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사느니 조금 더 보태서’⋯ 중고차 시장, 2000만원대 ‘이 차’ 뜬다
소형SUV, 가성비 앞세워 ‘나홀로 상승’
신차 할인 공세에 수입 및 전기차 ‘울상'

중고차 시장의 ‘성수기 공식’이 바뀌고 있다. 생애 첫 차를 찾는 수요가 몰리는 3월을 앞두고, 전통의 강자인 경차 대신 실용성을 갖춘 소형 SUV로 소비자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반면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을 앞세운 수입차와 가격 인하 경쟁이 붙은 전기차는 중고차 시세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6일 국내 최대 직영중고차 플랫폼 기업 케이카(K Car)가 출시 10년 이내 약 740개 모델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달 들어 국산 소형 SUV 시세가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산차(-0.3%)와 수입차(-0.9%) 시세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소형 SUV의 약진은 ‘가성비’가 주도했다. 지난해부터 캐스퍼, 레이 등 인기 경차의 신차 출고 기간이 길어지면서 중고차 가격이 덩달아 뛴 것이 발단이 됐다. 경차 가격에 조금만 돈을 보태면 1500만~2000만원대 예산으로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소형 SUV를 구매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서면서 실속파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종별로는 쉐보레의 더 뉴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레일블레이저가 전월 대비 각각 3.6%, 2.5% 상승하며 인기를 주도했다. 르노코리아의 XM3(1.3%), 기아 니로(0.4%), 현대자동차 코나(0.3%) 등도 강보합세를 보이며 상승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수입차 시장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연초까지 이어진 신차 시장의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이 중고차 가격 방어를 어렵게 만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W213, -2.1%), BMW 5시리즈(G30, -1.8%), C-클래스(W205, -1.7%) 등 주요 인기 세단마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전기차 역시 ‘가격 조정의 늪’에 빠졌다. 테슬라발(發) 신차 가격 인하 경쟁이 중고차 시장까지 덮쳤다. 테슬라 모델Y 주니퍼(-3.2%)와 모델Y(-2.6%)는 물론 국산 대표 전기차인 기아 더 뉴 EV6(-4.6%)와 EV4(-2.4%)까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편, 같은 브랜드 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는 경우도 포착됐다. 쉐보레는 소형 SUV 부문에서 선전했으나, 대형 차종은 고전 중이다. 직영 정비센터 축소 등 운영 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더 뉴 트래버스(-7.7%)와 더 뉴 말리부(-4.2%) 등은 시세가 급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은형 케이카 PM팀 애널리스트는 “본격적인 성수기를 맞아 첫 차 구매 고객들이 비싸진 경차 대신 가성비 높은 소형 SUV로 선회하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전기차의 경우 제조사의 고무줄 가격 정책에 따라 당분간 시세 변동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원기 기자 10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