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의 차가운 얼음을 뜨거운 금빛으로 녹여낸 김길리가 마침내 스케이트 끈을 풀고 스물둘 청춘의 얼굴로 돌아왔다.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의 웅장함 앞에서도 전혀 기죽지 않는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김길리가 자신의 SNS에 공개한 한 장의 셀피에는 경기장의 치열한 승부사 대신,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머금은 소녀가 있었다. 한 손에는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자부심이 담긴 금메달 두 개와 동메달 한 개가 묵직하게 들려 있었고, 다른 한 손은 승리를 자축하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그리고 있었다.

그의 가슴에 걸린 세 개의 메달은 단순한 기록 그 이상이다. 여자 1500m와 3000m 계주를 제패하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고, 1000m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레이스로 값진 동메달을 추가했다. 특히 선배 최민정과 함께 결승선을 통과하며 보여준 압도적인 레이스는 이번 대회 최고의 명장면으로 남았다.

전 세계를 숨 죽이게 했던 카리스마는 온데간데없다. 지금 이 순간, 김길리는 그저 가장 화려한 축제를 끝낸 뒤 이탈리아의 낭만을 온몸으로 만끽하는 행복한 챔피언일 뿐이다. 빙판 위에서의 고독한 질주를 견뎌낸 끝에 마주한 이 짧은 여유가 그의 메달만큼이나 눈부시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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