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 신화’로 금의환향, 삼양식품..서울 한복판 사옥 이전 '눈앞'

삼양식품에 따르면 신사옥은 중구 충무로2가 남산N타워로 오는 8월 완공 예정이다. 인테리어를 마친 후 연내 입주할 계획이다. /사진 제공=삼양식품

삼양식품이 세계적인 ‘불닭’ 열풍을 바탕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약 28년 만에 서울 도심으로 본사를 이전한다. 과거 ‘우지 파동’ 여파로 종로를 떠났던 삼양식품이 도심으로 금의환향하며 회사의 오랜 숙원이 마침내 실현됐다는 평가다. 삼양식품은 글로벌 K푸드 확산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명동을 거점 삼아 브랜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19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현재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본사를 4분기 중 서울 중구 충무로2가 소재 '남산N타워'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 건물은 8월 준공 예정이며 인테리어 공사를 거쳐 연내 입주할 계획이다. 본사 이전을 위해 삼양식품은 16일 해당 부지와 건물을 포함한 유형자산을 2270억원에 양수한다고 공시했다. 계약금은 전체 금액의 92.5%가 지급됐고 잔금은 9월 19일 납부될 예정이다.

이번 이전은 단순한 사무공간 확장을 넘어 삼양식품이 종로로 금의환향하는 역사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1961년 성북구 하월곡동에서 창립한 삼양식품은 1975년 종로구 수송동에 본사를 마련하며 도심에 안착했지만, 1989년 '우지 파동' 이후 경영난을 겪으며 1997년 다시 창립지인 성북구로 돌아갔다.

당시 삼양식품은 라면 제조에 비식용 우지(소기름)를 사용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8년간의 법적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소비자 신뢰가 크게 흔들리며 업계 2위에서 4위로 밀려났다. IMF 외환위기까지 겹치며 2002년 종로 사옥을 매각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이후 2010년 취임한 전인장 전 회장은 “사대문 안에 본사를 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회사는 광화문, 종로, 을지로 등 도심을 중심으로 복귀 가능성을 꾸준히 타진해왔다.

이 가운데 ‘불닭’ 시리즈의 세계적인 흥행이 사옥 이전을 현실화시킨 결정적 동력이 됐다.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실적이 급성장하며 매출과 기업 가치가 동반 상승했고, 이를 기반으로 본사 확장과 도심 복귀에 필요한 투자 여력도 확보됐다.

실제 삼양식품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조7300억원, 영업이익 3442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314억 원으로 분기 기준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률은 25.3%로 식품업계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주가 역시 1년 반 만에 5배 이상 올라 '황제주' 반열에 올랐다. 19일 기준 삼양식품은 전 거래일 대비 2.63% 하락한 114만9000원에 마감했다.

사세 확장에 따라 공간 재정비 필요성도 현실화됐다. 임직원 수는 2015년 1107명에서 지난해 2390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해 기존 성북구 본사는 수용 한계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본사 인력 중 약 600명이 인근 임대 사무실에 분산 근무해왔다. 새 사옥은 연면적 약 2만867㎡(약 6310평)로 기존 사옥 대비 3배 이상 넓어 본사 인력은 물론 지주사 삼양라운드스퀘어 소속 400여명까지 통합 수용이 가능하다. 그룹 차원의 조직 효율성과 계열사 간 협업 시너지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입지적으로도 명동·종로 상권은 외국인 관광객이 밀집해 있어, 불닭 브랜드는 물론 삼양식품 전체의 해외 소비자 접점 확대와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이 향후 체험형 마케팅, 플래그십 스토어, 팝업존 등 오프라인 기반의 글로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해당 사옥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는 CJ ENM이 콘텐츠 중심지인 상암 DMC, 무신사가 MZ세대 유입이 활발한 성수동을 본사 입지로 선택한 것과 유사한 전략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글로벌 성장세에 발맞춘 인재 유치와 조직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도 도심 이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K푸드를 대표하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 기업으로서, 글로벌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에 명동은 최적의 입지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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