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교복 귀여워” 中관광객들 인증 유행에 태국 정부 ‘활짝’ [박종현의 아세안 코너]

박종현 입력 2023. 3. 19. 19:01 수정 2023. 3. 2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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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개방에 태국 찾은 중국 관광객들
중·고교 교복 구입해 사진찍기 인증
태국 당국 “이미지·소프트파워 강화”
2019년 관광객 3900만→올해 1100만 예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닫혔던 국경이 개방되자 중국인들이 해외 여행에 나서고 있다. 여행가방을 끌고 베트남과 태국 등 인접국을 중심으로 세계 곳곳을 찾고 있다. 그중에서도 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 일부는 중·고등학교의 교복을 구입해 착용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일종의 여행 인증 놀이다. 10년 전부터 알음알음 교복 인증 사진 촬영으로 여행 분위기를 냈던 중국 관광객들 특유의 문화가 여행 재개를 고리로 복원되고 있는 것이다. 태국은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에서도 학생들이 교복을 입는데, 디자인 등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배우 쥐징이가 지난달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올린 교복 착용 모습. 웨이보 캡처
◆중국 관광객들 “태국 교복 착용하면 귀여워”

중국 관광객들의 태국 교복 인증이 일부 외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경개방으로 중국인의 해외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지 1개월 남짓만의 일이다. 먼저 태국 방콕포스트가 지난 9일 교복 인증 사진찍기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한동안 인기를 끈 뒤 시들어졌다가 재유행한 배경을 살폈다. 그러면서 학교 외부에서 교복을 입는 것은 ‘학생 교복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점도 전했다. 중국인의 교복 인증 사진찍기 유행은 태국 영화 ‘시암의 사랑’(The Love of Siam·2007), ‘첫사랑’(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or First Love·2010)에 배경을 두고 있다. 이들 영화는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으며, 주요 배우들이 작품에서 교복을 입은 모습을 선보였다. 중국 유명인사들이 이런 흐름에 유행의 확산을 영향을 끼치기도 하는데, 이번 재유행의 중심엔 걸그룹 SNH48 멤버로 활동한 배우 쥐징이가 있다. 쥐징이는 지난달 방콕 대형 쇼핑몰 ‘센트럴 월드 컴플렉스’를 방문해 교복을 입고 사진을 촬영했다. 쥐징이는 이를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올렸다. 

교복 관련 회사들은 당연히 재유행을 반기고 있다. 방콕 소재 한 교복 업체 주인은 쥐징이의 교복 착용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1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 이보다 일주일 앞선 말레이시아 더스타의 보도 내용은 업체 대표의 흥분을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방콕 방글람푸 지역의 교복 업체 스리판의 옌짓 아트사와프리차왕 대표는 이런 유행과 관련, “60년 넘게 교복 장사를 해 왔지만, 이런 큰 관심은 사상 처음”이라며 “20대 중국 여성 관광객들이 업체를 찾아 교복을 구입하는 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한쪽에서는 교복을 구입하고, 다른 쪽에서는 교복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는 설명도 더했다. 

태국 시민이 17일 수도 방콕에서 관광명소 인근에 설치된 ‘방콕 방문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담은 입간판 옆을 걸어가고 있다. 방콕=AFP연합뉴스
그는 그러면서 말레이시아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수입은 중국인 관광객이 아니라, 아직ㅇ느 태국 학생들의 지갑에서 나오고 있다”며 유행이 본격화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했다. 여학생  교복은 옷깃에 리본이 묶인 와이셔츠와 무릎 길이의 치마로 이뤄져 있다. 남학생 교복은 흰색 와이셔츠와 반바지로 구성된다. 여학생 교복의 경우 교복업체 스리판에서는 600바트(약 2만3000원)에 판매된다. 교복 착용이 의무이다 보니, 태국의 교복 업체는 여럿이다. 프라찻찻 비즈니스는 최근 교복 제조업체 178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상위 3개 브랜드를 공표하기도 했다. 

중국 관광객의 교복 착용 문화는 마치 경복궁을 비롯한 서울의 5대궁 주변에서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여행 분위기를 내는 것과 닮은 현상이다. 다른 점은 더러 있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은 서울의 궁궐 주변에서 많이 발견되는 것과 달리, 교복을 착용한 중국 여행자들은 쇼핑몰 등에서 확인된다. 한복을 대여하면 경복궁 등에 무료 입장하는 혜택을 누린다. 대여 한복에는 이름을 새기거나 손상을 가하면 안 된다. 태국에서 유행하는 교복 사진찍기는 구입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 관광객들은 교복에 이름이나 문구를 옷에 새기기도 한다. 

