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과제와 성과를 소개합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CEO·사장)는 그룹 전체에서 손꼽히는 '배터리 전문가'다. 기술적 역량 못지않게 사업적 감각까지 겸비하면서 LG엔솔의 미래에 거는 기대 역시 크다. LG엔솔은 글로벌 전기자동차 시장의 수요둔화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김 사장을 주축으로 근본적인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집념의 연구원, 배터리사업 확장 토대 다졌다
김 사장은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재료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연구원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1998년 LG화학 배터리연구센터에 입사해 연구개발(R&D), 생산, 상품기획, 사업부장 등 배터리 사업 전반에서 다양한 역량을 쌓았다. 그는 연구원 시절부터 '세계 최고의 배터리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R&D에 몰두했다. 다른 업체에서는 2년이 걸린 배터리 제품 개발을 몇 달간 새벽4시에 퇴근하며 매달린 끝에 10개월 만에 해내기도 했다. 그렇게 그의 이름으로 등록된 배터리 특허만 200개가 넘는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김 사장에게는 'LG연구개발상 다섯 차례 수상'이라는 남다른 이력도 생겼다. LG연구개발상은 매년 뛰어난 R&D 성과를 거둔 직원에게 주는 상이다. 그중에서도 김 사장은 배터리용 고안전성 3성분, 안전성향상분리막(SRS) 기술 등으로 연구개발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특히 SRS 기술은 배터리 분리막에 세라믹 입자와 고분자 바인더를 코팅하며 내구성과 내열성을 모두 높여 안전이 생명인 자동차에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쓰일 수 있게 한 대표 기술로 꼽힌다.

이후 김 사장은 2014년 모바일전지개발센터장(상무), 2017년 소형전지사업부장(전무)을 거쳐 2019년 말 자동차전지사업부장(부사장)에 발탁됐다. 이 당시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특히 폴란드 공장의 경우 새로운 공정을 도입한 후 수율안정화에 어려움을 겪으며 줄곧 적자를 내고 있었다. 김 사장은 이 같은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수율과 생산성을 극대화해 원가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김 사장의 노력은 2020년 2분기 흑자전환 성공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폴란드 공장 수율은 안정됐고 영업이익률도 지속적으로 개선되며 흑자 기조가 이어졌다. 오랜 기간 부침을 겪었던 폴란드 공장의 안정화 경험은 LG엔솔의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김 사장은 "배터리 사업은 현재 성과에 만족하면 안 된다"며 주요 고객사들의 수주도 이끌었다. 제너럴모터스(GM)와의 제3합작공장 설립, 스텔란티스·혼다 등과의 북미 합작공장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당시 110조원 수준에 그쳤던 수주잔액은 2022년 말 385조원 규모로 늘었다.
1년 만의 CEO 승진…'기술력' 기반 성장 다짐
김 사장은 2023년 12월 LG엔솔 신임 CEO로 발탁됐다. 그해 1월 자동자전지사업부장(사장)에 오른 지 불과 1년 만의 초고속 승진이다. 배터리 사업에서의 그의 성과와 역량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큰 영광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다"며 남다른 사명감을 보였다.
그가 LG엔솔의 첫 연구원 출신 CEO라는 점도 이목을 끌었다. 전임 CEO였던 김종현 전 사장과 권영수 전 부회장은 모두 경영학을 전공한 기획·재무전문가다. 업계 안팎에서는 배터리 시장에서의 성패가 초격차 기술력에 달린 만큼 앞으로 배터리전문가인 김 사장의 노하우가 한층 빛을 발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차세대 기술력 확보에 중점을 둔 김 사장은 취임 직후 '미래기술센터' 조직을 신설했다. 전고체·리튬황·리튬메탈 등 차세대 배터리 R&D부터 양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전담하는 핵심 조직이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에 있던 기존 차세대 전지개발센터를 CEO 직속으로 옮기고, 센터장 직급도 '담당'에서 '부사장'으로 격상했다. 조직 내 최고전문가로 꼽히는 정근창 부사장을 미래기술센터장으로 임명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넘어 실제로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 확보에 무게를 실었다. 또 전고체배터리 기술 확보를 위한 파일럿 라인 구축을 지시하는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한층 속도를 높였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김 사장의 의지가 적극 투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유연한 조직문화 도입, 구광모 'ABC 전략'에도 발 맞춘다
조직의 리더로서 김 사장은 자신을 등반안내인인 '셰르파'로 비유했다. 셰르파처럼 LG엔솔이 질적 성장을 이루는 데 길잡이가 돼 원칙과 규율을 제시하며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지원하면서도 구성원 개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조화를 이루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실제로 김 사장은 자동차전지사업부장 시절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문화와 소통방식을 새로 도입하기도 했다.
조직을 넘어 LG그룹 차원의 경영전략과도 발을 맞추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최근 LG에솔과 관련해 "사업 철수 이야기까지 있었던 배터리는 세계 최초의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하며 시장의 변곡점을 열었다"고 언급하며 한층 힘을 실어줬다. 구 회장은 과거 배터리 사업을 "LG의 주력사업 중 하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구 회장이 내세우는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전략'에서 배터리는 직접적으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LG엔솔과의 사업 연관성은 충분하다. 신재생에너지, 폐배터리 재활용, 전기차 충전 사업 등으로 대표되는 클린테크 분야가 LG엔솔의 사업방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에게는 그룹 차원의 ABC전략에도 협력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향후 인공지능(AI)과의 사업 접목이 기대되는 배경이다. LG엔솔은 AI 기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해 제조 공정을 혁신할 방침이다. 오는 2025년 이후 가동되는 모든 글로벌 신규 라인은 스마트팩토리 기반으로 운영된다. 오창 에너지플랜트에는 AI를 바탕으로 한 딥러닝 시스템인 팩토리모니터링컨트롤센터(FMCC)도 두고 있다. 김 사장은 "어려운 시기임은 분명하지만 우리는 어떤 경쟁사와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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