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로드와 쉽고 편하게 친해지는 방법, 혼다 CT125

송지산 기자 입력 2023. 2. 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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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모터사이클 슈퍼커브. 처음 국내 도입 당시엔 국산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던 비즈니스 시장을 목표로 했지만, 그 시장은 어느샌가 PCX를 포함한 프리미엄 스쿠터들이 싹쓸이했고 현재 슈퍼커브는 일상용 모터사이클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이 슈퍼커브로 출퇴근과 같은 일상은 물론이고 장거리 투어나 캠핑을 즐기기도 하지만, 일부 마니아들은 이 모델로 오프로드를 달리기도 한다. 엔듀로나 모토크로스 등으로 다니는 험지까지는 어렵지만, 비포장도로, 임도 중심의 오프로드를 즐기는데 가볍고 편한 슈퍼커브는 가격도 저렴해 꽤나 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

하지만 이런 슈퍼커브에도 단점이 있으니, 바로 포장도로, 즉 온로드를 중심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달리는 오프로드가 비단길과 같다면 좋겠지만, 오프로드에선 자갈보다 큰 돌멩이도 만날 수 있고, 비가 좀 많이 오고 난 다음이면 길을 가로질러 물이 흐르고 남긴 굴곡도 생길 수 있다. 그런 상황을 만나게 되면 주의하지 않으면 차체나 엔진에 충격이 가해지는데, 수리난이도나 비용은 무섭지 않지만, 고장으로 깊은 산속에서 멈춰서게 되면 매우 난감해질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오프로드까지 염두에 둔 제품을 구입하면 된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헌터커브’, 혹은 ‘트레일 125’ 등의 이름으로 오프로드에 대응하는 제품이 출시되어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는데, 국내에도 이 헌터커브가 CT125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정말 오프로드도 잘 달릴 수 있는지 시승차를 타고 직접 확인해보러 나섰다.

우선 외관에선 ‘이게 커브인가?’ 생각이 들 정도로 닮은 요소가 그리 많지 않다. 커브의 몇몇 흔적들, 레버가 없는 왼쪽 핸들바나 앞뒤 중 원하는 곳을 밟아 변속하는 로터리 방식의 변속기 같은 것에서 커브의 흔적이 일부 남아있긴 하다. 하지만 다른 요소들, 커브의 상징 중 하나였던 레그 실드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언더가드와 이어지는 사이드 가드가 대체하고 있다. 핸들바도 파이프 그대로를 드러낸 꽤 높은 핸들바가 장착됐고, 핸들부에서 시트로 이어지는 프레임은 꽤나 높아 네이키드란 느낌이 더 강하게 들 정도. 하지만 이런 설정들은 전부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최적화된 것으로, 핸들바의 경우 노면이 거친 험지 주행 시 몸으로 전해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시트에서 일어선 자세로 주행하는데 이 때 조종을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이다. 사이드 가드는 전도 시 차체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함이고, 높은 프레임은 지상고를 높이기 위해 변경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리어 캐리어 아래로 높게 설치된 흡기구, 업 스타일의 머플러, 주행 중 돌이나 장애물이 튀어 엔진이 손상되는 것을 막는 언더가드 등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장비들이 두루 갖춰져 있다.

혼다코리아에서는 이 모델에 대해 ‘일상은 물론이고 교외로의 투어링이나 캠핑을 즐기기 좋다’고 설명하지만, 어차피 우리의 관심은 하나 아닌가, 정말로 오프로드를 달릴만 한지, 어느 정도까지 주파할 수 있는가일 것이다.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시동을 걸고 교외로 나섰다.

