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안 피워도 폐암?…여성 환자 88% 비흡연, 가장 큰 위험은 가족력 [건강한겨레]

최지현 기자 2026. 10. 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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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담배 한 번 피워본 적이 없는데."

폐암의 최대 위험 요인은 흡연으로 알려졌지만, 한국 여성 폐암 환자의 87.5%는 평생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는 비흡연자다.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은 1촌 가족의 폐암 가족력이었다.

엄 교수는 "이 경우 치료 결정에 조바심을 내기보다 5~10년 이상 관찰하며 대응하고, 추적 CT 검사 역시 3~5년에 한 번 정도로 검진 간격을 늘려도 충분하다"며 "환자가 기존에는 하지 않아도 되는 질환 걱정을 하게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아 접근이 조심스럽지만, 직계 가족에 폐암 가족력이 있는 비흡연 여성은 조기검진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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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원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팀
세계폐암학회서 연구 결과 발표
‘2024년부터 200명 대상 연구’ 결과
“국가검진, ‘30갑년 흡연력’ 필수로 규정해
비흡연 여성은 그 대상에서 제외된 상황
가족력 존재하면 ‘고위험군 포함’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평생 담배 한 번 피워본 적이 없는데….”

폐암의 최대 위험 요인은 흡연으로 알려졌지만, 한국 여성 폐암 환자의 87.5%는 평생 담배를 피워본 적이 없는 비흡연자다. 폐암은 국내 여성 암 사망 원인 1위이기도 하다. 유방암과 자궁암 등 대표적인 여성암을 합친 것보다 사망자가 많다.

건강한겨레는 지난 14일 세계폐암학회(WCLC 2026) 현장에서 엄상원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와 인터뷰했다. 엄 교수는 최근 ‘니케(NIKE) 연구’를 통해 국내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이 부모·형제자매·자녀 등 1촌 가족의 폐암 가족력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이런 상황에서도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는 오랫동안 조기검진의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행 국가폐암검진의 대상이 ‘30갑년(하루 한 갑씩 30년 흡연)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54~74살 고위험군’으로 한정된 탓이다. 확실한 위험 요인을 선별하고 국가적 암 사망 예방 효과 등을 고려한 제한이지만, 실제 폐암 환자 중 현행 검진 기준을 충족하는 비율은 30%밖에 되지 않아 의료계의 고민이 크다.

국가별 폐암 조기검진 임상연구의 폐암 발생률 비교. 엄상원 교수 제공

이와 같은 고민에서 2024년 6월 시작한 국내 연구가 최근 점차 성과를 내고 있다. 엄상원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이끄는 ‘니케(NIKE) 연구’다. 엄 교수는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이 부모·형제자매·자녀 등 1촌 가족의 폐암 가족력이라는 해당 연구의 초기 분석 결과를 지난 12~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WCLC 2026)에서 발표했다. 건강한겨레는 지난 14일 세계폐암학회 현장에서 엄 교수를 만나 비흡연 여성 폐암의 역학적 특성과 향후 개선해야 할 국가 조기검진 전략 방향을 물었다.

지난 14일 세계폐암학회(WCLC 2026)에서 건강한겨레와 인터뷰하는 엄상원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엄 교수는 “환자가 기존에 하지 않던 질환 걱정을 하게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 같아 접근이 조심스럽지만, 향후 국가폐암검진 대상에 가족력이 있는 비흡연 여성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비흡연 여성 폐암, 성격부터 달라…환경 오염에 더 민감하되 진행은 천천히

엄 교수는 “폐암은 복잡한 방정식”이라며 “ 폐암은 하나의 질병이라기보다 폐에서 시작된 여러 종류의 암을 아우르는 이름에 가깝다. 조직형과 유전자 변이에 따라 진행 양상도, 치료법도 크게 달라진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보통 폐암을 생각하면 장기간 흡연한 고령층에게 생겨 1~2개월 만에 매우 빨리 나빠지는 공격적인 암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비흡연자에겐 오랜 기간 천천히 자라는 성격의 ‘간유리 결절’ 형태의 폐암이 많다”며 “이런 탓에 둘 사이 성격도, 치료와 관리 대응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간유리 결절 형태의 폐암이란 흉부 시티(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에서 폐 조직이 희뿌옇게 보이는 형태의 초기 폐암을 가리킨다.

