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뷰티 디바이스' 재도전…10년 전 실패 극복할까

조회 362025. 1. 8. 수정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2014년 론칭한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이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25'에서 신제품 ‘스킨라이트 테라피 3S’를 공개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메이크온 홈페이지 캡처

아모레퍼시픽이 글로벌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냈다. 아모레퍼시픽은 10년 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이 시장에 진출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나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코스피시장에 상장해 시가총액이 약 2조원에 달한 에이피알의 선전으로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전성기를 맞으면서 아모레퍼시픽도 재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업계는 본업인 뷰티 시장에서 위기를 겪는 아모레퍼시픽이 디바이스 시장에서 새로운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8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전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5’에서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의 신제품 ‘스킨라이트 테라피 3S’를 처음 공개했다. 오는 3월 정식 출시되는 이 제품은 회사가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AI) 피부 분석 및 케어 솔루션'과 융합한 디바이스로, LED 빛과 미세 전류를 활용해 피부 상태를 정진단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서경배 회장이 처음으로 이번 CES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뷰티 디바이스 사업에 힘을 실었다. 한때 부진했던 뷰티 디바이스 사업을 재정비해 회사의 핵심 성장축으로 삼겠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4년 메이크온 브랜드를 론칭하고 클렌징과 피부 탄력 개선을 돕는 기기인 '클렌징 인핸서''를 선보였다. 2019년에는 배우 송혜교까지 모델로 기용하며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미했다. 2018년에는 LG전자가 LED마스크를 출시하면서 아모레퍼시픽이 형성한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성장하는 듯했으나 그해 LED마스크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장 전체가 침체됐고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디바이스 사업도 설 자리를 잃었다.

다시 기회로 떠오른 뷰티 디바이스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2023년부터다. 소비자들이 바르는 화장품을 넘어 기술과 기기를 활용한 맞춤형 피부관리로 눈을 돌리면서 글로벌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최근 수년간 연평균 20% 성장해 2030년에는 1769억3000만달러(약 24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시장조사 업체 데이터브릿지는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뷰티 디바이스는 안정성 검증이 강화되고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됐다”며 “안티에이징 트렌드와 고령화로 피부과 대신 집에서 피부를 관리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도 2023년 뷰티 디바이스 업체인 퍼시픽테크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재도전에 나섰다. 특히 K뷰티의 세계적인 인기가 뷰티 디바이스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으로 판단했다. 무엇보다 뷰티 디바이스는 아모레퍼시픽의 부진한 실적을 보완할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회사는 중국 화장품 사업 부진이 장기화되자 주력 해외 시장을 중화권에서 미국, 일본, 유럽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북미 매출이 중화권 매출(2599억원)의 80% 수준까지 따라잡으면서 중국 시장의 실적 부진을 메우고 있지만 인디브랜드 위주로 뷰티 시장이 재편되면서 보다 강력한 성장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의 뷰티 디바이스 사업도 미국 시장 공략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기준 한국산 미용기기 수출액 1억7921만달러(약 2493억원) 중 미국이 49.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현재 북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아모레퍼시픽의 코스알엑스, 라네즈, 이니스프리에 이어 뷰티 디바이스가 포트폴리오에 추가될 경우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은 에이피알이 시장점유율 30% 이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LG전자 외에 동국제약, 누스킨을 비롯한 중소·중견 가전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홈뷰티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1조6000억원 규모로 10년 만에 16배 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전통 강자로서 오랜 시간 축적해온 기술력과 데이터베이스 등을 이용할 경우 판도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관건은 혁신기술 상용화와 다양한 제품군 확보다. 지난해 CES 2024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입술 진단, 케어, 메이크업을 기기 하나로 해결하는 ‘립큐어빔’으로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아직 출시에는 이르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부터 메이크온 수출을 시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다음달 아마존을 통해 스라테3를 선보이고, 3월부터는 스라테3S를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뷰티 테크 협업과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뷰티 디바이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면서 "뷰티 디바이스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융합한 커넥티드 뷰티 사업을 확대해 다양한 디바이스와의 연결성을 강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기기 하나로 입술 진단과 케어, 메이크업이 가능한 뷰티 디바이스 '립큐어빔'으로 'CES 2024' 디지털헬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사진 제공=아모레퍼시픽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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