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비트코인 결제’ 검토
에너지·제재·돈 문제 얽힌 협상 변수 등

미국과 이란이 2주간 조건부 휴전에 합의한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를 둘러싼 새로운 갈등 변수가 떠오르고 있다. 이란이 선박 통행료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협 관리와 관련한 '합작 투자' 구상까지 언급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ABC 뉴스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관리 방식과 관련해 "이란과 합작 투자 형태를 검토하고 있다"며 "해협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다른 세력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이란이 추진 중인 해협 통행료 부과 구상에 미국이 관여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란 석유·가스·석유화학제품 수출업자 협회의 하미드 호세이니 대변인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일부 선박에 대해 원유 1배럴당 1달러 수준의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행료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로 납부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사가 이란 당국에 화물 내역을 이메일로 통보하면 이란이 납부 금액을 산정해 디지털 화폐로 결제하도록 하는 구조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해상 통로로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해 이동한다. 이 때문에 해협 통행이 제한될 경우 국제 유가와 글로벌 에너지 공급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해협 통행이 사실상 제한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며 변동성이 확대됐다. 현재 걸프 해역에는 약 1억75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 제품을 실은 180여 척의 유조선이 대기 중이며 해협 통과를 기다리는 선박은 300~400척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측은 해협 통제권 유지와 대이란 제재 해제 등을 포함한 협상안을 미국에 제시한 상태다. 동시에 통행료 징수를 통해 전쟁 이후 재건 비용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 내부와 중동 지역에서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란의 통행료 징수 구상에 대해 "불법적이며 전 세계에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 국가들도 해협 통행료 부과에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미국이 이란과 함께 해협 관리나 통행료 징수에 관여할 경우 국제법 논란과 외교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중동 정세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다시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이날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 소식이 전해지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되면서 비트코인은 7만 달러선을 다시 넘어섰다. 중동 긴장 완화 기대가 반영되며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