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el터뷰!)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o난감'의 최우식 배우를 만나다

지난 2월 14일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o난감]의 이탕을 맡은 최우식을 만났다. 그는 제작 발표회 때 이창희 감독의 발언을 되새겼다. “이탕은 판타지, 장난감은 추리, 송촌은 누아르라고 했다. 저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도록 잡아끌어야 했다”며 “어려웠지만 도전해 보고 싶은 캐릭터였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 살인 후 점차 변해버리는 감정과 난잡해지는 머릿속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대학생이 극적인 상황에 얽히는 과정을 좇아가며, 시청자도 공감할 수 있어 현실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 작품은 명성의 인기와 영상화의 불만을 동시에 짊어지는 숙명을 타고 난다. 싱크로율의 호불호도 분명히 있을 터 최우식은 “원작 마니아층은 웹툰의 여백을 상상으로 채워 나갔을 거다. 영상으로 구현되면서 만화적인 부분을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변형해야 했다. 당연히 호불호 부분도 이해한다”고 대답했다.
최우식은 우발적 살인 후 악인 감별 능력을 각성한 평범한 대학생 ‘이탕’을 맡았다. 정말 우연일까, 몰랐던 초능력의 발현일까.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마치 신내림을 거부해서 아픈 사람처럼, 힘들고 고되지만 묵묵히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웹툰 영상화가 비일비재하다. 원작 팬까지 두루 만족시키려 욕심부리다가 산으로 가는 작품도 있다. 캐릭터 싱크로율부터 시작해, 5부 이후 장난감, 송촌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늘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분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이탕만의 드라마라면 이탕의 시선으로 끝내면 되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연출의 장점이라고 봤다. 각각의 역할이 있다. 제 분량만 탐냈으면 시리즈에 안 좋은 영향을 주었을 거다. (웃음) 이탕의 손을 잡고 어깨너머로 들어왔다가 난감의 시선에서 이탕을 보고, 그 시선을 송촌의 등장과 함께 따라가는 스토리 라인이 좋았다”
-모든 인물이 매력적이고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이탕을 이해하는 건 고사하고 소화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나.
“시청자가 서사에 이질감을 느꼈다면 큰 숙제가 될 것 같다. 평범한 대학생이 어떤 일을 겪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때 쾌감이 들도록 노력했다. (돌아보니) 제가 스토리텔러 역할을 많이 했더라. 자연스럽게 성장해 가는 캐릭터를 잘하는 것 같다. 말주변도 없고 멍한 모습을 자주 예능에서 보이지 않았나. 살찌는 체질도 아니라 나약한 캐릭터를 맡으면 색안경 끼지 않고 있는 그대로 봐주시는 것 같다”
-이탕의 외모 변신이 웹툰에서 극적이라 고민한 부분이 있었겠다.
“원작은 전후 모습이 극과 극이다. 삭발하고 벌크업해서 인간병기로 다시 태어난다.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확연한 차이를 줘봤는데 잘 안되더라. (웃음) 대신 심적 변화에 치중했다. 자세히 보면 얼굴(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진다. 아무래도 고민이 쌓여가니 얼굴살이 붙어 있으면 역효과 날 것 같아서 벌크업도 포기했다. (웃음) 사실은 체질적으로 말라서 안 찐다. 노력해도 사람은 잘 안 변한다는 걸 또 깨달았다”
-다크 히어로 각성 후 자신만의 정의 구현을 실현하는 과정이 비어있다. 생략된 부분의 심리 변화에 대해 생각해 봤나.
“(일차원적으로) 잔인한 살인 과정을 모두 보여주면 쉬운 선택지다. 초능력이라는 걸 부여받았을 때 한순간 다른 사람으로 변하면 재미없는 캐릭터가 될 것 같았다. 이탕은 노빈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깨닫게 된 거다. 울며 겨자 먹기처럼. 어쩔 수 없이 이 길을 하게 되는 거다. 그래서 마지막에 장난감 앞에서도 자기가 마무리 지으려고 한 거다. 그 디테일을 마지막까지 유지하려고 했는데 효과적이었다. 제가 고민하고 원했던 부분이었다. 갑자기 이런 일을 겪으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 보여주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랬더니 감독님 의도대로 (살인 방법과 과정은) 생략했고 표정과 대사로 표현하는 데 치중했다”

-이창희 감독이 질문이 많은 배우라며 칭찬했다. 어떤 질문을 주고받았는지 궁금하다.
“이창희 감독님의 새로운 연출 스타일 때문에라도 질문이 많았다. 준비 해온 연기로 풀샷, 투샷, 바스트 샷을 염두에 두었는데 카메라와 거리가 꽤 멀었다. ‘내가 잘했나 잘못했나’ 아리송해 질문이 많을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부담 돼서 질문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초반 극의 몰입을 유도하는 이야기꾼이자 다음 화로 잡아끄는 역할이라. 제가 잘 못하면 뒷부분의 흥미를 잃을까 봐 걱정했다. 원작의 인기와 웹툰 적 요소를 더해, 이탕이 땅에 붙어 있는 현실적인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다”
-반대로 묻고 싶다. 배우가 질문이 많은 학생이었다면 감독은 성실한 선생님이었는가.
“감독님이 항상 응원해 주었다. ‘지금 잘하고 있는데 굳이 파고들려고 하냐’는 대답을 들었다. 매 순간마다 잘했다기 보다 의문이 들 때가 많았다. 그래도 감독님은 늘 잘하고 있다는 칭찬만 해주시더라. (웃음)”
-매 장면에서 물음표가 따라다닌 것 같다. 그래도 이 장면은 괜찮았다고 생각했을 법한데..
“현장에서는 더 고민투성이였다. 석구, 희준 선배랑 함께하니까 그저 좋다고만 생각했다. 제가 잘했다기보다는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고 호흡 맞추면서 잘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이창희 감독과 작업이 신선했다는 평가로 들린다.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을 촬영할 때 확신하게 되었는가.
“예를 들면 송촌과 하와이 콜라텍에서 만나는 장면이다. 제 얼굴이 많이 나올 거라고 예상했다. 대사가 얼마 없어서 눈과 얼굴로 말해야 한다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감독님은 분위기, 현장 공기만 가지고 그걸 연출로 풀어내시더라. 저는 배우니까 제 감정을 보여주려고 틀에 박힌 생각을 했던 거다. 카메라가 얼굴로 타이트하게 올 거라 예상했는데 아니었다. ‘이 정도면 된 건가’ 궁금했었다. 이기적인 생각이었지만 얼굴을 더 클로즈업해 주길 바랐다. (웃음) 그런데 공개되고 보니 감독님의 방식이 맞았다고, 천만다행이라고 깨달았다”

