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공과 '동맹 형해화'를 원하는 건가? [김양희의 경제안보]

2025. 10. 27.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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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안보의 경계가 흐릿하거나 긴밀히 맞물려 돌아가는 이 시대에, <김양희의 경제안보> 는 국내외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문제들을 경제안보라는 독법으로 읽어내 그로부터 우리가 취해야 할 실천적 함의를 끄집어내고자 한다.

그럼에도 미국이 조공과 동맹 형해화를 택한다면, 한국은 투자와 동맹 현대화를 추구하되, 정 안되면 나쁜 딜(bad deal)이 아닌 노 딜(No deal)을 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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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경제와 안보의 경계가 흐릿하거나 긴밀히 맞물려 돌아가는 이 시대에, <김양희의 경제안보>는 국내외에서 나타나는 복잡한 문제들을 경제안보라는 독법으로 읽어내 그로부터 우리가 취해야 할 실천적 함의를 끄집어내고자 한다.
APEC 앞두고도 타결되지 않은 관세협상
투자펀드 운용 불투명, 잘못된 수익 배분
한국, 협상타결 노력하되 '노딜' 각오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미국 CNN의 윌 리플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9일 경주에서 개최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측이 관세 협상 타결을 향해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시한에 쫒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일 투자 양해각서(MOU)에 기반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둘러싸고 한동안 통화 스와프나 투자금 분납 여부가 최대 쟁점인 양 보도되었지만, 이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정상적 문명국가라면 있을 수 없는'(김용범 정책실장) 미국측 요구 변화가 충분조건이다. 만약 이를 관철시키지 못했을 때 어떤 암울한 미래가 닥칠지 상상해 보자.

투자 대상의 최종 선정권은 미국의 유관 기관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 개인이 쥐게 된다.(미일 MOU 1조·3조·4조) 월스트리트저널와 포브스 등은 이 경우, 그가 투자금을 사익 추구에 악용할 수 있다며 부패 위험성을 경고한다. 트럼프는 부동산 개발은 물론, 자신과 부인 이름의 암호화폐 발행, 스마트폰, 의류, 악세사리의 브랜드 사업 등으로 19개월전 26억 달러였던 대통령 일가의 자산을 71억 달러 넘게 불렸다. 내부자거래를 이용한 사익 추구 논란도 야기했다. 단적으로, 그와 그의 일가, 측근들이 지난 4월 상호관세 유예 발표 직전 관련 주식을 대량 매입해 단기간에 수백억 원의 차익을 실현한 사실은 잠재적 이해 상충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의 투자금이 공익적 목적 외에 쓰일 위험을 간과할 수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수익배분 구조의 극심한 불균형이다. 한국의 투자금으로 수익이 발생하면 매년 ‘간주배분액'(DAA·투자원금 + 이자 + 미지급분) 회수에 쓰게 된다. 예를 들어, 이자율 5%, 원금 10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한국이 100억 달러를 투자해 매년 15억 달러의 DAA(이자 5억 달러 + 원금 10억 달러)를 챙기려면, 총 30억 달러 수익이 나야 한다. 한 푼도 투자하지 않은 미국도 투자 관련 편의 제공 대가로 15억 달러를 가져가기 때문이다(13조). 이런 높은 수익률 달성은 비현실적이다. 게다가 한국이 약정한 100억 달러를 못 채워 80억 달러만 투자한다면, 한국은 부족액 20억 달러를 채울 때까지 이자 수익을 한 푼도 얻지 못하는 ‘수정배분액'(RAA·투자원금+미지급분)만 얻는다. 물론 이때도 미국은 한국과 같은 금액을 얻는다. 그나마 이 모든 논의는 수익이 발생할 때의 얘기다. 트럼프가 지정한 공익 목적과 먼 사업에 투자해 원금마저 사라져도, 미국은 법적 책임을 면제받고(8조·13조), 모든 투자 손실은 한국이 감당할 위험이 높다(13조·17조).

이런 것은 ‘투자’가 아니라 ‘조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10.23)에서 APEC에 등떠밀려 성급한 합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약속을 어긴다면 그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다. 이런 것은 ‘동맹 현대화’가 아니라 ‘동맹 형해화’다.

미국은 한국이 망해도 조선, 반도체, 배터리, 원전 등 제조업의 재건이 된다고 믿는 것인가. 미국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에만 배타적으로 상호관세와 자동차관세를 각각 15% 부과한 것은, 이들로부터 수입해야 할 전략 품목이 많아서 아닌가. 그럼에도 미국이 조공과 동맹 형해화를 택한다면, 한국은 투자와 동맹 현대화를 추구하되, 정 안되면 나쁜 딜(bad deal)이 아닌 노 딜(No deal)을 택할 수밖에 없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재명 대통령)을 절실히 바란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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