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최고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 가세요.

팜젠사이언스가 박희덕·김혜연 각자대표 체제에서 박희덕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사임으로 인해 회사의 연구개발(R&D) 축이 이탈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가 각자대표로서 R&D 총괄을 맡아왔다는 점에서다. 이로써 박 대표는 약화된 수익성과 차세대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간 조율을 홀로 이끌어야 한다는 중책을 떠안게 됐다.
R&D 총괄 이탈, 단독대표 체제 전환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팜젠사이언스는 3월31일부로 박희덕·김혜연 각자대표 체제에서 박희덕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변경사유로는 '김 대표의 사임'이 언급됐다. 의사결정 구도 단순화와 그에 따른 빠른 실행에 초점을 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회사의 R&D 핵심축이 이탈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가 회사의 R&D 총괄을 맡아왔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2025년 사업보고서에도 김 전 대표는 송릿다 글로벌R&D센터장(부사장), 길희주 제제연구본부장(경영리더), 정기훈 개발본부장(경영리더)과 함께 핵심 연구인력으로 기재돼 있다. 해당 보고서는 박희덕 체제로 전환되기 일주일 전인 3월23일 발표됐다.
그의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은 차세대 먹거리 개발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팜젠사이언스는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 중 간특이자기공명영상(MRI) 조영제 'RD1301'과 역류성식도염 치료제 'RD1305'의 임상1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RD1301·RD1305는 회사가 '1위 소화기 신약개발 전문기업'이라는 중장기 비전 아래 내세운 '5대 신약후보물질'에 속한다.
팜젠사이언스 관계자는 "김 전 대표는 최근 신설된 학술원 원장을 맡아 R&D를 측면 지원할 것"이라며 "당사가 2022년 기존 중앙연구소를 확장 개편 및 개소한 동탄 글로벌연구센터는 송 센터장이 이끌고 있으며 미래 먹거리인 신약 연구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1957년 3월 출생의 김 전 대표는 이화여대 제약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캔자스주립대 약학대학원 석사, 성균관대 약학대학원 박사 학위를 땄다. 대화제약에서 개발본부장(이사)을 맡다가 팜젠사이언스로 옮긴 뒤에는 개발본부장으로서 상무·전무·부사장를 거쳐 각자대표까지 올라섰다.
네 번째 쌍두마차 체제가 해체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박희덕·김혜연 각자대표 체제는 2019년 3월27일 류남현 전 대표가 사임하면서 이뤄졌다. 류 전 대표는 2011년 강문석 전 대표와 공동대표 체제를 이뤘으나 같은 해 12월22일 강 전 대표가 사임하며 단독대표가 됐다. 과거에도 김수경·강문석 공동대표(2011년), 김수경·이윤하 각자대표(2008년) 체제가 결성된 바 있다.
팜젠사이언스 관계자는 "지금까지 팜젠사이언스는 박희덕·김혜연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돼왔다"며 "박 대표는 운영 전반을, 김 대표는 R&D를 이끌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독대표 체제로의 전환은 의사결정 구도 단순화와 그에 따른 빠른 실행에 초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수익성 둔화 속 R&D·재무 이중 부담

시장은 이제 단독으로 팜젠사이언스를 이끌어야 하는 박 대표의 행보에 주목한다. 그에게 주어진 향후 과제로는 '차기 먹거리 R&D 가속화와 재무구조 개선 사이의 조율'이 거론된다. R&D 수장이 떠난 가운데 이 같은 중책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이 같은 시각이 자리 잡는 것은 팜젠사이언스가 현재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팜젠사이언스의 매출은 2021년 1099억원에서 2025년 1731억원으로 확대됐지만 영업이익률은 2021년 -4.6%에서 2024년 6.2%까지 개선됐다가 2025년 들어 3.4%까지 하락했다. 당기순손익은 5년 새 324억원 흑자에서 1166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팜젠사이언스 관계자는 "지난해 1000억원대 순손실은 관계사 엑세스바이오의 지분법 손상차손 영향이 컸다"며 "관계사는 지난해 생산량 급감에 따른 유형자산 손상처리를 단행하면서 적자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금유출과는 무관한 회계상 이슈로 일회성 악재였기 때문에 재무적 타격은 제한적"이라며 "올해 경영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차세대 먹거리의 '임상 진입 이후 상황'이다. RD1301·RD1305가 임상1상에 진입하면 전임상 단계보다 확대된 R&D·판매관리비를 지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R&D비는 24억원에서 72억원으로, 판관비는 658억원에서 1057억원으로 늘었다.
팜젠사이언스 관계자는 "팜젠사이언스는 R&D부터 생산, 지원부서까지 전 부문에 걸쳐 원가경쟁력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제약업계 내 경쟁이 심화되면서 도매와 소매에 걸쳐 비용 증가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적정 이익률을 유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그의 경력이 단독대표로서 당면과제의 수행능력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그가 특수사업부터 특판, 생산, 경영관리까지 폭넓은 경험을 가졌다는 점에서다. 1968년 2월 출생의 박 대표는 동아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조아제약에서 특수사업부장을 맡았다. 팜젠사이언스에서 각자대표가 되기 전까지는 특판·생산부장과 경영관리본부장을 거쳤다.
팜젠사이언스 관계자는 "RD1303은 팜젠사이언스의 핵심 신약 파이프라인 중 하나로 글로벌 LO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며 "연내 본격 임상 착수를 계기로 글로벌 LO에 역량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당 임상 비용은 임상 프로토콜에 따라 조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