폐암은 복잡한 방정식인 만큼 흡연을 제외하면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 원인은 여전히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인종·유전적 요인과 폐암 가족력,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인종·유전적 원인이 아직 명확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서구권보다 동아시아인에게서 비흡연자 폐암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동아시아 지역의 대기질이 오랫동안 좋지 않았다는 환경적 요인도 고려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과거보다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지만, 지난 20여 년간 공기 질이 좋지 않았던 점도 비흡연자 폐암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초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군 발암 요인이다. 이 밖에도 흡연자와 함께 생활하며 간접흡연에 노출된 경우, 과거 결핵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은 폐질환을 앓은 경우, 발암성 물질인 라돈 노출 등도 비흡연자의 폐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환경적 요인은 비흡연 여성에게 더 민감하게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엄 교수는 “원인을 완벽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지만, 성호르몬 분비의 차이 및 여성이 가진 면역세포 특성 등 이유로 여성이 환경적 오염에 더 민감할 것이라 추정한다”며 “실제 흡연의 경우에도, 같은 양의 담배를 피우더라도 여성이 더 높은 영향을 받는 것으로 관찰된다”고 설명했다.

국가검진 대비 폐암 발견율 3배…“가족력 중심 정교한 검진 및 사후관리 체계 필요”

이번 니케 연구는 200명 정도의 소규모 연구로 시작했으나 좀 더 구체적인 고위험군에 대한 선행 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개인적으로 폐암 검진을 진행한 비흡연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했기에 가족력을 매우 세밀하게 조사했다.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은 1촌 가족의 폐암 가족력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머니나 이모 등 모계에 폐암 가족력이 있거나, 1촌 가족을 포함해 가족 내 여러 명의 폐암 환자가 있는 경우, 형제자매에게 폐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폐암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니케 연구의 폐암 발견율은 2.5%( 118명 중 3명)로 나타났으며 모두 비교적 위험성이 높은 침습성 암이었다. 작은 수치처럼 보이지만, 기존 폐암 조기검진 연구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의 국가폐암검진 시범사업의 폐암 발견율이 약 0.8%(1천 명 중 8명)이기에 약 3배에 달한다. 국제적으로 폐암 발견율이 약 1% 수준인 미국 내 유사 연구 결과보다 높고 대만의 2.6%와는 유사한 수준이었다. 다만, 대만의 연구에선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제자리암’을 제외하면 2.1% 수준이었기에 실제 발견율과 위험성 모두 국내 연구가 더 높게 나온 것이다. 제자리암은 암세포가 상피조직 내에만 머물러 있고 기저막을 뚫고 주변 조직으로 침범하지 않은 0기 암 단계를 가리킨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엄 교수는 “향후 국가폐암검진 대상에 가족력이 있는 비흡연 여성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하면서도 “비흡연자 전체로 검진을 무분별하게 확대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대상자가 지나치게 많아지고 국가 의료재정 부담이 커지는데다 대상자 입장에서도 과진단 및 방사선량 과다 노출, 불필요한 질환 우려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연구 대상 집단인 가족력이 있는 비흡연 여성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간유리 결절 형태의 폐암은 장기간 천천히 성장해 당장의 치료 개입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에서 간유리 결절을 16년간 장기 추적했을 때 크기가 증가한 것은 6개 중 1개(17%)에 불과했을 정도다.

엄 교수는 “이 경우 치료 결정에 조바심을 내기보다 5~10년 이상 관찰하며 대응하고, 추적 CT 검사 역시 3~5년에 한 번 정도로 검진 간격을 늘려도 충분하다”며 “환자가 기존에는 하지 않아도 되는 질환 걱정을 하게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아 접근이 조심스럽지만, 직계 가족에 폐암 가족력이 있는 비흡연 여성은 조기검진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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