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토랑화 되고 있다는 영화관 근황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길을 따라가다보면 원래 메가박스가 있어야할 자리인데 응? 보드게임카페가 생겼다. 벽에는 ‘MEGABOX 강남대로(씨티)’라고 적혀있는 간판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있는데… 유튜브 댓글로 “강남역에 있는 영화관마저 올해 폐업했다고 하는데 멀티플렉스의 근황이 궁금하다”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여기서 오래 일했다는 주차장 관리인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메가박스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강남역 씨티빌딩 주차장 관리인

"(여기) 건물에 오는 사람이 이제 영화관 손님이 많이 줄었는데 여기는 주로 치과라든가 성형외과 다 예약으로 하기 때문에 치과나 그런 데는 보니까 유동인구(가 줄어든 것과)는 큰 상관이 없는 것 같아요."

강남역에 사람이 줄긴 했지만 병원처럼 수요가 많은 곳은 어떻게든 온다는 건데 영화관 자체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 폐업했다는 것.

휑해진 경의선 신촌 민자역사 메가박스도 멀쩡히 영업중이긴 한데 어쨌든 추억의 강남대로점은 폐업하고 강남역 근처 또다른 메가박스 1곳만 남은 셈. 그런데 최근들어 문 닫는 멀티플렉스가 늘어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메가박스는 수원 영통과 경주점을 비롯해 올해만 6곳이 문을 닫았고, CGV도 인천논현점과 원주점 등이 폐업. 롯데시네마도 대전 둔산점이나 부산 서면점 등이 영업 종료 상태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관객 통계를 보면 지난해 영화관 총 관객 수는 약 6000만명으로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억1500만명과 비교했을 때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멀티플렉스의 위기는 OTT의 성장과 영화표 가격 인상이 맞물린 결과다.

상영관을 장악한 멀티플렉스 3사의 영화표 가격이 OTT 한 달 구독료보다 비싸다. 그렇다 보니 같은 가격으로 여러 스트리밍 서비스를 볼 수 있는 OTT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

더군다나 유튜브엔 영화 요약본이 올라오고, 조금만 기다리면 OTT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현실도 영화관으로의 발걸음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오죽하면 최민식 배우조차 갑자기 올리면 나도 안간다는 말을 할 정도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만들어낸 어떤 영화 소비 방식의 변화 이게 가장 큰 극적인 변화를 만든 이유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만한 비용을 내고 극장에 간다는 거 이게 또 굉장히 중요한 어떤 행위가 됐어요. 그래서 극장을 가려면 극장 가서 영화를 보려면 그만한 어떤 동기가 확실해야 된다는 거죠"

올해 관객들이 몰린다고 입소문 좀 났던 영화 떠올려보면 범죄도시4, 베테랑2 … 그리고 오픈런을 해야 했던 사랑의 하츄핑? 이처럼 대중들 사이에서 ‘꼭 봐야 한다’는 영화의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영화가 그만큼 꼭 극장에서 봐야지 그만한 실감을 준다거나 이런 것들이 확실하지 않으면 극장까지 관객들이 안 가는 상황들이 생기는 거고…. (상영관에) 걸리는 영화들도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래서 영화도 그냥 일반적인 영화들보다는 극장에서 꼭 봐야 될 만한 영화들이 제작되는 경향들이 생기겠죠. … 볼거리 중심의 블록버스터라든가 아니면 체감형 어떤 영화라든지"

영화표 가격을 내릴 생각이 없는 멀티플렉스들은 매장 수를 줄이는 한편 이 위기를 영화관 내 음식 판매로 돌파할 생각인듯하다. PC방이 PC토랑으로 변신한 것처럼 영화관에서 근본 팝콘만 파는 게 아니라 떡볶이에 에그브런치 비프스튜(?) 같은 메뉴들이 등장하고 있다.

CGV는 씨네밀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을 판매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인데 “음식 냄새가 영화 볼 때 방해된다” “떡볶이 국물 때문에 집중이 안된다”는 불만들도 나오는 상황.

음식 말고도 영화 관련 굿즈를 팔던 씨네샵도 있었는데 반응이 별로여서 온라인몰이 문을 닫고 오프라인 씨네샵도 얼마 안 남은 걸 보면 영화 이외 사업으로 수익을 보전하겠다는 계획이 잘 될진 모르겠다.

올해 프로야구가 1000만 관중 시대가 되면서 영화 흥행과 엮여서 ‘야구는 흥하고 영화는 망한다’는 말들이 나왔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영상을 볼 수 있는 시대에 스포츠 관람은 현장감을 주며 새로운 ‘도파민’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예전만큼의 경쟁력을 상실한 영화관들의 수명 연장이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