17일 태국 방콕 왕국 주변 거리에서 툭툭 기사가 지나가고 있다. 방콕=AFP연합뉴스
◆“교복 인증 유행은 복장 자율화에 방해”

이런 유행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크다. 무엇보다 복장 자율화를 주장하는 대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대학생들까지 교복을 착용해야 하는 태국에서는 쭐랄롱꼰 대학교와 탐마삿 대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복장 자율화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교복 착용이 모두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태국에서는 학교 로고가 부착된 교복을 착용하고 외부활동을 하게 되면 법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는 경고한다. 라차폰 시리사콘 변호사는 “재학생이 아닌데 교복을 입으면 교복법 위반 혐의를 적용받아 최고 1000바트(약 3만8400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며 “교복에 학교 이름 등을 새기게 되면 불법행위가 된다”고 경고했다. 다른 사람이 인식할 정도로 뱃지를 부착하거나 이름을 새길 경우엔 법에 저촉된다는 설명이다.

교복을 입은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넣는 것은 위법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뜨리눗 티옌텅 교육부 장관도 “교복에 특정 학교의 이름이 부착되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된다”고 확인했다. 그는 “(교복 착용이) 관광의 일부이고, 해악이 없는 좋은 트렌드라면 오히려 관광객 문화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뜨리눗 장관은 “아직은 교복을 입은 관광객이 적절하지 않은 장소를 갔다거나 밤문화에 활용했다는 보고가 없었다”며 “(중국인의 교복 착용은) 우리가 등산을 하거나 야외활동을 할 때 입는 아웃도어 복장 착용과 같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사례도 꺼내들었다. 과거 일본에서도 교복을 입는 문화가 유행했는데, 일본 문화 알리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유타삭 수파손 태국 관광청장이 2월 6일 방콕 돈무앙 국제공항에서 중국인 입국자에게 줄 선물을 들고 웃고 있다. 방콕=신화통신·연합뉴스
◆태국 정부 “교복 착용, 소프트파워·문화에 긍정적”

관광객의 교복 착용 사진찍기 문화가 궁극적으로 태국의 이미지와 소프트파워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뜨리눗 장관과 타넷 페추완 태국관광청(ATA) 부청장이 유사한 견해를 피력했다. 타넷 부청장은 교복 착용·사진 인증과 관련, “태국 관광 문화의 영향력을 키우고, 중국 관광객의 태국 방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태국 정부는 지난해 총리실 주도로 소프트파워 강화를 위한 위원회를 출번시켰다. 전체 관광객에서 차지하는 중국인의 비중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국 정부는 교복 인증 문화의 확산을 위한 노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강하다. 

박경은 한국외국어대 태국어과 교수는 태국 정부의 긍정적 대응과 관련해 보다 분석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 직후라는 시간적 배경과 관광 부흥의 필요성이라는 당위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도 태국 일각에서 일반인을 중심으로 교복 착용이 유행했는데, 당시엔 일부에서 관광유흥업종에서 활용된다는 보고가 있을 만큼 부정적인 면이 있었다”며 “이런 이유로 당시 태국 정부는 학생이 아닌 사람들의 교복 착용을 엄격히 제한했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의 대응은 보다 유연해졌는데, 관광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이유와 이전의 부정적인 측면이 거의 없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으로 박 교수는 분석했다.

교복 착용 인증에 대한 태국 정부의 방침이 한국 등의 사례를 연구한 뒤에 확립됐다는 분석도 있다. 박 교수는 “관광청 등 태국 당국이 한국의 한류와 궁궐 인근의 한복 대여 문화 등도 여러 차례 참고한 것으로 안다”며 “복식문화가 발달한 태국으로서 한국 등의 긍정적인 사례를 연구해 국가 브랜드와 소프트파워 강화를 노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태국의 일반인들도 이전과 달리, 코로나19 이후 관광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중국 관광객의 교복 인증 유행을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물론 환경이 변하거나, 잘못이 연이어 포착될 경우엔 차후 태국 당국의 강경 대응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관광 유입 효과와 여론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태국관광청은 올해 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이 700만∼8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당초 추정했던 500만 명보다 늘어난 숫자이다. 태국을 방문할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2500만∼3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태국관광청은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약 1100만 명이었다. 당시 방문객 또한 애초 목표로 삼았던 1000만 명보다 늘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숫자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인 2019년 외국인 방문객 3900만 명에 비해서는 한참 부족한 숫자이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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