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부 잘못됐다" 불만 부글부글…미 대선 '화산 분화' 터지나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9. 2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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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스프] 3분 안에 후루룩! 귀로 듣는 스프

토론 이긴 해리스, 그럼 선거 승리도 따놓은 당상?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 10일 TV 토론은, 해리스 후보가 이겼다는 게 미국 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평입니다.

그렇다면, 해리스는 이제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선거의 승리가 보장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토론 직후 해리스 본인 명의로 후원자들에게 발송된 선거자금 모금 이메일에서도 "토론이 선거를 이겨주지는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특히 이번 선거에서 해리스가 11월 5일 본선 승리를 위해 해결해야 할 남은 과제는 어떤 것들일까요?

일단, TV 토론 시청자들, 특히 끝까지 시청하는 사람들 중엔 민주당 성향인 사람이 더 많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 및 선거 분석 전문가인 네이트 실버는 자신의 사이트 '실버 불레틴'에서 이로 인한 착시효과의 위험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번 대선의 경우, 트럼프 지지자와 해리스 지지자 간에는 상당히 큰 '교육 격차'를 보입니다. 

4년제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해리스 지지인 경우가 많고, 그 미만 학력의 소지자인 경우 트럼프 지지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겁니다. 

늦은 밤 TV 토론을 끝까지 보고 여론조사에까지 응답했다면, 민주당-해리스 지지자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접어야 했던 계기는 지난 6월 말의 TV 토론 참패였죠.

그런데, 당시 전국 지지도 조사는 상당 기간 동안 '트럼프-바이든' <접전>으로 변함이 없었습니다.

'도저히 당신으로는 선거가 안 되겠으니 비켜달라'는 아우성이 민주당 내에서 들끓었지만, 바이든은 '여론조사 지지도에 별 변화가 없는데 왜?'라며 한 달을 버텼습니다.

당시 여론조사에선 왜 바이든 지지도가 떨어지지 않았을까요? 

미국 사회가 이미 철저히 양 진영으로 분리된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적들에게 보일 수 없다'면서 여론조사에 '바이든 지지'라고 계속 답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의회 관계자들과 참모들은 선거전이 속으로 망가지고 있다는 다른 복잡한 지표들을 들고 바이든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이번 TV 토론의 여파는 시일이 지남에 따라 가라앉을 겁니다. 

잔잔한 물 위에 바윗돌을 던지면 처음엔 물결이 출렁이지만 차차 원 상태를 회복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심지어 트럼프가 총에 맞아 죽을 뻔했던 사건도 지지도 그래프를 크게 바꾸지 못했습니다. 

결국 해리스 대 트럼프는 오차 범위 안에서 47:48 정도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태로 재수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정치판이 그만큼 '안정적으로 양분' 돼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트럼프를 지지할까요?

트럼프는 막말과 거짓말을 일삼고 분열을 조장합니다. 

그래서 좋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트럼프 지지'라고 답하는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닙니다.

트럼프의 그런 점들이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민주당을 응징하는 표를 던지겠다는 사람들이 미국 유권자의 절반에 이른다는 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트럼프가 어떤 말실수나 막말을 했다는 게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민주당의 실정을 심판할 <트럼프라는 '존재 자체'>에 표를 던지는 것으로 주권자의 의사 표시를 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잘못된 현실에 대해 분노하고, 싹 갈아엎으려는 데 방해를 받다 보면 심한 말 좀 할 수도 있지'라는 옹호에 이르기도 합니다.

'미국은 지금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라는 응답은 주요 여론조사들에서 65%를 넘나드는 상황입니다.

이들이 생각하는 민주당 정부의 실책은 뭘까요?

우선, 물가입니다.

미국의 물가는 서민들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치솟은 상황입니다.

불법 입국자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문제도 절반의 유권자들이 '민주당은 안 되겠다'라고 생각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특히 지난해의 양상은 심각했습니다.

텍사스 등 공화당이 정권을 잡은 남부 국경의 주들은 쏟아져 들어오는 불법 입국자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수천 명씩 버스에 실어서 민주당이 다스리는 뉴욕 등 북부 주들에 내려놨습니다.

처음엔 '난민들에 대한 인간적 처우'를 얘기하던 민주당 주들은 곧 몸살이 났습니다. 

민주당원인 뉴욕 주지사와 뉴욕시장이 '대책을 내놓으라'라고 바이든 백악관에 항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범죄의 창궐도 유권자들의 심리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민주당이 지자체 정권을 잡은 지역에선 1,000달러 이하의 절도는 감옥에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절도범들이 점점 대담해져서 백주대낮에 버젓이 주인 앞에서 물건을 쓸어갑니다. 

조직화된 도둑들이 훔친 물건을 버젓이 온라인으로 되팝니다. 

상점들은 치약과 세제조차도 수납장 안에 잠가두거나, 아예 감당 못 하겠다 싶으면 점포를 폐점해 버립니다. 

점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주민들은 생필품을 살 곳이 없어집니다.

오바마-바이든 12년 동안 이뤄진 진보 색채의 사회 변화에 대한 반작용도 있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면 '상대의 종교적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 태도'라고 비판한다든지, 스타워즈나 마블 히어로 영화에 인위적으로 유색인종이나 성소수자 캐릭터를 넣는다든지, 노예 제도를 옹호했다는 이유로 과거 인물의 동상을 철거하거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같은 고전 작품을 추천 리스트에서 삭제한다든지, 흑인 인권 시위를 한다는 군중이 상점을 약탈하고 차량에 불을 지른다든지, 기업들이 성 전환자를 앞세워 마케팅을 한다든지...

이런 일들을 역사의 진보라는 차원에서 정의롭다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뭔가 잘못되어간다'고 반감을 품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불만 에너지는 미국 정치판의 지각 아래서 마그마처럼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그 마그마가 터져 나올 화산이 바로 트럼프인데, 이번 선거 때 화산이 분화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주요 여론조사들을 보면, "해리스라는 정치인을 여전히 잘 모르겠다. 더 알고 싶다"라는 대답이 여전히 30% 이상 나옵니다.

해리스가 대선 후보로 등장한 지 두 달이 다 돼가고 바이든 정부의 부통령으로 있은 지 4년이 다 돼가는데, 왜 유권자들은 여전히 해리스를 '잘 모르겠다'고 할까요? 

그건, 해리스가 정치인으로서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대선 출마 이후 어떤 선택들을 바꿨는지, 그 이유가 뭔지, 여전히 설명이 석연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TV 토론에서도, 해리스는 그런 부분에 대한 설명을 최소화했습니다. 

대신 트럼프를 약 올리고 토론을 트럼프의 과거 쪽에 맞추는 전략을 썼습니다.

트럼프 앞에서 자신의 입장 변화 이야기가 길어질 경우 매서운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있어서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은 TV 토론을 보면서 여전히 마음속 물음표를 지울 수 없었을 겁니다.

해리스 본인은 '민주당원이면 누구나 할 법한 주장을 하는' 정도의, 평균적인 리버럴이라는 게 미국 언론들의 평가입니다.

다만 2019년 대선에 도전장을 낼 때는 온건 보수 라인업에 이미 바이든 등 후보들이 포진하고 있었고 해리스의 기반은 캘리포니아 진보 진영이었으므로, '가장 좌파적'인 입장을 표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유권자들에게도 어필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2019년에 했던 말들을 주워 담고 입장을 이른바 '우클릭'으로 바꾸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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