-이탕의 살인을 목격한 섬뜩한 여자 여옥(정이서)을 해치는 네발 보행 장면이 회자되고 있다.
“실제 사람이 말처럼 뛰면서 장애물을 넘는 스포츠가 있어서 영상을 참조했다. 여옥을 해칠 때 갑자기 잔디밭으로 순간 이동해서 개처럼 네 발로 뛰다가 망치로 때리는 게 신선했다. 지금까지 영상에서 잘 볼 수 없었던 장면이라 특수효과로 해주실 줄 알았다. (웃음) 직접 네 발로 뛸 줄은 모르고 와이어 달고 크로마키 앞에서 연기할 상상만 했었다”
-장난감 역의 손석구, 송촌 역의 이희준 그리고 노빈 역의 김요한과 호흡이 궁금하다.
“부산의 마트나, 공장 등에서만 짧게 만났다. 현장보다는 두 분 연기는 모니터로 확인했다. <사냥의 시간>처럼 재미있는 형들과 함께 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두 형이 감독님과 나이 차이도 크지 않아 형, 동생처럼 지냈다. 피가 튀기고 살인이 난무하고 무서운 장르였지만 현장에서는 웃고 떠들면서 개그 욕심도 생겼다. 많이 배웠고 성장할 수 있었다.
김요한 배우는 연기 경험이 많지 않지만 현장에서 떨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하더라. 저라면 덜덜 떨었을 거다. 대사 한마디도 더 잘하려고 오버했을 텐데.. 직접 호흡 맞춰 보니 대사를 툭툭 던지는데 ‘(연기를) 저렇게도 할 수 있겠구나’ 감탄했다. 김요한 배우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노빈을 만들어 내서 부러웠고 놀랐다. 이렇게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좋은 현장 분위기를 만들어 준 감독, 상대 배우, 장르적 특성 같다”

-액션 동선 짜는 것도 쉽지 않았겠다.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자면.
“원작을 보면서 액션 좀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웃음) 이탕은 생각보다 없었고 송촌이 많았다. 제 분량 중에는 꼽자면. 불량학생 둘과 만났을 때 정형화된 액션이 나오면 이상해지니까. 무술 감독님과 상의해서 마구잡이 액션을 만들어갔다. 바닥에서 뒹굴고, 상대를 안 보고 막 휘두르는 일명 개싸움(?) 느낌으로 변형했다. 운이 좋아서 주변에 벽돌도 있어 무기로 쓰면서 그게 이탕의 능력을 쌓아가는 오브제가 되었다”
-우발적인 골목 살인 이후 첫 살인의 카타르시스를 맛본 건 아닐지, 본인도 모르던 마음이 튀어나오는 걸지도 모른다. 이후 살인은 고의적일 수 있는 사이코패스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
“이탕이 사이코패스였다면 죄책감에 빠져 고민하는 장면, 내레이션은 없었을 거다. 며칠 동안 곡기를 끊어 설사하거나. 걱정 고민으로 자살하려는 시도까지 넣지 않았을 거다”
-이탕은 운이 좋은 건지, 자꾸만 증거가 사라진다. 각자기 이런 능력이 생긴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얼마 전에 어떤 지역 골목에 1,200번 불법주차 신고한 기사를 봤었다. 저에게 이런 일이 생긴다면 신고할 거다. 사건사고가 생기기 전에 예방할 것 같다. (웃음)”
-이탕을 두고 다크 히어로의 탄생을 말한다. [모범택시], [비질란테] 등 마땅히 죽어야 할 사람에 대한 사적 복수 괜찮을까 .
“이탕을 빌드업할 때 저는 스스로 합리화 못한 친구라고 봤다. 모든 사람이 이탕 같은 처지라면 합리화하기는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이탕이 합리화했다면 후반에 그런 얼굴이 나올 수 없다. 단순해져 버린다. 끝까지 합리화를 위해 발버둥 치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노빈과 강가에서 지검사의 악행을 곱씹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시도는 하지만, 결국 합리화에 도달 못하고 끝나버린다. 아마 이탕이 합리화하면 송촌하고 똑같은 인간일 뿐이고,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마지막 질문 겸 마지막 장면의 해석이다. 모방범일까 또 사건이 일어난다.
“이탕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벼랑 끝에 몰린다. 아마 똑같은 일을 해나가지 않을까. 마지막 사건은 각자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생각해 달라. 그래도 제 생각에는 잘 변하지 않는 성격인 친구라 범인은 이탕이라고 생각했다. (웃음)”
글: 장혜령 사진: 넷플릭스