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프랑스·독일·스위스 유럽 4대 금융강국 증권시장 막후 실세들
유럽 주요국 1위 증권사 모두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지배구조 정점엔 ‘유럽인 엘리트’
세계 최초로 주식 거래를 도입한 나라는 어디일까. 대부분 세계 금융의 핵심인 미국 또는 금융 산업이 발달한 영국 등을 떠올리지만 실제는 다르다. 1602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세워졌다. 당시 무역을 위해 만들어진 동인도회사가 네덜란드에 설립되면서 처음 주식이 발행됐다. 이후 17세기 유럽에서는 주식투자가 대유행해 하나의 스포츠로 인식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유럽의 증권시장은 여전히 글로벌 증권시장에서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탈리아 제네바 등은 ‘유럽 증시의 코어’로 불리고 있다. 매일 수많은 자금이 오가는 이들 증시는 영향력이나 상징성만큼은 미국 금융 산업의 상징인 뉴욕 이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융강국 영국 1위 증권사 세운 ‘고졸 신화’…농업인 2세가 이끄는 프랑스 1위 증권사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운용자산 기준(AUM) 영국에서 가장 큰 증권사는 ‘하그리브스 랜스다운’ 이다. 올해 6월 기준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운용자산은 1553억파운드(원화 약 274조원)에 달한다. 현재 유럽 사모펀드 컨소시엄(CVC캐피탈파트너스 컨소시엄)가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하그리브스 랜스다운 이사들은 증권업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가운데 브렉시트(영국 유럽연합 탈퇴) 이후 약해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몸집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매각으로 인해 회사 내 대주주들의 지분율은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현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앨리슨 플랫(Alison Platt)’ 회장이다. 1962년 영국 올드햄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영국의 1등 항공사인 영국항공에 입사했다. 영국항공에서 13년간 근무한 뒤 영국 보험회사인 BUPA로 이직해 20년간 경영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BUPA 재직 중 그는 와튼대학 MBA 과정을 이수하며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14년 영국 최대의 부동산 중개회사인 Countrywide의 CEO에 발탁됐다. 이어 ▲영국 소매업체 Tesco 비상임이사 ▲영국 보험사 Ageas 회장 등을 거쳐 올해 2월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회장으로 임명됐다.
영국 현지에선 앨리슨 플랫 회장의 영향력은 창업자인 ‘피터 하그리브스(Peter Hargreaves)’로부터 나온다는 시각이 많다. 올해 6월 기준 피터 하그리브스는 지주회사 전체 지분 19.78%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1946년 영국 클리테로에서 태어난 그는 클리테로 왕실 학교에서 조기 교육을 받은 뒤 곧바로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회계사로 약 10년 간 근무한 뒤 1981년 오랜 지인이자 같은 회계사 출신이던 스티브 랜스다운(1952년 출생)과 함께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을 공동 설립했다. 스티브 랜스다운 역시 고졸 출신이다.
그는 약 30년간 회사를 키운 뒤 2010년 최대주주 직위만을 유지한 채 경영권을 전문 경영인에게 넘겼다. 그는 회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브렉시트 운동에 앞장섰다. 2016년 영국의 EU 탈퇴를 지지하기 위해 설립된 정당인 Leave.EU에 가입하면서 정당 내 최고의 기부자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현재 그는 하그리브스 재단 이사장을 동시 역임하고 있다. 공동 설립자인 스티븐 랜스다운은 2012년까지 이사회에 머문 뒤 회사를 떠나는 동시에 보유 지분도 대부분 매각했다. 올해 6월 기준 그의 지분율은 5.7%에 불과하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증권사는 ‘크레디아그리콜증권’이다. 올해 6월 기준 크레디아그리콜증권의 운용자산은 2690억유로(원화 약 392조원)다. 지주사인 ‘크레디아그리콜’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금융지주회사이자 세계 최대의 농업협동조합이다. 한국의 농협과 설립 배경이 유사하지만 지배구조에서는 일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두 금융그룹 모두 대외적으로 중앙연합회가 그룹 전체를 대표하는 기구인 것은 동일하다.
그러나 한국 농협의 경우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의 지분을 100% 소유하며 직접적으로 지배하는 구조다. 또한 지방 농협에 대한 내부통제 관리·감독 권한 역시 금융지주가 아닌 중앙회가 전권하고 있다. 반면 크레디 아그리콜은 각 지역 농업은행이 금융지주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지주 역시 각 지역 농업은행의 지분 25% 가량을 소유하고 있다. 지역 농업은행의 자금과 금융리스크 등은 금융지주가 직접 관리한다. 금융지주 임원은 중앙연합회 이사회를 통해 선출된다.
