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 먹이고 성폭행 누명"…유명 병원 문 닫게 한 '그날 밤 파티'
병원장, 건물주 상대 사기·마약·무고 고소
"졸피뎀 탄 술 먹여 준비한 여성이 성관계"
"잠든 사이 허위 임대차계약서 지장 찍어"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한때 전국 분만율 1위였던 유명 산부인과 병원이 문을 닫았다. 단순히 출생률 악화 때문이라고 보기는 미심쩍었다.
16일 <더팩트> 취재 결과 그 배경에는 병원장과 전 병원장 아들인 건물주 사이 갈등이 있었다. 몰래 마약을 탄 술을 먹이고 미리 섭외한 여성과 성관계를 갖게 하고선 성폭행 혐의를 뒤집어 씌우려 하거나 허위 임대차 계약으로 폭리를 취하는 등 얽히고설킨 음모가 깔려있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수도권 A 산부인과 원장 B 씨는 지난 5일 건물주 C 씨를 무고와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C 씨는 A 산부인과를 설립한 전 병원장의 아들로 B 씨와는 고등학교 친구 사이다. C 씨는 지난 2018년 6월 부모에게 산부인과 건물과 토지를 154억원에 물려받았다.
고소장에 따르면 C 씨는 지난 2019년 3월 '파티를 한다'며 B 씨를 인천 중구의 한 호텔로 불러냈다. 파티가 깊어갈 때 쯤 C 씨는 B 씨에게 몰래 졸피뎀(스틸녹스)을 탄 술잔을 건넸다. B 씨는 이를 마신 뒤 침실로 들어갔고, 파티에 동석한 여성이 뒤따라 들어가 성관계를 맺었다. C 씨는 이 장면을 몰래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이 여성은 지난 2020년 5월 B 씨를 강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서울동부지검은 같은 해 11월 불기소 처분했다. 여성이 별다른 움직임이 없이 엎드려 있었고 손과 상체를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B 씨의 강간 혐의를 인정하기에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봤다.
B 씨는 C 씨가 여성을 미리 섭외해뒀다고 주장했다. B 씨를 건물에서 쫓아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성관계를 갖게 한 뒤 성폭행으로 무고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B 씨는 "C 씨가 건물과 토지를 물려받은 이후부터 매도를 고민했다"며 "그러던 중 고가를 제시하는 매수 희망자가 나오자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나를) 병원에서 쫓아내기로 마음먹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B 씨는 그날밤 성폭행 누명 뿐 아니라 허위 계약서로 병원까지 날리는 처지가 됐다고 주장한다. 사건 발생 당일 C 씨는 잠이 든 B 씨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 자신이 작성해 온 임대차 계약 해지 확인서에 지장을 찍었다고 한다. '임대인의 동의 없이 무단 전대하는 등 특약사항을 위반해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C 씨는 임대차 계약 해지 확인서를 들이밀며 B 씨에게 건물에서 나가라고 요구했다. B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임대료를 올리는 조건으로 한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맺어야 했다. B 씨는 "C 씨가 병원 건물을 경쟁병원 의사에게 팔지 않을테니 보증금 5억원에 월차임 3억3000만원, 관리비 880만원을 요구했다"며 "해지 확인서가 진정으로 작성된 것이라 믿었기에 원하는 조건대로 임대차 계약을 새로 체결하면서 매달 2억5000만원씩 5년간 총 150억원에 이르는 추가 임대료를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C 씨는 불과 한 달여 만인 지난 2019년 6월 산부인과 의사 D 씨에게 건물을 양도했다. 새롭게 체결된 임대차 계약을 근거로 곽 씨가 시세보다 높은 가격인 345억원에 부동산을 매도할 수 있었다는 게 B 씨 측 주장이다. B 씨는 C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도 고소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와 출생률 감소 등 악재로 병원 매출이 곤두박질치자 B 씨는 새 건물주에게 거액의 임대료 빚까지 지게 됐다. 결국 A 산부인과는 지난 4월30일 "악화되는 출산율로 더 이상 운영이 어렵다"며 문을 닫았다. 몇년 전 전국 분만율 1위에 오를 정도로 산모들의 발이 끊이지않던 병원이 허망하게 사라졌다.
이에 앞서 C 씨는 B 씨의 성관계 장면 불법촬영과 관련해 지난 2021년 6월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반포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허위 임대차 계약서 작성을 놓고도 지난 2020년 3월 사문서 위조와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로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이에 C 씨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해명할 것도 없고, 검찰 가서 하겠다"고 말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검찰은 조만간 C 씨를 불러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B 씨 측은 C 씨를 출국금지 해달라고도 요청했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