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문자에 딸린 080번호로 전화하면 어떻게 될까?

이 사진을 보라. 반갑고 죄송하다는 공손한 인사와 함께 금리 인상, 민중 대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거창하게 거론하는 이 문자는 결국 주식 리딩방에 들어오라는 스팸이다. 오는 족족 차단해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는 광고 문자 때문에 진절머리가 나는데…. 자세히 보면 맨 마지막에 무료 수신거부라며 ‘080***’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적어놨는데 유튜브 댓글로 “스팸문자에 달려있는 무료 수신거부 전화번호에 전화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살짝 쫄리는 마음을 다잡고 주식 리딩방 광고 문자에 달린 080 수신거부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는데, 상큼한 배경음과 함께 바로 기계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080통화녹취
“0000 수신거부가 등록되었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2022년 12월 23일 11시 28분입니다”

응?? 이렇게 간단히 끝난다고? 제발 스팸 좀 그만 보내라고 읍소해야 하는 건가 싶었는데 ARS 응답기가 전부라니, 원래 이런 건가 싶어서 이번에는 대기업 KT에서 보낸 광고문자에 딸린 080 번호로 전화해봤다.

080KT녹취
“광고성 정보 전송 서비스에 수신거부 등록 시에는 향후 kt에서 발송하는 제휴 광고성 정보 전송 서비스를 수신 받지 않게 됩니다. 고객님이 수신거부 등록을 원하시는 전화번호는 영 일 영 ******** 입니다 맞으면 1번을 눌러주십시오”

1번을 눌렀더니 이번에도 수신거부가 정상적으로 등록되었다는 안내와 함께 통화가 종료됐다.

불법 스팸이 아닌 경우엔 이렇게 문자에 딸린 080으로 전화하면 ARS 응답기를 통해 무료로 수신차단을 해주는 게 정보통신망법상 부여된 의무라고 한다. 스팸 문자의 번호가 모두 수신자 부담 전화번호인 ‘080’으로 시작하는 건 광고 업체 쪽에서 통화료를 내기 위해서라고 하니 비용 걱정도 할 필요 없다.

그래도 일단 스팸인 이상 안심은 금물. 080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수신거부 등록됐다는 안내와 달리 실제로는 스팸이 더 많이 오는 것 같다는 얘기가 많아 찜찜한데 080 수신거부 서비스도 이걸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업체가 있어서 물어봤다.

아톡비즈 관계자
“(광고 업체에서) 수신거부한 리스트를 이제 확인하실 수가 있어요. 그걸 이제 엑셀로 다운을 받아가지고 (문자 발송) 리스트에서 그거를 이제 수동으로 제거를 하는 거죠. 그 번호를”

하지만 실제로 스마트폰 이용자가 080 번호를 통해 수신차단을 요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광고 문자 하나 차단하겠다고 전화까지 하는 건 꽤나 귀찮은 일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스팸 문자 지워보겠다고 전화했다가 괜히 내 흔적만 더 남기는 것 같기 때문일 것이다.

아톡비즈 관계자
“저희 걸로 이제 평균적으로 보면 한 1000건에서 5000건 정도 발송을 하면 (수신거부 요청이) 한 건 정도 들어와요"

이건 취재하다 알게 된 건데 합법적인 광고 문자라면 080 무료 수신거부 기능 외에도 지켜야 할 몇 가지 양식이 있다. 우선 시작 부분에 ‘(광고)’라고 명시해야 하고, 어디서 온 광고인지 알리기 위해 전송자의 명칭을 표기해야 한다.

문제는 마치 합법 광고처럼 형식을 따라 한 뒤 하단에 가짜 080 번호를 만들어 피싱을 유도하는 낚시 문자다. 이런 080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간 불법 업체에 내 연락처가 노출될 위험이 있다. 특히 수신거부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요구한다면 100% 피싱이니 절대로 속아 넘어가선 안 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음성대역
“수신거부 등록 시 연락처 외의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불법대출 광고처럼 출처가 불명확한 스팸 080 번호로 회신하는 경우 해당 연락처가 수신 가능한 번호임을 알려주게 돼 이후 다량의 스팸이 지속적으로 올 수 있으므로, 전화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거 하나도 안 지키고 각종 화려한 특수문자와 함께 랜덤하게 뿌려대는 광고들은 죄다 불법 스팸 문자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지긋지긋한 스팸 문자들은 도무지 줄지 않는 추세인데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탐지된 스팸 문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799만건으로 작년 하반기 대비 26% 증가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스팸을 피하고 싶다면 괜히 내 전화번호가 남는 080 수신거부보다 간단한 방법이 있다. 스마트폰의 메시지→설정→스팸 차단→차단 문구로 들어가 ‘(광고)’를 입력하면 합법적인 광고 문자들은 안 받을 수 있다. 무작위로 발송하는 불법 스팸까지 완전히 차단하긴 어렵지만 이것도 ‘불법스팸 대응센터’에 신고하면 그나마 해결이 된다고 하니 새해에는 제발 광고 문자 폭탄에서 해방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