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尹독대 요청에 용산 '난색'…韓측 "의도적 사전노출 없었다"(종합2보)
친윤계 "韓 언론플레이" vs 친한계 "민심 위해 與대표도 안 만나나"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안채원 조다운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지 이틀 만인 23일 주류 친윤(친윤석열)계 등에서 불쾌감을 표출하면서 여권 내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특히 당내 친윤계에선 노골적인 불만이 터져 나왔고, 대통령실은 직접적 반응은 자제했지만 불편한 기류가 감지됐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독대 요청에 대해 이날 오전까지는 "만찬을 하기로 했으니 상황을 보자"고만 했지만, 오후 들어 "한 대표와 독대는 별도로 협의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정리해 내놨다.
이는 사실상 이번 회동에서의 독대 요청을 완곡히 거절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추 원내대표 등 일부만 함께하는 소인수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자 한 대표는 다시 한번 윤 대통령을 향해 독대를 요청했다. 한 대표는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이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의정 갈등으로 빚어진 의료 차질 등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윤 대통령과 둘만의 시간을 갖고 긴히 논의를 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
앞서 친윤계는 이날 오전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당정 협력을 통해 현안을 해결하기보다 자신의 입지만 고려한 '이미지 정치'를 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깔려 있다.
권성동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독대의 가장 큰 목적은 중요 현안에 대한 정부·여당의 정리된 의견을 제시하기 위한 것인데 만나기도 전에 독대 요청을 했다고 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항상 이견이 조율되지는 않기 때문에 독대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 관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 측은 언론 플레이가 너무 잦은 것 같다"며 "일을 성사시키는 데 주안점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무슨 말을 했다' 여기에 방점이 있는 거 같다"고 주장했다.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한 대표를 겨냥해 "여러 종류의 정치인들을 봤지만, 저렇게 얄팍하게 언론 플레이로 자기 정치하는 사람은 정말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내부는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언론에 부각됨으로써 윤 대통령이 압박받는 모양새가 됐다며 떨떠름한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독대를 거절하면 갈등 양상이 재부각될 수 있고, 윤 대통령이 불통이란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만찬이 열리면 이를 계기로 얼마든지 별도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독대 수용 여부로 초점이 옮아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친한(친한동훈)계는 독대 요청이 공개되는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은 언론 공지를 통해 "일부 보도에서 한동훈 지도부가 독대 요청을 사전 노출한 것이 독대 불발의 원인이라는 대통령실 관계자 멘트를 인용하고 있으나, 한동훈 지도부는 독대 요청을 의도적으로 사전 노출한 바 없음을 재차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한 친한계 인사는 "상대가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 쪽에서는 독대 요청 여부를 함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고, 다른 인사도 "독대를 통해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한데 굳이 갈등으로 비칠 수 있는 상황을 우리 쪽에서 만들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친한계는 대통령실이 독대에 난색을 표한 데 대해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한 친한계 인사는 "야당 대표도 아니고 여당 대표를 안 만난다고 하면 누굴 만나 민심을 듣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한 대표가 만찬 불참 여부에 대한 질문에 즉답하지 않은 것을 두고 불참을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왔지만, 한 대표 측은 이를 일축했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예정대로 만찬에 참석할 것"이라며 "내일 만찬에 안 가면 아예 판을 깨버리는 건데 안 갈 수 있겠나"라고 했다.
여권에서는 24일 만찬 회동이 끝난 뒤에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shiny@yna.co.kr, chae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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