현재 크레디아그리콜증권의 CEO는 ‘필리프 브라삭(Philippe Brassac)’이다. 1959년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님’에서 태어난 그는 프랑스 최고의 공과 대학으로 불리는 ENSAE paris 수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조기 졸업한 그는 1982년 크레디 아그리콜에 입사했다. 이후 재무, 마케팅, 증권 등 다양한 부서의 책임자를 거쳐 2015년 크레디 아그리콜증권 CEO로 발탁됐다. 필리프 브르삭은 대표적인 가상화폐 비관론자로 불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내년 4월까지 비트코인이 1달러 미만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크레디아크리콜그룹 수장은 ‘도미니크 르페브르(Dominique Lefebvre)’ 중앙연합회 회장이다. 1961년 프랑스 주이에서 태어난 그는 노트르담의 샤르트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등 농업 기술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의 아버지는 농부로 샤르트르 근교에서 대형 농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도미니크 르페브르는 아버지에게 농장을 물려받음과 동시에 청년 농민 조합 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샤르트르 지역의 크레디아그리콜 조합장을 거쳐 1995년 지역 농협 전체 관리자로 올라서게 된다. 2004년 그는 중앙연합회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임명돼 2008년 중앙연합회 부회장을 거쳐 2010년 중앙회 회장에 올라섰다. 현재 그는 크레디 아그리콜재단 이사장을 동시 역임 중이다.
일본인 CEO가 이끄는 독일 1위 증권사…스위스 ‘공룡 증권사’ 수장엔 모건스탠리 前 사장
독일을 대표하는 증권사는 글로벌 금융그룹 도이치뱅크그룹 산하의 도이치증권이다. 올해 3월 기준 운용자산은 2133억달러(원화 약 281조원)다. 현재 도이치증권을 이끌고 있는 사장은 일본인 ‘타미오 혼마(Tamio Honma)’다. 미국 최상위 명문 사립대인 터프츠 대학교에서 경제학과를 졸업한 타미오 혼마는 1996년 도이치 증권에 입사해 약 30년간 다양한 고위 관리직을 역임한 ‘증권맨’이다. 그는 2018년 도이치 증권 사장에 임명된 뒤 지금까지 회사 경영을 일선에서 도맡고 있다.
도이치증권이 속한 도이치뱅크그룹은 전 세계 70여 국가에 10만명이 넘는 직원을 두고 있는 세계적인 투자은행이다. 본사는 독일 프랑크푸르투에 위치해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도이치뱅크그룹은 그룹 회장 선임에 있어 외부 인사를 선호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또 10년 이상 그룹 경영을 맡기는 신뢰를 보이기도 한다. 과거 도이치뱅크그룹 경영을 이끌었던 파울 아흐라이트너 전 회장(2012년~2022년), 요제프 아커만 전 회장(2002년~2012년) 등은 각각 오스트리아, 스위츠 출신이다.
현 도이치뱅크그룹 수장인 ‘알렉산더 와이나엔츠(Alexander Wynaendts)’ 회장 역시 1960년 네덜란드 알멜로에서 태어났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소르본 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위를 취득한 뒤 1984년 네덜란드의 시중은행 ABN AMRO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7년 네덜란드 다국적 생명보험사인 아혼의 금융 사업 개발 담당관으로 이직한 뒤 ▲아혼 이사회 위원(2003년) ▲아혼 최고운영책임자(COO, 2007년) 등을 거쳐 2008년 아혼 회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약 12년 동안 아혼 회장을 역임한 뒤 2022년 도이치뱅크그룹 회장에 임명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스위스를 대표하는 증권사는 크레디트스위스(이하 CS)였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BV) 파산 후폭풍으로 전 세계적으로 뱅크런이 촉발되면서 CS도 끝내 파산위기에 몰렸다. 이 때 스위스 정부는 글로벌 사모펀드 등에 국내 금융사를 뺏기지 않기 위해 자국 내 2위 증권사인 UBS가 CS를 인수할 수 있도록 1090억 프랑(원화 약 154조원)의 긴급 대출을 제공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단행했다. 그 결과 UBS는 CS를 4조원 가량의 헐값에 인수하며 ‘공룡 금융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현재 USB금융 그룹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콜름 캘러허(Colm Kelleher)’ 회장이다. 1957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현대사 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그는 런던에 본사를 둔 투자은행 플레밍스에 입사해 금융업 관련 경력을 시작했다. 은행 재직 중 그는 공인 회계사 자격을 취득해 런던의 회계법인인 Arthur Anderson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1989년 모건스탠리 영국 지점으로 스카우트 돼 채권 판매를 담당했다.
모건스탠리에서 약 20년 가량 경력을 쌓으며 다양한 요직을 맡은 그는 씨티그룹 증권사업부 인수, 미쓰비시그룹 투자 유치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모건스탠리그룹 CEO에 선임됐다. 약 6년 간의 CEO 생활을 마친 후 2022년 4월 UBS 회장에 발탁됐다. 그는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23년 당시 1위 증권사인 CS 인수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골리앗을 삼킨 다윗’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럽 증시는 뉴욕 증시와 함께 글로벌 금융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며 “특히 유럽연합(EU)의 경제 정책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결정 등이 해당 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고 밝혔다. 이어 “각 기관의 수장들은 증권분야에서만 몇 십년간 몸 담은 ‘주식 전문가’들로 구성돼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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