

나머지는 모두 오픈되어서 손님이 왔을 때에는 공용공간으로(2.친구들 초대하기), 저 혼자 쓸 때에는 각각의 공간에 갈 때마다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꾸미기로 했습니다.

스튜디오라고 쓰인 곳은 저만의 미니 서점으로(3.음악 들으면서 책 보기), 안쪽거실은 다이닝룸으로, 바깥거실은 풍경 보며(4.텃밭 가꾸기 5.꽃 군락) 멍때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고요.

공간이 나뉘어 있던 주방은 벽을 터서 넓게 만들고(6.즐겁게 요리하기), 마당에는 빨래를 널 수 있도록 벽돌을 깔기로 했습니다.(7.햇살에 빨래 널어놓기)

그리고 이제는 결혼하여 가정을 꾸린 친구들도 꽤 많으니 부부가 같이 놀러와도 불편하지 않게  화장실은 본채에 두 개, 별채에 하나로 넉넉히 나눠쓸 수 있게 구획했어요. 아직은 거의 효리(반려견, 8세)의 공간인 것 같지만요...

Before & After : 별채 리모델링 전후

그리고 별채의 방과 창고방은 각각 '작가의 방', '화가의 방'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8.글쓰기 그림그리기)

누군가는 이런 제 리모델링 계획을 보고 방을 여러개 만들어야지, 비효율적이라고 뭐라 할지도 모르지만 1인 가구의 대표주자(?)로서 이 넓은 집의 공간들을 모두 활용할 수 있게 꾸며놓는 과정이 때로는 버거워도 참 보람차다고 느낍니다.

| 제 리틀포레스트는 조금씩 완성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은 어디에서 쓰고 있냐고요?

별채의 '작가의 방'인데요. (장소 엄수 ㅋㅋㅋ)

바로 이 창이 있었던 방이죠 :)

아직은 어수선하지만 애프터를 살짝 공개하자면...

작가의 방 After

(저는 이 방의 장판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무려 동네 지물포 가서 구한 모노륨 장판이라고요!!!)

이렇습니다.

아직 완전히 완성되진 않았지만 제가 원했던 것들이 착실히 실현되고 있어요.

그리고, 지난 1편에서 보여드렸던 이 주방 사진 기억하시나요?

요즘은 보기 힘든 타일 싱크대입니다. 이 집에서 다른 건 다 바꿔도 꼭 남기고 싶었어요!

역시 100% 완성은 아니지만 살짝 중간 공개를 하자면...

주방 After

이곳에서 저는 요리책도 보고, 밥도 먹고 하고 있어요 :) 다음주에는 여기에 하얗게 새 줄눈을 넣어서 더 예뻐진 모습으로 다시 인사드리고 싶네요.

저는 이렇게 오늘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 집에서 하나씩 이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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