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현의 라인드라이브] ‘최강야구’의 낭만은 잊어라, 상무에서 돌아온 ‘괴물’ 류현인의 진짜 야구

- ‘최강야구’의 낭만은 잊어라, 상무에서 돌아온 ‘괴물’ 류현인의 진짜 야구
- 안현민이 쏘아 올린 희망, 2026년 마법의 성엔 ‘류현인’이라는 엔진이 돈다
- 홍창기의 길, 그리고 이강철의 안목... 류현인이 그릴 ‘위즈 2.0’의 서막

야구에서 타율 4할은 '신의 영역'이라 불린다.
아무리 2군 무대인 퓨처스리그라 할지라도, 144경기 체제의 현대 야구 시스템에서 4할을 유지한다는 건 단순히 기술의 영역을 넘어선 집중력의 문제다.
그런데 2025년, 우리는 그 불가능해 보이던 숫자를 목격했다.
게임 속 스탯이 아니다. KT 위즈의 내야수 류현인(25)이 찍어낸 현실의 기록이다.

지난해 12월 9일, 상무 피닉스에서 전역 신고를 마친 류현인이 수원으로 돌아왔다.
2023년 신인 드래프트 당시만 해도 그는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의 '귀여운 막내' 혹은 '비선출 신화'의 조연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2년의 군 복무를 마친 지금, 그는 더 이상 방송의 후광이 필요 없는 '괴물 타자'가 되어 나타났다.
2025시즌 KT가 안현민이라는 히트상품을 통해 재미를 봤다면, 2026년 마법사 군단의 히트상품 예약 1순위는 단연 류현인이다.

숫자가 그의 성장을 증명한다. 류현인은 2025시즌 퓨처스리그 98경기에 출전해 타율 0.412(369타수 152안타)를 기록했다.
퓨처스리그에서 4할 타자가 나온 것은 2017년 경찰청 소속이던 홍창기(LG, 0.401) 이후 무려 8년 만이다.
1군 최고의 리드오프로 성장한 홍창기의 전례를 떠올리면, 류현인의 기록이 갖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더욱 놀라운 것은 타율 뒤에 숨겨진 '내용'이다. 류현인은 단순히 배트 컨트롤만 좋은 '배드볼 히터'가 아니다.
지난 시즌 그는 71개의 볼넷을 골라내는 동안 삼진은 고작 38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소위 '눈야구'가 된다는 뜻이다.
출루율은 무려 0.503에 달한다. 두 번 타석에 들어서면 한 번은 무조건 살아 나갔다는 이야기다.
1.8에 육박하는 볼넷/삼진 비율(BB/K)은 그가 퓨처스 레벨을 이미 졸업했음을 시위하는 수치다.
상무에서의 2년은 그에게 기회의 시간이었다.
이재원(LG), 정은원(한화), 한동희(롯데) 등 1군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과 땀을 흘리며 프로의 루틴과 수싸움을 체득했다.
입대 전 "작은 체구라 장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비웃듯, 그는 9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중장거리 타자로서의 변신도 꾀했다.
류현인 스스로 "투수와의 타이밍 싸움에서 확실한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다"고 자평할 만큼, 기술적 완성도는 정점에 달해 있다.

이제 무대는 1군이다. KT의 내야진 상황은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베테랑 황재균의 은퇴로 3루 핫코너와 내야 뎁스에 거대한 공백이 생겼다.
물론 허경민, 김상수 등 산전수전 겪은 베테랑들이 버티고 있지만, KT는 언제나 '새 피'의 수혈을 갈망해왔다.
이강철 감독이 시즌 중 류현인의 퓨처스 기록을 보고받고 "12월 제대가 야속하다"며 혀를 찼던 건, 그만큼 그를 즉시 전력감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안현민이 예상을 깨고 1군 무대를 휘저으며 KT 타선의 활력소가 되었듯, 2026년은 류현인이 그 바통을 이어받을 차례다.
전역 직후 쉴 틈도 없이 위즈파크로 출근해 몸을 만들고 있는 그의 독기는 이미 1군 주전 경쟁을 향해 있다.

퓨처스의 제왕이 1군에서도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홍창기가 그랬듯, 압도적인 2군 성적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예능 속 '아기 호랑이'는 이제 없다.
발톱을 날카롭게 간 '진짜 맹수' 류현인이 2026년 KBO리그를 정조준하고 있다.
글/구성: 민상현 전문기자, 김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