우선 엔진은 124cc 공랭 단기통이 탑재되어 최고출력 9.1마력/6,250rpm, 최대토크 1.1kg‧m/4,750rpm의 성능을 낸다. 이를 보고 C125와 같은 엔진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 기본 구성, 실린더 규격 등 기본 요소들은 동일하지만, C125는 좀 더 고회전에서 성능을 내도록 세팅된 반면, CT125는 그보다 낮은 회전수에서 발휘된다는 차이가 있다. 일본 본사의 홈페이지에서도 C125의 엔진 형식은 JA58E로 표시하지만, CT125는 JA65E로 표기하고 있어 각각의 특성에 맞춘 엔진을 사용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인지 일반 도로에서는 C125에 비해 다소 가속감이 아쉬운 느낌이다. 오히려 슈퍼커브 110에 더 가까운 느낌의 가속력인데, 사실 배기량으로 보나 성능 수치로 보나 미미한 수준이어서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일반도로를 달리는 것이 불편할 수준은 아니므로 부담 갖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슈퍼커브 110이나 C125보다 나은 점은 연료탱크가 5.3L로 더 크기 때문에 1회 주유로 갈 수 있는 거리가 더 길다는 점이다. 슈퍼커브 110이 4.2L, C125가 3.7L인데 그보다 크게 설정한 것은 이 모델이 여행, 모험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있다는 의미다.

일반도로의 성능은 커브 시리즈에 기대하는 수준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하지만 CT125는 여기서 끝낼 순 없다. 진짜 실력를 확인해보기 위해 골목을 지나 드디어 도로 포장이 끝나는 곳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가 CT125의 진짜 성능을 확인할 차례다. 기대를 가득 안고 스로틀을 당겨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기본 주행감은 일반 슈퍼커브와 앞뒤 17인치 휠 구성이 동일하니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기본 장착된 타이어가 블록 패턴이 강조된 오프로드 성격의 제품이라 미끄러짐이 덜해 훨씬 안정적이다. 제동은 앞뒤 모두 디스크에 1채널 ABS가 더해졌지만, 오프로드에선 뒷브레이크를 보다 많이 사용하게 되니 널찍한 브레이크 페달이 반갑게 다가온다.

이러한 장점들도 좋지만 가장 좋은 건 역시 원심 클러치가 적용된 변속기다. 장애물을 피해 바삐 오르다가 자칫 클러치 조작을 실수하면 여지없이 시동이 꺼져 뒤로 후퇴하거나, 숙련자에게 그 구간의 이동을 대신 맡기는 일명 ‘택시’를 부탁해야 하는데, CT125는 그럴 필요가 없다. 조작에 필요한 클러치가 없기 때문. 대신 구간에 맞춰 정확한 기어 단수를 맞춘 뒤 욕심내지 않고 꾸준히 달려가 구간을 통과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잘 모르겠다면 1단을 놓고 꾸준히 달려나가면 된다.

CT125는 두툼한 시트와 향상된 서스펜션으로 오프로드에서도 꽤 괜찮은 승차감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보다 서스펜션이 빛을 발하는 구간은 장애물이나 요철을 만났을 때다. 한참 달리다가 길을 가로지르는 꽤 깊은 물골을 만났는데, 오르막을 통과하기 위해 속도가 붙어있던 상황이라 피하지 못하고 이를 악문 채 부딪혀 보았다. 그런데 예상했던 차체 하부를 강타하는 소리 없이 조금 과한 덜컹거림과 함께 무사히 넘어가는 게 아닌가. 서스펜션과 170mm 지상고의 조합 덕분인데, 타고 온 것이 슈퍼커브나 C125였다면 상당히 골치 아픈 상황에 직면하게 됐을 듯했다.

시간이 더 여유가 있었다면 조금 멀리 나가 본격적인 임도를 달려보고 싶을 만큼 CT125의 오프로드 주행은 편하고 즐거웠다. 마치고 나니 혼다의 어드벤처 라인업이 의외의 열쇠로 완성되어 가는 느낌이 들었다. 일상이나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다면 ADV350이나 X-ADV쪽으로, 오프로드의 즐거움에 초점을 맞춘다면 CRF300L이나 CB500X을 거쳐 XL750 트랜스알프나 CRF1100L 아프리카 트윈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다. 이런 제품들을 선택하기 전, 오프로드에 익숙해지기 위한, 시작을 함께할 만한 모델로 초심자도 부담없이 탈 수 있는 성능과 무게의 CT125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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